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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을 쓰는 지금 일요일 저녁 9시, 다음 일주일 출근의 압박을 느끼면서 쓴다. '기쁜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사장이 되면 그럴 수 있을까?'
대부분의 샐러리면은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월요일 아침 집을 나선다.
직장생활 12년차, 요즘은 주 52시간 초과근무 금지제 때문에 예전보다 퇴근시간이 빨라지긴 했다.
하지만 내 직장생활의 7~8년은 일이 다 끝났음에도 눈치를 보며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어차피 늦게 갈거 오전에는 동료와 커피 한잔도 하고 잡담도
했다.
마흔 즈음에 접어들면서 '진정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공무원이나 공기업같은
정년을 보장받는 것이 아닌 사기업에 다니는 나로서는 더 당연한 고민이다.
저자는 말한다. 경험상, 모든 고민이 같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고민에 집중했을 때 얻게 될
힌트들이 나의 삶과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에너지만 소진하고 결국 문제는 해결하지도 못한 채 비관적인 사고를 가지며 끝나게 하는
고민도 있다. 그렇다. 고민하고 생각해 봤자 조금이라도 변화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가치없는 푸념일 뿐이다.
이 책은 회사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들여다보고, 상황마다 회사만이 아닌(사실 에전 2010년
이전까지는 모르겠는데 이후 세대가 취업하면서 이런 생각은 심각한 Workholic이 아니면 조금은 옅어졌다) '나'를 함께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취업, 승진, 연봉 같은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100세 인생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책은 그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Part 3로 나눠져 있다. Part 1은 언젠가 우리 모두 배에서 내려야 할지
모른다 이다. 서퍼로 살아남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오늘날에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서퍼 인생은 이렇다.
일의 세계를 하나의 '거친 바다'라고 봤을 때,
누군가는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하고 호화로운 배에 탑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좋은 배에 타는 대신 훌륭한
서퍼가 되어, 어떤 파도가 오더라도 그 파도에 올라타 즐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p.22
이 이야기에 저자의 동료들은 많은 공감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배에 올라탔다고 하더라도 선장이
되는 것이 아닌 누구든 언젠가는 내려야 하니까라고.
물론 나는 조금 다른 생각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기로 한 이상 동의하고 다음장으로 넘겼다.
저자는 인생에 있어 선택이나 욕망 부분을 이야기 한다.
사실 저자는 자신의 선택 즉, 언론고시를 치르지 않고 스타트업 투자에 일했던 것, 또한 대기업보다는
작은 기업에서 내가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하며 대기업이 10년을 보장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 말은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것 같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물론 대기업에 12년을 다니는 내가 자아실현을 이뤘거나,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삶이 너무 안정만 추구하고 그냥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조금 받아서 조금은 동의하지 않은 부분도 인지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Part 2에 나오는 회사와 공존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를 통해
Part 3에서 정리를 하는데 뒷부분은 많이 공감하면서 봤다.
물론 저자는 회사가 예전 같은 권위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더이상 10년 후, 30년 후의
무엇도 책임져 줄 수 없지만 함께하는 이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든다면 그것이 변화에
걸맞은, 새롭고 현명한 파트너쉽이라고 이야기한다.
Part 2는 세상이 정해준 대로만 일할 필요는
없다 로 세상이 정해준 일반적인 루트가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용기 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됐다. 나는 불평불만만 하고 있지 않았나...
또는 힘드니까, 시간이 부족하니까 하는 핑계를 댔던 것 같다.
직장인 유튜버
한시연님이 보여준 모습이 조금은 답을 주는 방향 같았다. 회사원 리듬이 자신에게 잘 맞고, 조금은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이라고 한다. 유튜브만 전업으로 하면 오히려 업로드 못할지도 모르고, 하루의 규칙적인 생활을 주는 회사를 가는 것이 좋고, 이것이 코어고
자신을 지탱하는 원천이라고 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 일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조금은 우리같은 일반 회사원에게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일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독립출판물 작가 이승희 님, 화가 배희열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멋있고, 부러웠다.
Part3는 적당한 거리에서 회사를 '좋아하는'
방법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생산의 시간과 회사를 '좋아하는'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저자가 이야기한 회사일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그 속에서 1/10을 떼어내어 내 살길을 찾으라는
이야기도 맞다. 하지만 회사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자세를 금방 알아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100을 다해도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 때도 있다.
고등학교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뭔가 설렁설렁 하는 것 같은 나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사실 회사에 그런 고수도 엄청
많다.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부분도, 아닌 부분도 있는 나를 보며 나도 어느덧 직장생활 10년차가 넘은 흔히
말하는 '꼰대의 Mind'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아니라 해도 그럴 수 있고, 그렇다고 해도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그 기준도 상대적인 것을...
저자가 이직 할 때 조금은 '경험이 부족한 어린 여자'라고 비춰 진다고 했고, 자신도 경험이 많은
중년 남자들에 주눅들고 아직도 그 감정을 100%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데일 카네기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 자신이
유일한 인재라는 자신감만큼 나에게 유익하며 유일한 것은 없다'는 이야기도 맞다.
하지만 자신감과 자만을 구별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들어 느끼지만 나이 많다고 무조건 무시하거나 또는 경험을 작은 요소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점점 변화에
둔감해질 것이며, 점점 덜 건강하거나 덜 민첩해질 것이다. 몸값은 어떤 식으로든 오를 것이고, 요구받는 책임과 능력은 가파르게 커질
것이다. 이런 불투명한 상황일 수록, 내가 어떤 식으로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지를 젊을 때
자주, 가볍게, 이것저것 실험하며 체득하고 파악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가볍게 부담없이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봐야,
나중에 진짜 한 방을 날려야 할 때의 타율도 높일 수 있을 테니까. ---p.222
이 말도 맞다.
삶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가고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책이 100% 정답일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이 생각해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좋은 일일 것 같다.
딱 여섯시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나만의 취미, 특기를 살리는 것이 필요한 세상인 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오래, 길게 걸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