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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긴 장문의 마이리뷰를 컴퓨터를 잘못 눌러서 날려버렸다.ㅠㅠ
우선 알라딘에서 주문한 이책을 생각보다 조금 늦게 받게 되어서 160여쪽까지는 정독을 했고, 그뒤로는 마이리뷰를 쓰기위해 통독하고 이 글을 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다 이해했다. 개인적으로 번역에 대해서 참 할말이 많은 대학생이다. 그리고 박상익 선생님도 참 좋아하는 독자이다. 집에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의 책이 책장에 잘 꽂혀있고, 번역은 반역인가도 금방 샀고, 뉴턴에서 조지오웰까지는 좀 비싸서 아직 지르지 못하고 있다. 번역에 대해서 할말이 많다고 해서 외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학을 전공한 사학과 학생도 아니다. 단지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데, 어려서부터 책을 너무 좋아해서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많이 사서 본다. 아니 거의 사 본다. 어릴때본던 동화책, 위인전기 이런책들을 제외하고, 지금 내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에 2천권이 넘는 책이 꽂혀있다. 이 리뷰를 쓰기위해 나도 내 책장의 책을 분석해 본 결과 외국어로 된 책을 번역한 번역본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M사의 세계문학전집은 낱권으로 구매했는데, 벌써 100권이 넘어서고 있다.
세계의 언어가 틀려지게 된 성경의 구절을 시작으로 하는 이책은 본격적인 머리말에서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사상가인 볼테르가 한말인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모든 독서는 오독이고, 모든 번역은 오역이다”라고까지 말한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만큼 번역의 어려움, 더 나아가 불가능성을 언급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번역은 오히려 눈에 거슬린다. 저자와 일대일로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번역가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번역은 반역이다’라고 외친다. 라는 말의 인용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그렇다. 이제는 번역에 대해서 한번제대로 집고 가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고, 열악한 편이라 모국어로 처음부터 나온 책보다 외국어로 된 문학작품이나 외국어로 된 출판물 번역이 더 많은 편이고, 또 그 비율도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저자도 밝혔다시피 급변하는 세계화 지구촌 시대에 날로 새로운 학문이 넘쳐나고, 새론운 이론이 늘어나는 마당에 빠르고 정확한 번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그로인한 세계 최신학문의 흐름을 빨리, 그리고 정확히 받아들일때 학문의 발전, 국력의 증강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 나또한 정말 절실하게 생각해오던 것이었다.
예전 조선시대 이전까지는 책을 수입하는 루트가 중국으로 거의 한정되어 있었고, 그마져도 한문으로 된 책을 그대로 우리 사대부들이 번역없이 스스로 읽어냈다. 번역이라고 하면 조선시대에 이루어진 두시언해 정도나 아님 의서나, 기타 어린이 교육책 등의 한글 번역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번역의 중요성, 혹은 번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계화, 지구촌 시대에 인터넷, 통신 매체의 발달로 오늘 창작된 외국 저작물이나 논문이 오늘 바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시점에서 빠르고 정확한 번역의 시급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또한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는 작년 내생에 꼭 해야할 49가지, 그리고 재작년의 전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우리나라에서도 2백만부 이상팔리면서 관련 저작물이 수십권씩 쏟아져나온 다빈치코드 등 베스트셀러에 외국 저작물이 연속으로 차지하고, 또한 파울로 코엘료, 움베르토 에코,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으로 대표되는 외국문학이 많이 판매되고 읽혀지는 시점에서 이제 번역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고, 하나의 문화수준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그 사회의 척도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번역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빈치코드만 해도 저자의 미숙한 번역과 오역으로 작품의 예술성이나 재미를 해쳤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된 것 아니냐...하지만 작품의 실감성이 분명 떨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이 다빈치코드 번역자만 해도 신문방송을 전공한 미국에 잠깐 유학을 갔다온 해당언어 전공자도 아닌 좀 심하게 말하면 비전문가이다.(물론 해당언어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번역을 잘하는 분들도 많다. 또한 다빈치코드 번역자도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을 것이다.) 우리네 번역현실은 이정도다. 지금 내방에 있는 책만해도 오역 투성이의 책들이 수두룩 할 것이다.
내가 신뢰하는 대표적 번역가로 로마인이야기, 열린책들의 많은 외국소설을 번역하고, 내가 가장 최근에 구입한 프로메테우스(이 책은 중역본이라 좀 찜찜하다.)를 번역한 김석희씨의 성실한 번역, 그리고 쏙쏙 들어오는 한국어 실력, 또 톨스토이 전집을 번역해주신 고려대 박형규 교수님, 그리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콜레라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등 남미권 문학을 많이 번역해주신 송병선 교수님 등이 내 기억에 남는 번역가이다. 특히 송병선 교수님은 콜럼비아에서 몇년간을 석,박사과정을 했고, 그나라 교수님까지 지내서 그나라 문화와 사정을 잘 알고, 또한 번역한 우리나라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쏙쏙 들어오는 번역을 해주셔서 내가 이메일까지 보냈을 정도이다.
