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워드
조나 버거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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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야' 이 한 줄의 카피로 어떤 미국 대선은 끝나버렸다. '너 자신을 알라.', '신은 죽었다.' 같은 명언부터 '꺼진불도 다시보자.' 같은 올드한 카피가, '연결의 힘을 믿습니다.', '진심이 짓는다.', 우리의 대표 브랜드, 삼성.', '잘자, 내꿈꿔.' 같은 광고카피, '그런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입니까?' 의 노무현대통령의 사자후까지...

명언부터 광고의 강렬한 카피 한 문장, 대통령선거에서 내뱉는 웅혼한 사자후, 혹은 공익포스터까지 한 마디의 말이 모든 것을 끝내버린다. 오래 기억에 남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든다. 

언어는 마법이다. <매직워드>의 저자 조나 버거는 일과 삶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마법 같은 여섯 가지 말하기 기술을 마케팅 대가의 관점에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항상 논리적 설득이자 감성적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가족과 대화하며 설득한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양치해야 이가 안 썩는다 등 누군가를 설득하는 가장 큰 힘은 언어다. 

일터에서 아이디어를 팔고, 내 관점을 설득시키려 애쓰고, 마음을 얻고 싶은 상대에게도 나의 흥미로운 면을 보여주며 앞으로 이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끌어내게 하는 것이 바로 언어의 힘이다. 

심지어 점심 메뉴를 고를 때에도 언어의 힘,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 들어간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 아니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해장국을 먹자는 등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말이다. '말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말 한마디에 천냥을 잃을 수도 있고, 빼앗길 수도 있다. 말의 힘은 강력하지만 무섭기까지 하다.


 

『매직 워드』에서 조나 버거는 실증적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예시와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언어의 힘을 말해준다.

수많은 TV 프로그램 대본 및 수천 편의 영화 대본, 25만 곡 이상의 노래 가사와 고객 서비스 상담 녹취, 언론 기사 등 엄청난 양의 문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키워드를 만들어냈다. 또한 수만 개의 학술 논문을 연구하고 수백만 개의 온라인 리뷰를 분석하면서 지난 몇십 년간 이 분야에서 진행된 놀라운 연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 조나 버거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다.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수십 편에 달하는 글을 발표했으며, 2017년에는 미국마케팅협회에서 지난 5년간 마케팅이론, 방법론, 실무에 가장 중요하고 오랜 공헌을 한 논문에 수여하는 윌리엄 F. 오델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루에 1만 6천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하고, 이메일을 쓰고, 고객을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친구나 동료, 부모님과 이야기한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언어에 할애하는데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데이트나 결정적 순간 등을 제외하면 말이다. 물론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만 이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특정한 단어는 그만큼 신경쓰지 않는다. 

 

하버드대 연구팀의 무엇이 타인을 설득시키느냐에 관한 연구다. 

복사기를 사용하는 장소에서 "실례합니다. 제가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먼저 써도 될까요?" 와 "실례합니다. 제가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먼저 써도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좀 바쁘거든요." 라고 이야기하게 했다. 

두가지 접근법은 거의 차이가 없다. 단지 후자가 '왜냐하면'이라는 단어를 한마디 덧 붙였다. 

그러자 먼저 복사하라고 양보하는 경우가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딱 한 단어 때문에 50퍼센트나 많은 사람이 설득당했다니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뒤에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서 그랬다고 할 수 있다. 

세번째 부탁은 이렇게 했다. "실례합니다. 제가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거든요. 먼저 써도 될까요? 왜냐하면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 

이 말은 앞의 말의 중복으로 사실 복사기를 먼저 사용해야 하는 의미가 없다. 그냥 복사해야 하는데 또 '왜냐하면'이라고 하고 한 번 더 이야기했다. 

하지만 의미없는 이유를 추가해도 설득 당하는 빈도가 더 늘었다. 결국 "왜냐하면"의 힘이 상대방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섯가지 유형의 매직워드를 다룬다. 

1) 정체성과 능동성을 북돋우는 단어, 2) 자신감을 전달하는 단어, 3)올바른 질문을 던제는데 효과적인 단어, 4) 구체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 5)감정을 자극하는 단어, 6)유사성(과 차별성)을 활용하는 단어다. 

