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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고바야시 요리코 외 지음, 최재혁 옮김 / 돌베개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열광할 정도가 아니었던 나는 이제 마흔이 넘어서 미술 관련된 책도 읽고 어쩌다 한번 용기를 내어 전시회를 가기도 한다.
처음부터 베르메르를 알았던 건 아니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란 그림이 눈에 잘 띠다가 이 그림을 소재로 한 외국 은화(silver coin)를 발견하면서부터 베르메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흥미를 느끼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탓에 베르메르에 관한 책을 여러권 구입하게 되었고, 모든 책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나와 같은 부류, 즉 미술분야에 몸담고 있지 않지만 그림이나 화가에 대해 흥미를 갖는 아마추어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 이 책이 아닌가 한다.
베르메르에 관한 일대기를 설명하면서도 그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설명까지 해주고 특히 베르메르가 오랜기간 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가 우리에게 알려진 과정(6. '잊혀진 화가'에서 '신화'의 존재로), 그리고 세기의 위작사건, 논란이 되고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 문제 등까지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 '고바야시 요리코'와 '구치키 유리코'로서 특히 고바야시 요리코는 네덜란드에서 미술사연구소에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고 베르메르에 관한 많은 책을 집필한 전문가이며 구치키 유리코도 베르메르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먼저, 베르메르 작품의 특징은 무엇일까? 화가의 일생에 따라 작품의 특색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일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빛의 화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매우 간결하다. 등장인물도 한 두사람 정도만 등장하며, 그들은 모두 어떤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은 채 그저 화면속에서 조용히 멈춰 있다. 또한 소재, 구도와 구성, 색채 등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정리된 단순한 실내 공간을 표현했고, 그 공간을 독특한 빛으로 가득 채워감으로써 심오한 세계를 그려냈다. 대표적으로 <우유를 따르는 여인>에서 그러한 특색이 보인다.
베르메르는 네덜란드 델프트라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자라고 죽을 때까지 활동했다. 아버지는 직물업자이면서 여인숙을 경영하였고 미술품 판매 일도 병행했다. 베르메르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그의 일생을 상세히 알수 없지만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아버지도 적극적으로 자식의 교육에 투자를 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처가살이를 하기 시작하고 죽을때까지 계속 되었으니 장모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을 거라고 추측된다.
베르메르가 4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을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어서 10명의 자녀들도 미성년이고 해서 베르메르의 아내는 파산신청까지 했다고 한다. 특히 완성한 작품수가 기껏해야 50점이 조금 넘었으리라 생각되고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30여점에 지나지 않는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 처음 이야기 그림에서 출발하여(<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 1650년대 중반 풍속화(<뚜쟁이>, <잠이든여인>,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병사와 웃고 있는 여인>, <우유를 따르는 여인>,<신사와 포도주를 마시는 여인>)를 많이 그렸고, 1650년대 후반에는 델프트에 대한 오마주로 <델프트 풍경>, <골목길>을 그렸다. 1660년대 초반 결혼하면서 정식 화가로서 출발하면서 <두 신사와 여인>,<중단된 음악교습><음악연습> 등의 작품이 탄생하고 1660년대 그의 절정의 순간이 온다. 화가로서 출발한지 10년만에 다다른 경이로운 경지였다. <물주전자를 든 여인>,<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저울을 든 여인>,<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소녀> 등이 이 때 그려졌다.
당시에 네덜란드 델프트 도시에서 실력있는 화가정도로 인식되었던 베르메르, 그가 죽고 나서도 그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는 200여년 동안 없었다. 반 고흐도 그랬었지....
그러나 프랑스의 토레-뷔르거가 베르메를 알리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여 그의 존재가 다시 부각되었다.
베르메르의 작품에 대해 세기의 위작사건이 있었다. 베르메르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없으니 반 메헤렌이라는 화가가 비슷한 종류의 그림을 그린 다음 베르메르 작품이라는 인정을 받아 여러 작품을 팔기도 했다고 한다. 나중에 나치에 실력자에게 위작 그림을 팔기도 하다가 재판에 넘겨졌을 때, 위작이었음을 시인하여 애국자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하지만 감옥에서 병으로 죽고 만다.
이 밖에도 베르메르가 그림을 그릴 때 당시 카메라와 비슷한 옵스큐라를 베르메르가 사용했는지의 여부, 베르메르 작품이 범죄의 표적이 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소재가 이 책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미술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미술에 남들보다 조금 관심이 더 많았고 그 중에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그림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우연히 은화(silver coin)을 구입하게 되면서 관련 책도 여러 권 읽게 되어 버렸다. 베르메르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의 작품의 특색은 무엇이었는지, 그에 대한 여러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베르메르에 관하여 알게 되면서 "그래, 인생이란 이럴 수도 있는 거야"라는 넓은 사고도 얻게 된 것 같다.
매일 야근에, 주말에 출근해서 회사일을 하면서, 그리고 아이둘을 키우면서 잠시나마 소원했던 나 자신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만족"을 얻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