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2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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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세기 영국의 대표적 장편소설가 '찰스 디킨즈'를 처음 읽는 작품이 [올리버 트위스트]가 되었다.

1830년대 구빈원(극빈자들의 반강제 수용소)에서 태어난 '올리버 트위스트'는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고, 고아가 된다.

구빈원과 산하 기관인 고아원의 어른들은 너무도 사악하다.

남들 앞에선 고아들을 사랑하고 챙기는 척하지만,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고, 학대한다.

'찰스 디킨즈'는 구빈원 주위의 인간들을 대놓고 비꼰다. 위선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야유 가득한 묘사로 전개해나간다.

아홉 살이 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직업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옮겨지지만, 배고픔과 구타를 견디다 못해 런던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범죄 소굴 집단에 발을 딛게 되지만, 타고난 선함과 고상한 품성으로 범죄자가 될 수 없었고, 그를 알아봐 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련한 '올리버의 전기라'고 작가가 언급하는데, 글의 전개는 마치 무성영화의 나래이션 같이 과장되고, 대놓고 감정에 호소를 한다.

나쁜 사람들은 사악하기가 그지없고

선의의 인간은 선하기가 그지없다.

그래서 결국엔 권선징악의 결말이 난다.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간만에 이런 동화적인 요소가 참 좋다. 상처에 불어주던 할머니의 호오~처럼, 마음까지 위안까지 된다는.. 암튼 가끔은 이런 거 필요하다.

나쁜 사람은 너무 나쁘고 좋은 사람은 너무 좋은 이런 동화 같은 구별..

현실의 사람은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좋은 줄 알고 지냈는데 어느 날 헷갈리고, 아닌 줄 알았는데 오판이기도 해서 ..

콩쥐팥쥐를 읽듯이 읽었는데

스케일을 비교할라치면 콩쥐팥쥐는 너무도 단순하겠지만 ..

1760년대 산업혁명의 주역 영국 사회의 이면에 자리한 산업화의 폐해와 불평등한 계층화, 어린이의 노동과 빈민 구제법에 대한 '찰스 디킨즈'의 신랄한 비판이 이 소설을 사회소설로 자리 잡게 하였다 하겠다.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하는데 나는 이런 영화도 못 보고 자랐네..

튼 중간중간, 이들의 앞날에 대해 살짝씩 언급해 주는 작가의 친절함과

다양한 인간들의 악행과, 어둠 속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빛나는 성품과 분위기는 타고나기도 한다는 것.. 유전적인 어떤 것?(무시할 수 없는 것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더라는..)

'올리버 트위스트'의 역경 극복기보다, '올리버'가 태어나게 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그 아버지의 누이동생을 사랑했던 '브라운 로우'씨, 그리고 범죄 현장에 동원되었던 '올리버'를 알아봐 주고 보듬어준 '로즈'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사랑 없이 태어난 '몽스'가, 악의 축이 되어, '올리버'의 고난을 이끌어 갔지만, 결국엔 용서받아도 맞이하는 결말, 인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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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2 세계문학의 숲 18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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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의 '제르베르즈', 「테레즈 라캥」의 '테레즈'.. 이 숙명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는 여인들을 읽으면서, '에밀 졸라'의 캐릭터들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특히나 세탁부 '제르베르즈'의 삶은 너무도 비참했기에 엄청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나나」 읽기를 미루고 미룰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 졸라'의 묘사나, 스토리의 힘은 위대함을 넘어 거룩하기까지 했고, 인간의 본질과 본성을 이야기하는 고전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존재이다.

이 책,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목로주점」의 성공에 힘입어 발표한 작품으로, 그의 소설들 중 유일하게 해피엔딩이라 한다. 「목로주점」을 읽으면서, '졸라'는 결혼과 여성의 혐오자이던가 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자유로운 독신주의 주인공이 결국 소중한 여인과 결혼이라는 결말을 암시하면서 맺는다.

화 같은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책은 진짜 재미있고, 경이롭고, 가독성도 좋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좋을 듯

1860년대의 프랑스 파리, 백화점을 둘러싼 여인들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주인공 '드니즈'는 '키이라 나이틀리'를 떠올렸는데..

암튼 '졸라'도 불행한 자신의 캐릭터들을 제치고 '드니즈'를 자신의 딸이름으로 지었다한다.