 

예를 들면 1) 정체성과 능동성을 북돋우는 단어에서는 "돈을 절약하는 다섯가지 팁"이라는 게시물이 눈에 들어올 경우, 그게 내게 참고할만한 내용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여기애 "당신"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당신이 돈을 절약하는 다섯가지 방법"으로 바꾸면 갑자기 게시물은 훨씬 개인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내용처럼 느껴진다. 일반적인 정보가 아니라 당신이 유용하게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게시물에 담긴 정보 자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당신"이라는 단어는 관심을 끌고, 관련성을 높이며, 누군가가 직접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P.62  

2) 자신감을 전달하는 언어에서 어떤 식당의 음식이 "맛있었다." 와 "맛있다."라고 과거형과 현재형으로 말할 때 듣는 사람이 후자일 때 더욱 그 식당에 갈 확률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4) 구체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에서는 홈쇼핑 방송 등에서 그냥 '상의'보다 '회색 티셔츠'라고 칭하면 판매량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식이다. 

 

유명한 연설가를 들라고 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들지는 않을 것이다. 로마의 유명한 대 정치가 키케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가로 꼽힌다. 

좋은 연설가란 신중하면서도 유창한 어조로 절도있고 위엄있게 논지를 전달해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윈스턴 처칠같은 연설가도 명확하고 논리적인 주장, 설득력있는 사고, 합리적 아이디어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니다. 중언부언하고, 핵심이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가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왜 그럴까? 트럼프는 사실 사업가요, 영업 전문가다. 

그의 연설은 비록 단어나 수준이 고상하지는 않지만 확신에 차 있고 설득력이 뛰어나고, 특히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청중을 독려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조리 있게 말하려면, 즉 명확한 의도와 배려를 담아서 소통하려면 올바른 단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며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도록 설득하기란 무척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상상력을 북돋우며 사회적 유대감을 쌓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단어는 놀라운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단어가 언제, 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면 누구나 단어를 활용하여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단어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독자든, 단순히 단어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매직 워드는 “아브라카다브라” “열려라, 참깨!” 같은 마법의 주문이 아니다. 인간 행동과 심리에 기반을 둔 강력한 영향력의 말이다.

청중을 대상으로 한 말하기, 비즈니스 협상 및 고객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으로 성공하기(스티브 잡스를 벤치마킹 해보자), 까다로운 상황에서 설득하기, 낯선 사람과 빠르게 친밀감 형성하기 등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야 하는 한 단계 높은 응용 기술 등을 알려준다. 

 

끝으로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약 25만 건의 아마존 도서 리뷰를 분석해 보면 현재시제로 작성된 리뷰의 영향력이 더 높았다. 과거시제로 작성된 의견은 특정 개인이 특정 시기에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재시제는 그보다 일반적이고 지속적일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현재형의 표현이 의견에 대한 확신을 더 줄 수 있다.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매직워드 #조나버거 #문학동네 #비즈니스분야 #마케팅 #설득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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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수업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공부와 그의 시대
피에르 아도 지음, 이세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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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제대로 읽을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책과 고전을 같이 읽으며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북펀딩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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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는 왜 논어와 손자병법을 함께 알아야 하는가 -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몰랐다는 걸 깨닫는 순간 100 최고의 안목 시리즈 1
모리야 히로시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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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십은 아니지만 올해 만 나이로도 앞자리가 4가 찍히게 됐다. 

책에는 50대에 인생의 전환이 온다고 했는데, 40대는 40대의 고민, 방황, 그리고 이 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줄 알았고, 삶의 전반에 있어 '행복'이라는게 있을 줄 알았다. 

물론 나는 소위 말하는 안정적 대기업에, 토끼같은 자식들이 잘 자라주고 있고, 수도권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매우 안정적이고 걱정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회사에 어느덧 후배가 늘어가고, 배우자에게, 자식에게 좋은 어른, 선배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사람과 사람사이는 더욱 어려워졌고, 소통 능력은 떨어져 감을 느낀다.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인간의 지혜를 거의 다 모아놨다고 생각하는 단 한권의 책 <논어>, 그리고 단순한 병법서인줄 알지만 인간세상의 지혜를 담아 놓은 <손자병법>같은 수 천년을 이어온 고전 속에 결국 원칙과 근본 원리가 담겨 있다. 

