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허삼관 매혈기', '위화'를 만나는 두 번째 소설이다. 그의 '인생'을 읽은 후로, '형제'와 이 작품을 찜해 놓았다.

몇 년 전, 시험공부로 피폐해 있던 나에게 어느 후배가 권했던 책이다. '엄청 재미나고 웃겨요'~~ 하던..

그러나 시험을 끝낸 나는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란 책과, 평생교육사 자격 따는 일에 매진하던 때이라 시기를 놓치고, 이제사 읽게 되었다.

몇 년 전 '하정우'가 주연과 감독을 했던 '허삼관'이란 영화의 원작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두 배우, '하정우'와 '하지원'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두 배우 모두 좋아해서 굳이 보아준 영화..

'허삼관', 허 씨 집안의 서열 3위라 붙여진 이름, '매혈', 그의 피를 파는 이야기이다.

'위화'는 세계가 사랑하는 중국 최고의 작가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작가를 비롯, 문화계 인사들이 그를 후원한다고 한다. 작가는 서문에 그들 이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다. 아프리카 시의 구절이 많이 와닿긴 하지만, 서문과 엔딩의 낯 뜨거운 대구(對句)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리고 전체 스토리로도 내게는 이 이야기가 왜 평등을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ㅎㅎ 평등의 정의를 다시 들여다보더라도 ..

 

- 가능할까? 나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p8

 

무리 들여다보아도 내겐, 평등보다는 사람답게 살 권리, 인권에 관한 이야기로 보일뿐이다.

'허삼관'은 성 안에 살고 있고,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대주는 노동자이다.

부모를 일찍 잃고, 할아버지와 삼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성 밖에 살던 할아버지와 삼촌을 만나러 나가기도 하다가 어느 날 병원으로 피를 팔러 가는 '방' 씨와 '근룡'이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성 밖에서는 피를 팔아본 남자, 밥을 많이 먹는 남자가 건강한 기준이라고 한다. 피를 팔아봐야 여자를 얻을 수 있고, 피는 우물과 같아서 퍼낼수록 많아진다고.. 피는 돈줄이며 힘이라고 한다.

'방' 씨와 '근룡'은 땅을 파서 버는 돈보다 피를 팔아서 버는 돈이 훨씬 크다면서 어린 '허삼관'에게, 피를 팔아 여자를 얻고 집을 지을 수 있다고도 한다.

그들의 괴이한 행동과 괴이한 논리에 설득당해 호기심으로 따라나선다.

우선 빈속에 물을 몇 사발씩 마신다. 방광이 터지기 직전까지 참으면서, 그래야 피의 양이 많아진다는 황당한 논리로.. 현기증을 느끼도록, 오금도 못 펴도록 요의를 견디면서 피를 뽑고는 시원하게 볼일을 본다. 그리고 35원을 받아 쥐고, 승리 반점에 가서, 돼지 간 볶음 한 접시와 데운 황주를 마시는 것이 루틴이다. 그 메뉴를 시키는 특유의 제스처와 어투도 그대로 따라 해 본다.

두는 병원에서 피 파는 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 자에게 뇌물도 받쳐 가면서 피를 뽑을 자격 심사도 받는다.

'허삼관'은 처음으로 피를 팔아 번 돈을 의미 있게 쓰고자 장가를 들려고 다짐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 '임분방'과 간이식당에서 꽈배기를 튀기는 여자 '허옥란'을 저울질한다.

'허옥란' 그녀는 꽈배기 서시( 춘추시대의 월나라 미인, 중국 미녀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만큼 뛰어난 미색이다. 그녀에게는 이미 '하소용'이라는 애인이 있고, 그 자는 '허옥란' 아버지의 마음에 들어, 처가에서 예비 장인과 술도 자주 마시는데,

'허옥란'을 찜 한 '허삼관'은 그녀에게 맛난 음식을 몽땅 사주고, 그것을 미끼로 청혼을 한다.