발로뉴 지방에서 살다가 부모를 잃고, 큰아버지를 찾아 검은 상복을 입고 무작정 파리로 상경한 삼 남매. 20세의 순박한 시골처녀 '드니즈'는 고향에서 알아주는 신상품점에서 2년간 일한 경력이 있다. 그녀의 남동생 16세의 '장'은 잘생겼지만 애정행각으로 인해 더 이상 고향에 살 수 없는 원인 제공자이다. 그리고 막내 남동생 '페퍼'는 귀여운 다섯 살이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란, 건물과 쇼윈도, 진열된 상품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거대함과 화려함..

건물의 바로 앞에서, 옹색한 나사 상점을 운영하는 큰아버지는 그들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큰아버지를 비롯한 백화점 주변의 상인들은 이어져 내려온 정직하고 순박한 방식으로 전통적인 상업 방식으로 장사했던 사람들로, 백화점의 등장으로 파산 위험에 처해있었다.

그들은 백화점을 괴물로 보고 있고, 혐오하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을 사들여서 백화점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백화점의 사장, '무레'

'무레'는 매력적인 대담함을 지닌 모험가의 기질로 온갖 여자들의 문제에 쌓여있다. 자신의 부인이었던 '에두엥'의 죽음으로 백화점을 물려받고는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사무실에 아내의 초상화를 걸어놓고는 귀족 부인들과 백화점 판매원들과 연애를 즐긴다.

그런 그의 눈에

기성복 매장 판매원이 된 깡마르고 촌스러운 '드니즈'가 들어온다.

'드니즈'는 백화점의 기숙사에서 살면서, 수습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다른 판매원들의 왕따와 무시를 견뎌야 했다. 그러나 판매 실적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하는데 동생 '장'은 여전히 여자들 문제로, 때로는 애원과 협박과 강요로 그녀의 얼마 안 되는 돈들을 가져가고 막냇동생을 맡겨 놓은 집에 보낼 돈도 없어서 자신의 망가진 신발 하나 바꿔 신지 못한다.

허약해 보이고 우울한 낯빛을 가진 '드니즈'는 따돌림과 모함에도 올곧고 건전한 심성을 간직했다. 두 동생을 향한 모성적인 헌신으로 자신을 꾸미지도 못하고 살지만, 그런 그녀를 선머슴 대하듯 보던 '무레'는 한 번씩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지배당한다.

'무레'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백화점 영업 확장에 정열을 쏟는다. 그의 새로운 상업은 끊임없이 자본을 굴려 거대하고 화려한 백화점 왕국에서 여성이 여왕으로 군림할 수 있도록 그녀들의 욕망 충족을 설계해나간다. 그리고 그런 욕망의 여성을 정복하고 싶어 한다.

화점의 매출은 점점 높아지고 몸집은 점점 커져 가는데 거리의 소상인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파산해간다.

그리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중독된 여인들의 소비행태는 참으로 각양각색이다.

유혹에 사로잡혀 충동구매를 하는 여인, 사 갔다가 매일 반품하러 오는 여인, 자신을 위해서는 차마 못 사고 아이들을 데려와 그들의 용품만 사는 여인, 품위로 무장되었지만, 슬쩍 물건을 훔쳐대는 여인들..

- 중간생략-

 

1860년대에 이런 백화점이 있었다니, 1800년대에 이런 소설을 썼다니..

사시사철 바겐세일의 덫으로 여성을 유혹하고, 그 유혹을 여성의 육체 속에 새로운 욕망으로 주입하려던 상업의 기술.

백화점의 메커니즘, 소비의 메커니즘, 그리고 욕망의 덫..

오늘날 백화점을 드나드는 여인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한 '졸라'의 위대함에 다시 한번 놀란다.

싼 가격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상품에 정가 표시로 믿음을 주고 그 모든 것이 여성이 필연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유혹이 된다.

처음엔 알뜰한 주부로서 구매를 시작하지만 점차 허영심이 발동하고 유혹에 홀딱 넘어가게 되는..

백화점의 엄청난 물량 판매를 통해 호화스러움을 대중화시키고 무시무시한 세력으로 인한 소비의 촉진은 결국 가정을 황폐화 시키지만

날로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는 유행의 광기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게끔 부추길 줄 아는 남자 '무레'. 그는 여자의 마음을 얻을 줄 알고,

그의 백화점은 여성을 소진시키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다.