2,500년 전에도 사람들은 하루 세끼 밥을 먹고,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성공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역시 오늘을 사는 우리도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비행기로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됐다지만 결국 사람이고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책에는 공자의 50가지 지혜와 손자의 50가지 전략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100가지 지혜를 담았다.

일본의 동양고전 해설 대가인 91살의 저자 모리야 히로시는 흔들리는 오십을 다잡아주는 멘토임을 자처한다. 언뜻 보면 성격이 매우 다르게 보이는 『논어』와 『손자병법』을 한 권에 엮었다는 점이다.

오십부터는 왜 『논어』와 『손자병법』을 함께 알아야 할까?

둘 중 하나만 읽으면 한쪽만 보게 된다. 현대에서는 한쪽의 지혜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읽어야만 잡을 수 있다. 한 권만으로는 치우치기 쉽고, 이 둘을 모두 아는 사람만이 그나마 인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든, 우리가 늘 추구하는 행복이든, 부와 명예든, 삶의 의미든 말이다.

『논어』는 사람의 인(仁)과 덕(德)을 기르라는 책인 줄 알았는데, 능력을 기르고 둥글게 살라고 가르친다. 

『손자병법』은 적과 싸워 이기는 방법을 기술한 책인 줄 알았는데, 되도록 싸우지 말고 생각을 하고 싸우지 않고 이기라고 한다.

완전히 다른 분야의 책이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간애’를 말하고 있으며, 정말 중요한 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논어의 처음은 그 유명한 배움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온다. 

子曰(자왈)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락호)아

人不知而不溫(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學而篇(학이편)>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공자는 현실 세계에서 빛을 본 정치가나 입신양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동양 3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성취를 만들었다. 인과 덕을 닦아 세상의 스승이 된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어떻게 하면 군자가 되는가, 참다운 인간, 스승, 선배가 되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항상 침착하게 대비하고, 시야를 넓히고 선인의 지혜를 보라 가르친다. 인간으로서 신뢰를 높이려면 성실해야 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배우고 발전하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실패와 실수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고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역사에서 사례를 찾으라고 가르친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라 가르친다. 

 

무엇보다 평생에 걸쳐서 중요한 것은 서(恕)라고 말한다. 즉,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심 진리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에서 진정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논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2,500년전 이야기라 오늘날과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진정한 진리가 담겨 있다.

 

《손자병법》은 어떤 일이든 기세가 있다. 싸움에도 기세가 있다고 말한다. 
《손자병법》은 기세를 몰아 싸우라고 했다. 기세를 몰아 싸우면 생각지도 못한 힘을 발휘해 그만큼 이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또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세를 타면 병사는 비탈길을 구르는 통나무나 돌처럼 생각지도 못한 힘을 발휘한다. 통나무나 돌은 평평한 곳에서는 멈춰 있지만, 비탈길에 놓으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양이 사각인 것은 정지해 있지만 둥근 것은 구른다. 기세를 타고 싸우는 일은 둥근 돌을 천 개의 골짜기 아래로 굴리는 일과 같다.”

 

손자병법은 결국 싸우지 말고 이기라고 한다.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때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한다. 특히 적을 얕잡아 보는 교만에 빠지만 필패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나의 전력은 최대한 객관화해서 봐야 한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잘났다고 으스대지 말고 준비하고 집중하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써야 한다. 현대사회는 특히 더 그러하다. 

 

인생의 중반 나를 먼저 제대로 진단하고, 나와의 관계를 파악하고 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자의 말씀인 '서'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오십부터는왜논어와손자병법을함께알아야하는가 #모리야히로시 #동양북스 #고전해설서

 

* 동양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정말 의미깊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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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0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감을 갖추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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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타공인 역사덕후(매니아)다.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전공인 법학이나 현재 하는 전자부품, 스마트폰 이야기보다 역사 질문을 더 많이하고 신뢰를 해 줄 정도다.

