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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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타공인 역사덕후(매니아)다.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전공인 법학이나 현재 하는 전자부품, 스마트폰 이야기보다 역사 질문을 더 많이하고 신뢰를 해 줄 정도다.

어렸을때 부터 진정한 꿈은 역사학자 밖에 없었다. 커가면서 스티브 잡스처럼 우주에 다녀간 흔적 정도는 아니라도 한국사회에서 이름을, 또는 흔적을 남겨 놓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재주가 많이 없어서 역사학자가 되면 그나마 내가 가진 재주를 살려서 이 땅에 작은 흔적이나 연구결과를 남겨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전에는 역사대중화 하면 <역사스페셜> 하나 밖에 기억나지 않던(물론 EBS에는 좀더 많았겠지만) 역사 교양 프로그램이 최근에는 차이나는 클라스다, 벌거벗은 세계사(한국사)다, 어쩌다 어른, 선을 넘는 녀석들 등 많이 늘어나면서 유명한 인지도를 갖춘 역사학자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그렇게 연구하고, 자신의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해 주는 유홍준, 신병주 교수님이나 이 책의 저자인 강인욱 교수님이 부러웠다. 워너비 같은 존재라...

 

하지만 이 분들의 저작을 읽으면서 또 한 편으로는 내 재주가 그에 크게 미치지 못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저자의 전작인 <테라 인코그니타>와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을 재밌게 봤다. 역사를 좋아해서 다 읽고 소장하고 있다. 


(흐름출판에서 나온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과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도 다 읽고 소장하고 있는데 집의 서가가 너무 어지러워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일상을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다양한 학문이 다루는 대다수 연구 주제도 이 질문과 맞닿아 있다. 

역사학자는 남아있는 기록물을 토대로 우리의 근원을 탐구하고, 언어학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과 남겨진 자료를 통해 그것에 접근한다. 

고고학자는 오로지 눈앞에 놓인 유물을 통해서 기원을 들여다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유물이 여러 시공간을 거쳐 오면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쓰임새는 무엇이었는지 유물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 우리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역사문제에 단골로 나오고 박물관에 전시된 청동기 시대 비파형 동검이 어떻게 한반도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증명하는지 그 유물을 통해 고고학자는 유물에 스토리를 입힌다. 

역사학자는 다양한 사료와 기록물을 주로 연구하는 반면 고고학자는 오로지 유물을 통해 역사의 구멍난 부분을 메워주고 기존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뒤집기도 한다. 

 

이 책은 4P에 기반을 두고 서른 두가지 주제로 폭을 넓히고 있다. 마케팅이나 경영전략에서 다루는 4P 같은데,

잔치(Party), 놀이(Play), 명품(Prestige), 영원(Permanence) 라는 네가지 키워드로 풀어간다. 먹고, 즐기고, 욕망하고, 죽음을 대하는 모습이 곧 인간의 삶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서른 두개의 유물 이야기는 옛 이야기인 동시에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우리의 대표적인 술인 막걸리부터 시작한다. 막걸리가 언제부터 만들어졌고, 우리가 먹게 됐을까? 아마도 쌀이 재배되기 시작한 시점부터였다고 추적하는데, 꼭 쌀뿐인 것만은 아니므로 그 이전부터 만들어 먹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학자들은 대체로 인류가 빙하기가 끝나가면서 과일이나 곡물, 구근류가 풍부해지면서 이를 술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밀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었고, 이집트 문명에서도 맥주가 널리 마시는 음료라고 일컬어진다. 초기의 맥주는 지금의 막걸리처럼 걸쭉한 형태였다고 한다. 

맥주와 막걸리는 원래 한 조상이었던 것이다. 

중국 허난성 자후 유적에서 막걸리를 담았던 흔적이 남은 토기가 발견되었다. 

쌀에 꿀과 과일을 섞은 막걸리형태의 재료들이 남아있었다. 초기에는 제사 때 용도로 사용하고 그것을 나눠먹었으리라 추정한다. 빨대로 맥주를 마시던 모습을 다룬 고대 이집트 벽화도 보여준다.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발견된 유적인 8000년전 도토리를 불리던 흔적에서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도토리묵의 기원을 찾아간다. 우리는 1만년 동안 이어진 고고학적 안주를 보유했다. 

소주를 통해 증류주의 기원과 그 보급에 대해서 살펴본다. 

 

최근 김치의 원조 국가를 두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논란이 있었는데 채소를 발효시킨 음식은 수천년 전부터 유라시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우리나라는 약 3,500년 전부터 김치를 묻어두던 빗살무늬 김장독이 있었다. 절임배추는 겨울철 비타민이 부족한 유라시아인들에게 탁월한 영양을 공급하던 음식이었다. 

중국에서는 약 2,250년전에 쓰인 <여씨춘추>라는 책에서 3,000년 전 주나라 문왕이 절임채소를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로부터 600년 뒤 공자가 주나라 문왕처럼 절임채소를 따라 먹으려고 했으나 맛이 없어 3년을 노력한 뒤에야 겨우 먹게 됐다는 기록에서 이 절임채소를 먹는 문화가 중국인의 취향에 다소 맞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설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이 절인 채소중에 배추나 무에 젓갈을 넣고, 임진왜란 이후 전래된 고추를 통해 붉은 색이 나는 매운 김치 문화를 만들어냈다. 원조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보편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김장:김치를 만들고 서로 나누기' 문화는 김치의 문화에 대한 의의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삼겹살 또한 유라시아 대륙의 다양한 국가와 민족들이 즐기던 음식이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삼겹살과 소고기에 담긴 역사적 의의를 추적하는 것은 마치 음식역사학자로 유명한 주영하 선생님 책을 읽는 것 같았다. 

 

수렵과 한반도의 벼농사의 기원, 축구의 기원까지 따라간다. 동서양에서 고루 발현한 공놀이 문화는 인류에게 아주 오래된 오락거리였다. 마상에서 이뤄지는 공놀이인 격구는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 널리 유행했다. 우리나라는 이성계가 격구에 능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금관과 인삼의 기원,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메타버스를 이야기 하는 등 역사와 유적, 유물을 통해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홍준 교수님의 추천사가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한다. 대중과 교감하는 글쓰기에 적극적인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진정한 대중성이란 낮은 전문성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노력과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 공감한다. 인류 삶의 다양한 '기원'을 찾아 떠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오래된 것을 다루지만 미래지향적이고 세월의 깊이와 흔적에서 우리의 일상에 의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고고학 책이 재미있다. 

 

지금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은 그것을 처음 만들거나 발견해서 사용한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기원을 알고 그것을 즐기는 것은 엣사람의 의도를 읽고 그것을 정확하게 더욱 폭넓게 누리는데 기여할수 있다. 

내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32개의 옛날, 기원 이야기는 우리가 오늘 누리는 모든 것의 기원을 탐구하는 내용에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오늘,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삶을 성찰하고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 흐름출판에서 제공한 책을 성실하고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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