1860년대 귀족이 아닌 여성들은 백화점의 판매원이 되어

부유한 고객을 상대하면서 우아한 몸짓이 몸에 배고, 노동자와 부르주아 계층 사이를 오가는 모호한 부류에 속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시대에 이 책의 내용처럼 백화점 경영자가 일개 판매원과 결혼한 경우도 실제로 종종 있었다고 한다.

백화점 상품들 중 일본 매장도 나오는데, 1860년대 도자기, 부채 등이 '런던 만국 박람회'와 '파리 만국 박람회'를 통해 유럽에 진출하여, 자포니즘, 즉 일본 스타일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전소설속 평면적인 인물 묘사는 때론 관념적이고 또 입체적인 현대 소설 속 캐릭터보다 진솔하고 적나라한 매력이 있다.

그 시대 바겐세일과,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물건 진열방법, 그리고 이벤트 중 백색 전시회는 정말 어마 무시하다.

국 '졸라'는 여성들의 구매욕과 소비욕구를 성욕과 식욕에 견주어 관능적인 쾌락의 원천으로 묘사한다.

여성의 욕망 외에도, 주인공들의 해피엔딩 외에도 그 당시 백화점의 정경, 판매원들의 경쟁, 영업, 성과급, 처우, 소상인들의 파산, 그들의 고집, 전통, 정직..

소비의 변화, 사랑, 배신, 많은 이야깃 거리가 있다.

'졸라'의 묘사는 언제나 두 손, 두발을 들게 만든다. 천재적인 이야기꾼, 천상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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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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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츠'가 꼽은 2019. 휴가 때 읽기 좋은 책으로 선정되고, '버락 오바마'의 2017 올해의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중 하나로 꼽힌, [모스크바의 신사], 제목만으로는 러시아 문학인 줄 알았고,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이 러시아 작가의 책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미국 작가의 시선으로, 쓸 수 있어서 다행인 책이었음을 수긍하게 되었다.

벽돌 같은 양장본이지만,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문체가 너무 세련되어서, 작가의 유머가 너무 격조 있어서, 그리고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신사의 품위에 대한 독자로서의 예의를 저절로 갖추게 되어서 매우 흐뭇하고, 행복한 독서였다.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성안드레아 훈장의 수훈자이며 경마 클럽 회원이고 사냥의 명인이다.

1922년 6월, 내무 인민 위원회 소속 긴급 위원회에 출두한 그는 자신이 1913년도에 발표했던 시,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 덕분에

혁명 이후 차르가 처형되고, 귀족들 역시 특권이 박탈되고 처형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가 4년간 머물고 있던 호텔 '메트로폴'에서 평생 연금형을 받게 된다.

시는 1905년의 봉기 실패 이후 볼셰비키들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1918년 차르의 처형 소식을 듣고 파리에서 돌아온 백작은, 가문의 곤경과 맞닥뜨린다. 가문의 사유지와 저택을 폐쇄하고 백작 부인인, 할머니를 피신시키고 자신은 이 호텔 스위트룸에서 4년을 지냈었는데, 호텔 유배령이 떨어지면서, 집사또는 하녀들의 숙소였던 방으로 옮기게 된다.

신사는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식사와 토론을 즐기고 독서와 사색을 하면서 일상 잡다한 일들을 즐겼던 그는 '로빈슨 크루소' 처럼, 실질적인 일을 통해 자신의 환경을 이겨내고자 헌신하게 된다.

난 호텔 생활 동안, 그를 각하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우하던 호텔의 사람들(웨이터, 재봉사, 주방장, 잡역부)과 이제는 다른 신분이지만 우정을 쌓아가고, 9세의 꼬마 숙녀 '니나'와도 친구가 되는데..

백작에게 공주가 되는 규칙을 물으며 접근했던 '니나'를 통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와 호텔 안에서 노는 법을 학습한 그는' 니나'와 함께 보일러 실부터, 전기실, 창고방 등을 탐험했고, 마스터키도 입수한다.

한편 자신이 머물던 좁은 방과 옷장을 통해서 이어지는 방을 발견한 백작은 이곳을 서재로 꾸며, 비밀스런 방으로 사용한다.

그곳에서 아버지가 읽던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고 여동생 '엘레네'와 고향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의 고향 니즈니노브 고로드는 수많은 명문가들이 모여있었고, 사과 꽃이 눈처럼 떨어지던 곳이다.

국 대학 시절부터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 '미시카'가 모교에 부임하여 호텔로 찾아온다. 백작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미시카'는 시대에 발맞추어 사는 사람으로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작가 동맹의 일원으로 '카테리나'라는 여인과 교제를 한다.