어렸을때 부터 진정한 꿈은 역사학자 밖에 없었다. 커가면서 스티브 잡스처럼 우주에 다녀간 흔적 정도는 아니라도 한국사회에서 이름을, 또는 흔적을 남겨 놓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재주가 많이 없어서 역사학자가 되면 그나마 내가 가진 재주를 살려서 이 땅에 작은 흔적이나 연구결과를 남겨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전에는 역사대중화 하면 <역사스페셜> 하나 밖에 기억나지 않던(물론 EBS에는 좀더 많았겠지만) 역사 교양 프로그램이 최근에는 차이나는 클라스다, 벌거벗은 세계사(한국사)다, 어쩌다 어른, 선을 넘는 녀석들 등 많이 늘어나면서 유명한 인지도를 갖춘 역사학자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그렇게 연구하고, 자신의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해 주는 유홍준, 신병주 교수님이나 이 책의 저자인 강인욱 교수님이 부러웠다. 워너비 같은 존재라...

 

하지만 이 분들의 저작을 읽으면서 또 한 편으로는 내 재주가 그에 크게 미치지 못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저자의 전작인 <테라 인코그니타>와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을 재밌게 봤다. 역사를 좋아해서 다 읽고 소장하고 있다. 


(흐름출판에서 나온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과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도 다 읽고 소장하고 있는데 집의 서가가 너무 어지러워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일상을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다양한 학문이 다루는 대다수 연구 주제도 이 질문과 맞닿아 있다. 

역사학자는 남아있는 기록물을 토대로 우리의 근원을 탐구하고, 언어학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과 남겨진 자료를 통해 그것에 접근한다. 

고고학자는 오로지 눈앞에 놓인 유물을 통해서 기원을 들여다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유물이 여러 시공간을 거쳐 오면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쓰임새는 무엇이었는지 유물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 우리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역사문제에 단골로 나오고 박물관에 전시된 청동기 시대 비파형 동검이 어떻게 한반도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증명하는지 그 유물을 통해 고고학자는 유물에 스토리를 입힌다. 

역사학자는 다양한 사료와 기록물을 주로 연구하는 반면 고고학자는 오로지 유물을 통해 역사의 구멍난 부분을 메워주고 기존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뒤집기도 한다. 

 

이 책은 4P에 기반을 두고 서른 두가지 주제로 폭을 넓히고 있다. 마케팅이나 경영전략에서 다루는 4P 같은데,

잔치(Party), 놀이(Play), 명품(Prestige), 영원(Permanence) 라는 네가지 키워드로 풀어간다. 먹고, 즐기고, 욕망하고, 죽음을 대하는 모습이 곧 인간의 삶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서른 두개의 유물 이야기는 옛 이야기인 동시에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우리의 대표적인 술인 막걸리부터 시작한다. 막걸리가 언제부터 만들어졌고, 우리가 먹게 됐을까? 아마도 쌀이 재배되기 시작한 시점부터였다고 추적하는데, 꼭 쌀뿐인 것만은 아니므로 그 이전부터 만들어 먹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학자들은 대체로 인류가 빙하기가 끝나가면서 과일이나 곡물, 구근류가 풍부해지면서 이를 술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밀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었고, 이집트 문명에서도 맥주가 널리 마시는 음료라고 일컬어진다. 초기의 맥주는 지금의 막걸리처럼 걸쭉한 형태였다고 한다. 

맥주와 막걸리는 원래 한 조상이었던 것이다. 

중국 허난성 자후 유적에서 막걸리를 담았던 흔적이 남은 토기가 발견되었다. 

쌀에 꿀과 과일을 섞은 막걸리형태의 재료들이 남아있었다. 초기에는 제사 때 용도로 사용하고 그것을 나눠먹었으리라 추정한다. 빨대로 맥주를 마시던 모습을 다룬 고대 이집트 벽화도 보여준다.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발견된 유적인 8000년전 도토리를 불리던 흔적에서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도토리묵의 기원을 찾아간다. 우리는 1만년 동안 이어진 고고학적 안주를 보유했다. 

소주를 통해 증류주의 기원과 그 보급에 대해서 살펴본다. 

 

최근 김치의 원조 국가를 두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논란이 있었는데 채소를 발효시킨 음식은 수천년 전부터 유라시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우리나라는 약 3,500년 전부터 김치를 묻어두던 빗살무늬 김장독이 있었다. 절임배추는 겨울철 비타민이 부족한 유라시아인들에게 탁월한 영양을 공급하던 음식이었다. 