각나라의 번역사를 잘 설명해주신 이책에서 또 잘 짚어준 것은 사전이야기였다. 영한사전에 King이라는 말에 임금이라는 우리나라 뜻이 없다는 말에 우리집 사전을 찾아보니 역시나 우리집에도 국왕, 제왕, 이런뜻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사전은 영어사전의 번역이 아니라 일본에서 번역해 놓은 사전을 베낀것이라고 한다. 변변한 영어사전의 제대로 된 번역도 없는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로 인해 아름다운 우리말은 영한사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한문투의 말밖에 없다. 이로인해 번역가들도 어려운 단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것이다.
다음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민음사의 세게문학전집 변신이야기, 천국의 열쇠, 최근의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꿈 까지 여러 언어권의 여러 작품을 번역하고 또 신화연구가로 유명한 이윤기 씨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우리집에도 위에 열거한 책들이 모두 있다. 나도 예전부터 이분의 번역중에 오역이 좀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책을 읽고나서 우리집에 있는 책들을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외국어에 무지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평범한 독자들은 당연히 외국어를 모른다. 설사 원전을 갖다줘도 이윤기씨의 번역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도저히 찾아낼 길이 없다. 번역가를 믿고 그 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번역가가 번역한 책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선택권조차도 없다. 또한 소설가 출신인 그의 맵시있는 우리나라말에 속을 뿐이다. 이제는 믿고 번역본이나 번역소설을 읽고 싶다. 단테클럽도 오역 투성이에 어려운 번역투의 우리말에 대해서 들었다.
번역가는 원저자의 충실한 시녀로 그의 원래 창작의도나 그의 뜻에 거스름이 전혀 없어야 된다고 한다. 또한 이 책에서 나온 유명한 스타 번역가인 이세욱 씨의 번역관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잘 모르는 그나라의 문화나 생소한 말을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그의 말도 일리가 있는것 같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는 아마츄어인 내가 판단할 재간이 없다. 마치 역사란 사실 그대로의 역사와, 사관이 기록한 역사로의 역사라는 이 국사책 맨처음에 나오는 것처럼 둘다 일리기 있는것 같기도 하다.
나는 백년동안의 고독이란 작품을 두번 산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내가 마르케스의 소설을 좋아해서 이 작품을 안정효씨의 번역본으로 샀는데, 후에 안정효씨의 번역본은 윤역, 의역이 너무 많아서 소설의 본뜻을 많이 잃었다는 비판을 보게 되었다. 실제로 안정효 씨는 영어번역본을 중역했는데, 영어번역본 자체가 제2의 창작물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의역이 많다고 하니 그책을 이중번역 했으니 오죽하랴...이러한 중역은 없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M사의 세계문학전집을 좋아한다. 해당언어의 전공자 교수님들이 번역한 책이어서이다. 물론 말많고 탈많은 이윤기씨가 번역한 변신이야기 같은 책도 있지만 대부부은 해당언어 전공자 교수님이 원전 번역을 해서 내가 아주 좋아한 책이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또예프스키전집도 좋아한다. 물론 이책도 처음에는 오역이 많았다고 이책에서 나오는데, 다시 재교열 과정을 거쳐서 나온 책을 나는 보게 되어서 좋았다. 실제 나는 러시아 어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오역이 많은 책이라 해도 어디가 오역이지는 찾아낼 수 없다. 다만 원 작품을 최소한 훼손하지 않았기를 바랄뿐이다.
번역가의 환경이나 번역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참고서적을 직접 사서 번역하셨다는 박상익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번역가의 조건을 여기서 말해본다. 우선 해당언어의 전공자여야 한다. 해당언어만의 미묘한 뉘앙스를 알려면 해당언어의 전공자가 가장 적임자다. 해당언어의 전공자에서 또한 그나라에 유학을 가서 석사나 박사과정은 그나라에서 직접한 그러한 분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나라의 문화나 혹은 학교에서나만이라도 직접 그나라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까...다음으로는 적어도 해당분야의 전공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철학분야 책이라면 적어도 철학을 전공한 분이, 역사학 관련책이면 역사학 전공자여야 한다는것이다. 아니면 이쪽 저쪽에서 아주 오래 살아 두나라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면 좋다. 박노자 교수님 같은 분이 대표적일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우리나라가 못 받는다고 매번 난리다. 하지만 우리나라말은 우선 다른 나라말로 번역이 어렵고, 또한 번역문화가 일본보다 정착이 안되어 있어서이기 때문이다.(일본은 내가 알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설국) 등이 있으니까) 맞는말이다. 우리나라도 시급한 번역 지원금이나 여러 해당언어 전공자들이 모여서 대표작품의 공동번역이 이루어져야 한다.
끝으로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는 우리나라에 대한 문제점 지적,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서 써놓으셨다. 맞다. 당장 우리학교만 해도 인문학부에서 철학과는 거의 폐과위기고, 독문학과와 불문학과는 없어졌다. 모든 학교에서 거의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취업 잘되는 법학, 경영학, 의대로 몰리고 인문학부에서도 영문학, 중문학으로 사람이 몰린다. 벌써 여러해전에 나온 문제인데 더욱 심해져가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번역이 시급하다. 정확하고 확실한 번역으로 또한 번역가를 창작가 못지 않게 대우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문학의 발전도 진지하게 모색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