- 중간 생략-

 

제목의 대부분이 연도 이다. 그 연도를 러시아 혁명과 전쟁등을 잘 유추하면서 읽어두어야 한다.

1922년 부터, 1954년.. 33세의 백작이 64세가 될 때까지..

1905년 러일 전쟁에서 패배한 러시아에 혁명운동이 일어나고, 귀족이 아닌 보통사람, 그것도 호텔에서 평생 연금형에 처해진 백작이

호텔의 직원들과 혹은 손님들과 관계를 맺으며 실질적인 삶을 사는 이야기인데, 그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부성애..

이 매력 넘치는 백작님, 모스크바의 신사는 읽는 내내, 묘하게 반하고 입꼬리를 올리는 미소를 띄게 한다.

주제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름답고 유익하고 품위있는 책이다. 게다가 작가의 품격 있는 유머에 한번씩 빠질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있다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존재한 곳에서는 언제나 추방당한 사람들이 있었다. 원시 부족에서 가장 앞선 사회에 이르기까지, 같은 구성원들로부터 짐을 꾸려 변경을 넘어가서 다시는 자신이 살던 땅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일 터였다. 추방은 인간 희극의 제1장에서 하느님이 아담에게 내린 형벌이었다. 그리고 몇 페이지 뒤에서 하느님은 카인에게도 그 벌을 내렸다. 그렇다 추방은 인류의 탄생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국외가 아니라 자국 땅으로 추방하는 개념을 터득한 최초의 민족이었다. 일찍이 18세기에 차르는, 적들을 나라 밖으로 내쫓는 것을 그만두고 대신 시베리아로 보내는 형벌을 택했다. 왜?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이 아담을 에덴동산 밖으로 추방한 것처럼 어떤 사람을 러시아 밖으로 추방하는 형벌로서 충분히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로 보내면 추방당한 자가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해서 집을 짓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추방당한 자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6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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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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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판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독일 문학계의 거장인 그는 '발자크', '디킨스',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에세이와 유명 작가들에 대한 평전으로 유명하고, 세계 3대 전기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마리 앙투아네트', '매리 스튜어트'의 전기를 집필했다.

그가 쓴 「발자크 평전」을 읽기에 앞서,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는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오스트리아는 '모차르트'와 '지그문트 프로이트' 의 조국이다.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인간관계에 작용하는 심리적 측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고 하는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답게 이 책을 읽는 동안 심리묘사의 대가란 이런 것이고, 이런 문장이구나 하면서 경이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책의 배경은 1914년 '사라예보 사건', 즉 1차 대전 발발 직전이다. 전쟁 이야기는 분명 아니지만, 한 인간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이 전쟁이 된다. 그 사건이 오스트리아라고 하는 낯선 공간과, 낯선 전쟁에 대해 호기심을 채워준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유대인이란 이유로 나치에 탄압받고, 금서 조치가 내려지자 영국으로 가서 시민권을 취득했고,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브라질로 망명을 했는데, 자신의 정신적 고향인 유럽의 멸망에 절망하여, '자유의지와 맑은 정신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생을 마감한다. 1942년, 그의 나이 62세..

 

책은 연민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가지의 연민, 나약하고 그저 감상적인 연민에 지나지 않는 것은,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고,

진정한 연민은 창조적 연민으로, 함께 견디고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우리가 함부로 내뱉는 감정인 동정, 다시 말해 연민이란 낭만적이기까지 한 감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무책임한 것인지를 꼬집어 주는 소설,

가독성 좋고, 문장 좋고, 1910년대의 오스트리아, 군대 조직에 대한 단면들을 보여주며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연애소설의 카테고리이지만 무엇보다도 책임질 수 없는 나약한 연민을 가진 어느 선한 남자의 무책임한 동정 남발에 대한 끔찍한 결론이 어떤 것인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독자는 제목처럼 초조한 마음(불편한 마음)이 될 수 있지만, 그런 사랑, 그런 사람, 그런 연민에 대한 묘사를 따라가며 계속 흥미롭게 읽게 된다.

'초조한 마음', 책의 여러 곳에서 제목을 언급한다. 굵직하게는 책임감 없는 나약한 동정 내지 연민이지만, 주인공들의 불안, 설렘, 긴장, 어리석은 자존심, 고집, 당혹감, 두려움, 욕심들을 뜻하기도 한다.