중국에서는 약 2,250년전에 쓰인 <여씨춘추>라는 책에서 3,000년 전 주나라 문왕이 절임채소를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로부터 600년 뒤 공자가 주나라 문왕처럼 절임채소를 따라 먹으려고 했으나 맛이 없어 3년을 노력한 뒤에야 겨우 먹게 됐다는 기록에서 이 절임채소를 먹는 문화가 중국인의 취향에 다소 맞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설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이 절인 채소중에 배추나 무에 젓갈을 넣고, 임진왜란 이후 전래된 고추를 통해 붉은 색이 나는 매운 김치 문화를 만들어냈다. 원조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보편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김장:김치를 만들고 서로 나누기' 문화는 김치의 문화에 대한 의의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삼겹살 또한 유라시아 대륙의 다양한 국가와 민족들이 즐기던 음식이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삼겹살과 소고기에 담긴 역사적 의의를 추적하는 것은 마치 음식역사학자로 유명한 주영하 선생님 책을 읽는 것 같았다. 

 

수렵과 한반도의 벼농사의 기원, 축구의 기원까지 따라간다. 동서양에서 고루 발현한 공놀이 문화는 인류에게 아주 오래된 오락거리였다. 마상에서 이뤄지는 공놀이인 격구는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 널리 유행했다. 우리나라는 이성계가 격구에 능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금관과 인삼의 기원,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메타버스를 이야기 하는 등 역사와 유적, 유물을 통해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홍준 교수님의 추천사가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한다. 대중과 교감하는 글쓰기에 적극적인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진정한 대중성이란 낮은 전문성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노력과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 공감한다. 인류 삶의 다양한 '기원'을 찾아 떠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오래된 것을 다루지만 미래지향적이고 세월의 깊이와 흔적에서 우리의 일상에 의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고고학 책이 재미있다. 

 

지금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은 그것을 처음 만들거나 발견해서 사용한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기원을 알고 그것을 즐기는 것은 엣사람의 의도를 읽고 그것을 정확하게 더욱 폭넓게 누리는데 기여할수 있다. 

내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32개의 옛날, 기원 이야기는 우리가 오늘 누리는 모든 것의 기원을 탐구하는 내용에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오늘,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삶을 성찰하고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 흐름출판에서 제공한 책을 성실하고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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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조숙경 지음 / 타임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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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원전을 간략히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원저가 번역되어 있으면 흥미가 끌리는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하이젠베르크의 1969년 학문적 자서전 성격의 <부분과 전체> 책에 관한 일화도 나온다. 두 번째 영국 유학 중에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책이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나도 소장(?)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다는 말은 유명해서 사기는 샀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런 책이 몇 천권은 되지만 말이다. 

로버트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책도 마찬가지로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책장 어딘가에 쳐박혀 있던 책을 이 책을 계기로 다시 꺼냈다. 지금 초반부를 읽었다.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2,500년 과학사를 움직인 인물들 책은 읽고 싶은 책 목록에 한권이 추가됐다. 이 책은 단순한 책 소개가 아닌 여성과학자(이 표현이 어색하고 맞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저자가 걸어온 1980년대 ~ 2010년대의 30년 정도는 사실 여성과학자가 찾아보기도 힘들었고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이 대표 저작인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라는 책처럼 유리천장도 분명 존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어려움과 노력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쓴 말이다)의 인생의 포인트와 그 속에 늘 함께 있던 애장서 과학책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왜 가야 하는지를 몇 번이나 고민하는 회사원이다. 스티브 잡스가 그렇다면 당장에 때려치우라고 했는데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등 유명한 사람들은 다 하는 말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이렇게 낭비하면 안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이들과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녀야 하고, 그 속에서 또 의미를 찾아야 하고, 또 그런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돌아간다. 

나는 학문을 하고 싶었지만 내 노력 부족, 여러 사회적인 제약으로 할 수 없었다. 그런 안타까움과 나 역시 앞에 말한 많은 사람들처럼 이 세상에 왔다간 흔적을 남기고 싶은데, 이렇게 평범하게 시간을 보내는게 맞는가 반성하면서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비록 올해 만 나이로도 앞자리가 4로 바뀌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겠지? 

 

#클래스가남다른과학고전 #조숙경 #타임북스 #과학책소개 #과학자의인생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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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2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할게요. 묵묵히 걷는 소걸음이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난 젊을때 일하기 싫어서 여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헛 꿈을 꾸기도 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