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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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판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독일 문학계의 거장인 그는 '발자크', '디킨스',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에세이와 유명 작가들에 대한 평전으로 유명하고, 세계 3대 전기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마리 앙투아네트', '매리 스튜어트'의 전기를 집필했다.

그가 쓴 「발자크 평전」을 읽기에 앞서,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는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오스트리아는 '모차르트'와 '지그문트 프로이트' 의 조국이다.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인간관계에 작용하는 심리적 측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고 하는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답게 이 책을 읽는 동안 심리묘사의 대가란 이런 것이고, 이런 문장이구나 하면서 경이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책의 배경은 1914년 '사라예보 사건', 즉 1차 대전 발발 직전이다. 전쟁 이야기는 분명 아니지만, 한 인간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이 전쟁이 된다. 그 사건이 오스트리아라고 하는 낯선 공간과, 낯선 전쟁에 대해 호기심을 채워준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유대인이란 이유로 나치에 탄압받고, 금서 조치가 내려지자 영국으로 가서 시민권을 취득했고,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브라질로 망명을 했는데, 자신의 정신적 고향인 유럽의 멸망에 절망하여, '자유의지와 맑은 정신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생을 마감한다. 1942년, 그의 나이 62세..

 

책은 연민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가지의 연민, 나약하고 그저 감상적인 연민에 지나지 않는 것은,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고,

진정한 연민은 창조적 연민으로, 함께 견디고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우리가 함부로 내뱉는 감정인 동정, 다시 말해 연민이란 낭만적이기까지 한 감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무책임한 것인지를 꼬집어 주는 소설,

가독성 좋고, 문장 좋고, 1910년대의 오스트리아, 군대 조직에 대한 단면들을 보여주며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연애소설의 카테고리이지만 무엇보다도 책임질 수 없는 나약한 연민을 가진 어느 선한 남자의 무책임한 동정 남발에 대한 끔찍한 결론이 어떤 것인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독자는 제목처럼 초조한 마음(불편한 마음)이 될 수 있지만, 그런 사랑, 그런 사람, 그런 연민에 대한 묘사를 따라가며 계속 흥미롭게 읽게 된다.

'초조한 마음', 책의 여러 곳에서 제목을 언급한다. 굵직하게는 책임감 없는 나약한 동정 내지 연민이지만, 주인공들의 불안, 설렘, 긴장, 어리석은 자존심, 고집, 당혹감, 두려움, 욕심들을 뜻하기도 한다.

1938년, 작가는 새로운 세계대전의 발발 여부에 혼란스러운 유럽의 어느 한 도시, 지인의 집에서

지난 대전(1차 세계대전) 때 '마리아 테레지아' 훈장을 받았다던 어느 남자와 만나게 된다. 그 남자의 25년이 지난 이야기를 듣게된다.

'토니 호프 밀러'는 오스트리아 공무원 집안 여섯 명의 자녀 중 하나로 태어난다. 열 살부터 사관학교에 들어가, 스물다섯이 된 그는 기병대의 현역 장교이다.

그가 머무는 주둔지는 헝가리 국경으로, 때는 1913년의 11월이다.

난한 장교의 하루는 무료하고, 카페나 드나들며 소일을 하던 중, '케게스 팔바라'라고 하는 성의 주인이자, 귀족인 노인 남자의 조카 '일로나'를 보게 된다.

'케게스 팔바라'는 그 지역의 부유한 사업가로, '호프 밀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저택에 초대를 받는다.

궁처럼 호사스럽고, 마법 같은 멋진 저택에서의 만찬에 감탄한 그는 다른 여인들과 춤을 추다가 문득 가만히 앉아만 있는 집주인의 딸 '에디트'에게 예의상 춤을 신청한다.

그러나 '에디트'는 하반신 마비의 불구였고, 그의 호의는 매우 큰 실수였고, 실례였다. 그 실수를 만회하느라 꽃다발을 보내고, 그녀의 집에 드나들면서, '에디트'와 그녀의 사촌 '일로나'와 어울리게 된다.

'에디트'와 그녀의 아버지, 사촌, 하인들마저 그를 반기고,

25년간 살면서 한 번도 어떤 강렬하고 열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본 적이 없었던 그는 남을 도와주고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는 결심만으로도 흥분되어, 그 집을 드나드는데, 어릴때부터 군사 시설에만 살았던 그는 그 저택의 화려한 습관에 익숙해지고, 차가운 막사나, 냄새나는 내무반과 다른 그곳을 찾고 싶었던 마음의 고향처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녀 '에디트'를 향한 연민이라는 마법에 걸린다. 그 감정들은 새롭고, 이 새로운 열정들은 그를 휘감는다.

- 중간생략-

 

설픈 동정심이 남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 '호프 밀러'는 그녀 아버지의 무릎 꿇은 애원과, 그녀의 변덕에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다니다

얼떨결에 약혼을 하게 되고,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친구들에게 부인하고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권총 자살을 결심한다.

뒷정리를 위해 찾아간 연대장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급하게 다른 부대로의 파견 제의를 받아들이고는 여전한 죄책감에 '콘도어'에게도, '에디트'에게도 연락을 취해보지만 어긋나고, 전보도 전화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데는, 사라예보의 큰 사건이 있었다.

'에디트'는 기다려주지 않고, 그녀가 두 번 시도했던 일을 세 번째 성공으로 마감해버린다.

는 미친 듯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죽인다. 그에게 전쟁은 도피처이자, 구원의 장소이고, 죽음을 향해 전진한 결과로 큰 공을 세운다.

4년의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과거의 그를 알던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떠나갔다. 자신의 연애와 비열한 도주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그곳에서 맹인 여인을 극진히 챙기는 남자를 보면서, '콘도어'라고 확신했던 그는 공연을 뒤로하고 뛰쳐나와버린다. 자신의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바로 '콘도어'였던 것.. '양심이 기억하는 한 그 어떤 죄도 잊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이야기를 끝낸다.

한 '호프 밀러'는 잡상인의 저질스러운 책도 동정심에 사주고, 하인들의 초라한 행색에도 불편해하는 동정심이 유난한 사내쯤 된다.

'콘도어'의 맹인 아내를 향한 연민은 인내와 자기희생을 감행한 훌륭한 연민이었던 반면, '에디트'의 연민은 초조함을 이용하는 무모하고 위험한 방식일 뿐이었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흔하디흔한 무모한 연민에 대한 강렬한 경고를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민할 줄아는 인간이 거룩하다고 여겨진다. 너무 멋진 소설이고,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소름 돋는다. 연민이라는 마법에 걸린 사람 이야기인데, 읽고 있는 나는 작가의 심리 묘사라는 마법에 걸려버린 듯하다. 그의 평전들도 차례로 읽어나가리라 다짐해보면서.. 그리고 문학과 지성사라는 출판사에 신뢰가 간다.

하지만 연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합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닌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연민을 말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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