1938년, 작가는 새로운 세계대전의 발발 여부에 혼란스러운 유럽의 어느 한 도시, 지인의 집에서

지난 대전(1차 세계대전) 때 '마리아 테레지아' 훈장을 받았다던 어느 남자와 만나게 된다. 그 남자의 25년이 지난 이야기를 듣게된다.

'토니 호프 밀러'는 오스트리아 공무원 집안 여섯 명의 자녀 중 하나로 태어난다. 열 살부터 사관학교에 들어가, 스물다섯이 된 그는 기병대의 현역 장교이다.

그가 머무는 주둔지는 헝가리 국경으로, 때는 1913년의 11월이다.

난한 장교의 하루는 무료하고, 카페나 드나들며 소일을 하던 중, '케게스 팔바라'라고 하는 성의 주인이자, 귀족인 노인 남자의 조카 '일로나'를 보게 된다.

'케게스 팔바라'는 그 지역의 부유한 사업가로, '호프 밀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저택에 초대를 받는다.

궁처럼 호사스럽고, 마법 같은 멋진 저택에서의 만찬에 감탄한 그는 다른 여인들과 춤을 추다가 문득 가만히 앉아만 있는 집주인의 딸 '에디트'에게 예의상 춤을 신청한다.

그러나 '에디트'는 하반신 마비의 불구였고, 그의 호의는 매우 큰 실수였고, 실례였다. 그 실수를 만회하느라 꽃다발을 보내고, 그녀의 집에 드나들면서, '에디트'와 그녀의 사촌 '일로나'와 어울리게 된다.

'에디트'와 그녀의 아버지, 사촌, 하인들마저 그를 반기고,

25년간 살면서 한 번도 어떤 강렬하고 열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본 적이 없었던 그는 남을 도와주고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는 결심만으로도 흥분되어, 그 집을 드나드는데, 어릴때부터 군사 시설에만 살았던 그는 그 저택의 화려한 습관에 익숙해지고, 차가운 막사나, 냄새나는 내무반과 다른 그곳을 찾고 싶었던 마음의 고향처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녀 '에디트'를 향한 연민이라는 마법에 걸린다. 그 감정들은 새롭고, 이 새로운 열정들은 그를 휘감는다.

- 중간생략-

 

설픈 동정심이 남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 '호프 밀러'는 그녀 아버지의 무릎 꿇은 애원과, 그녀의 변덕에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다니다

얼떨결에 약혼을 하게 되고,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친구들에게 부인하고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권총 자살을 결심한다.

뒷정리를 위해 찾아간 연대장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급하게 다른 부대로의 파견 제의를 받아들이고는 여전한 죄책감에 '콘도어'에게도, '에디트'에게도 연락을 취해보지만 어긋나고, 전보도 전화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데는, 사라예보의 큰 사건이 있었다.

'에디트'는 기다려주지 않고, 그녀가 두 번 시도했던 일을 세 번째 성공으로 마감해버린다.

는 미친 듯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죽인다. 그에게 전쟁은 도피처이자, 구원의 장소이고, 죽음을 향해 전진한 결과로 큰 공을 세운다.

4년의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과거의 그를 알던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떠나갔다. 자신의 연애와 비열한 도주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그곳에서 맹인 여인을 극진히 챙기는 남자를 보면서, '콘도어'라고 확신했던 그는 공연을 뒤로하고 뛰쳐나와버린다. 자신의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바로 '콘도어'였던 것.. '양심이 기억하는 한 그 어떤 죄도 잊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이야기를 끝낸다.

한 '호프 밀러'는 잡상인의 저질스러운 책도 동정심에 사주고, 하인들의 초라한 행색에도 불편해하는 동정심이 유난한 사내쯤 된다.

'콘도어'의 맹인 아내를 향한 연민은 인내와 자기희생을 감행한 훌륭한 연민이었던 반면, '에디트'의 연민은 초조함을 이용하는 무모하고 위험한 방식일 뿐이었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흔하디흔한 무모한 연민에 대한 강렬한 경고를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민할 줄아는 인간이 거룩하다고 여겨진다. 너무 멋진 소설이고,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소름 돋는다. 연민이라는 마법에 걸린 사람 이야기인데, 읽고 있는 나는 작가의 심리 묘사라는 마법에 걸려버린 듯하다. 그의 평전들도 차례로 읽어나가리라 다짐해보면서.. 그리고 문학과 지성사라는 출판사에 신뢰가 간다.