그리고 예비 장인을 찾아가 능청을 떨면서, 자신과 '옥란'의 결혼 당위성을 내세워 설득한다.

'허옥란'은 그녀 특유의 교성이 있다. "아이야~"

그녀가 결혼 조건으로 이것저것 요구한 것들을 다 들어주고, 그녀가 자신의 명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니, 남편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모두 수용한 후 결혼 5년간 세 아들을 낳는다. 이름이 차례로 '일락', '이락', '삼락'이이다.

'이락'과 '삼락'은 커갈수록 아버지 '허삼관'을 닮아 가는데 '일락'이는'하소용'을 닮아간다고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그리고 '허삼관' 귀에도 그 말이 들어가고 아무리 거울을 들여다보고 비교해봐도 '일락'이가 자신과는 닮지 않았고, 소문대로 '하소용'을 닮아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라 대가리', .. 중국에서 남자에게 하는 최대의 욕으로 무능하고 바보 같은 자를 일컫는 말인데, '일락'이 남의 씨인 줄 모르고 먹이고 입히고 키웠던 '허삼관'을 동네 사람들도, 그 스스로도 그렇게 욕한다.

더 이상 '자라 대가리'일 수 없다면서 아내 '허옥란'에게 따져도 보지만, ''옥란'은 오히려 문간에 걸터앉아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동네방네 사람들을 모으고, 큰 소리로 넋두리를 한다. 이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가 없다.

- 중간 생략-

당한 사람들의 황당한 대화

황당한 사랑

황당한 가족애

독자의 몫은, 그들에 대한 연민이다.

이 가족의 대화 수위에 놀란다.

아이들 앞에서도, 남들 앞에서도 부끄러움이, 치부란 것이 없다.

모든 일들이 다 드러나고 까발려진 채로 놔두는데, 오히려 상처는 더 잘 아무는 듯도 하다.

착하고 순박한 '허삼관'과 '허옥란',

무식하고 나이브 한 그들의 화해, 가족애, 진솔함에 전율한다.

국에서 살고 있다는, 옮긴이는

중국의 기형적 특성을 말한다.

이런 상황을 시치미 딱 떼고 버티는 사람들이 놀랍다고.

그런 부조화를 견딜 수가 없다고.

'허삼관'은 그에게 있어 기형적인 중국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

끔 중국인들의 불편함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혹은 중국 여행지에서 만나는 그들의 무례함

무질서, 뻔뻔함, 시끄러움..

무지막지한 땅덩어리와 말도 안 되는 역사를 견뎌온 사람들

정말 그들이 '허삼관'처럼 시치미를 딱 떼고 버텨왔다는 생각..

지금 창궐하고 있는 우한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말도 안 되지만 또 그럴 법도 한 설마설마의 이야기들이 난무하는데

그들은 그런 기형을, 그런 부조화를 그들답게 버텨내고 있는 걸까?..

나저나 정말 이런 일도 있었을까? 피를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일, 중국의 불법 장기매매 이야기 같은, 전설 같기도 한 그런 이야기의 하나인가?

 

 

- 문학이 주는 즐거움이란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우리에게는 문학의 자극이 필요하다. 또 우리는 문학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수정해간다. 흥미롭게도 수많은 위대한 작품이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듯, 작가는 자기가 쓴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들 역시 자신에게 꼭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12, 서문



- 이 책은 사실 한 자락의 긴 민요라 할 수 있다. 그 장단은 회상의 속도를 따르고, 선율은 부드럽게 도약하며, 숨표는 운율 뒤로 모습을 감춘다. 나는 이 작품에서 단지 두 사람의 역사를 꾸며냈을 뿐이지만,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기억을 불러내고 싶었다. 13, 서문



- 고대 로마의 시인 마티에르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 번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글쓰기와 독서는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일 혹은 이미 지나가버린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려는 뜨거운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13,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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