하지만 연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합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닌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연민을 말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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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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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3월에 '루이스 세풀베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했다는 이웃님 블로그를 보면서, 그의 책을 담아두었다. 그는 칠레 출신으로 고국 군사정권에 대해 반독재, 반체제 운동에 참여하다가 수감되었고, 석방된 이후 망명하여 독일,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에 정착하였다. 환경 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아마존과 남극의 오지 여행을 많이 하였다고 하는데 이 책은 살해당한 브라질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소설이라고..

'가브리엘 가브리아 마르케스'이후 가장 많이 읽히는 라틴아메리카 작가로 마술적 리얼리즘 경향을 띠지 않았다고는 하나, 나에게 이 책은 지극히 남미스러운 수선과, 수다와 어찌할 수 없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보였다. 인간, 자연, 선과 악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하고 짧은 내용의 책을 썼다고 하는데, 환경이나 생태계 문제를 흥미 있게 다루는 환경 소설가로, 최초의 환경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 세상 끝의 세상, 1989) 외 다른 작품들도 기웃거리게 된다.

'엘 이딜리오'는 밀림의 오지이다. 적도 지방으로 원주민인 수아르족 인디오들이 살던 곳으로, 백인들은 이곳에도, 개발의 깃발을 꽂았다.

치과의사 '루비콘도 로아차민'은 배를 타고 우편집배원과 함께 이 마을에 정기적으로 드나든다.

온갖 기이한 방법으로 구강 마취를 한 후 이를 빼는 이 의사는 독특한 사람으로, 입에는 욕을 달고 사는 욕쟁이요, 정부 증오 주의자이다.

무시무시한 치통도 다 정부 탓이라고 욕을 해대면서 이빨을 뽑는다.

이 마을에 사는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야노'란 70대 노인은 가끔씩 드나드는 이 치과의사로부터 소설책을 두 권씩 건네받는다.

노인은 틀니가 닳을까 아까워서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만 착용하고,

연애소설을 특히 좋아하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고통과 불행을 겪다가 결국은 행복해지는 내용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이다.

마을에 유일한 공무원인 뚱보 읍장은 권력의 대변자로 원주민 여자와 살면서 손찌검도 한다는 나쁜 사람이다. 전임 읍장은 밀림에서는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했다는데..

마을에 인디오들이 금발의 시체를 카누로 실어 온다. 뚱보 읍장은 야만인 원주민들의 짓이라며 시체를 운반해온 인디오들을 몰아세운다.

노인은 살쾡이의 공격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새끼와 수컷을 잃은 암 살쾡이가 분노의 복수로 인간을 공격한 것이라고..

노인 '안토니오 호세 블리바르 프로야노(이하' 호세 블리바르')는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쓰지는 못한다.

그는 13세에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타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리냔 오타발로'와 결혼을 약속하고 2년 후에 결혼을 하지만, 불임이었다.

사육제 때 아내를 혼자 보내서 사생아를 갖도록 하자는 제안을 거절한 후 함께 마을을 떠나서, 아마존 유역의 개발 소식으로 페루와 마찰을 빚는 지역 으로의 이주민에게 기술원조를 한다는 말을 듣고 '엘 이딜리오'에 오게 된다. 약속의 땅으로 .. 숲을 개간하면서 척박한 땅과 무지막지한 우기를 넘기며 많은 이주민들의 죽음을 본다. 이름 모를 열매를 따먹다 죽고, 열병으로 죽고, 보아 뱀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그리고 우기에 맞설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는 인디오들의 도움을 받게 되고 친구가 되어간다. 그들에게 사냥하는 법, 물고기 잡는 법, 폭우에 견딜 수 있는 오두막,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 즉,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터득해 나간다.

그러나 아내는 말라리아에 걸려 고열로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는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실패한 채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사라진 기억들을 보듬고 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원주민들과 함께 산다.

언어도 배우고 함께 벌거벗은 몸으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에게 밀림은 푸른 지옥의 세계였다. 그러나 차츰 그 푸른 세계에 매료되어 증오도 사라져 버렸다.

-중간생략-

 

경 소설이니, 환경운동가를 기리는 소설이니를 떠나 짧지만 재밌고 감동의 포인트가 있는 소설이다. 위대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조국, 칠레는 그에 대해 여전히 인색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지만, 일찌감치 환경과 생태계 문제를 흥미 있게 다룬 작품들로 유럽 독자들을 사로잡아, 21세기 소설문학을 이끌어가는 중요 작가 중 하나라고 옮긴이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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