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황금 지도 - 부동산 입지분석 고수 탑곰의 비밀 노트
탑곰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첫 집은 아파트였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부모님 집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렇게 지방 아파트에서 우리집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까지 보내고 대학을 어렵게 재수끝에 서울에 입성했다. 

지금은 감히 엄두도 못낼 집들이 즐비한 곳이지만, 사실 그때도 비쌌다. 학생 시각에서. 

그렇게 대학생활을 서울에서 보내면서 많은 부자 친구들(정확히는 친구의 부모님이 부자였다)을 만났고, 소위 말하는 강남에 사는 사람들, 또 아버지가 누구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배운 시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수원에 직장을 잡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주거문제 때문에 결혼도 몇 번이나 망설였던 시절이 있었다. 

수도권에서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하다못해 신축 아파트는 전세도 비쌌고, 집을 사서 결혼하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 

지금은 나도 딸의 부모지만, 나 역시도 딸이 결혼할 사람을 데려오면 무일푼 보다는 어느 정도 기반이 되어 있는 사람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나 역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사람만 되고, 자신의 가치관이 바르면서 어느 정도 미래가 보이는 사람이라면 당장 돈 많은 사람보다는 그 친구를 택할 것 같다. 

나 역시 남자가 수도권 또는 서울에서 3억 정도 하는 전세집을 온전히 얻어야 된다는 그런 무언의 강요때문에 결혼 안 한적도 있고,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하고 힘들어했던 시절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나는 30세 중반에 결혼을 했고, 둘 다 대기업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모은 짝꿍 때문에 집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물론 수원에서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어서 용인 외곽지역에 미분양된 집을 샀다. 그때가 2017년이었다. (실제 입주는 2019년)

사실 나 역시 많은 젊은 사람들처럼 지금의 여당을 지지했었고(했었다는 표현은 솔직히 다음 선거에는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고 적어도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원했다. 

그때 그런걸 믿지 않고 영끌해서 집을 두 채, 세 채 산 내 친구들은 지금 나와는 전혀 다른 계급이 되어버렸다. 

반면 나보다 더 심한 소위 '문빠'였던 내 친구들 중 일부는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았고 영원히 서울에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아니면 갭투자로 내 집이지만 세입자한테 4년을 주고 집을 사던가(사실 그 사람이 전세를 빼가면 내 줄돈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사지 못할 것이다) 말이다.  

 

나 역시 집을 투기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빚 안지고 살면 된다는 생각에 용인 외곽집이라도 겨우 샀는데 그건 신의 한수였다. 나 역시 문빠처럼 정부를 믿고 집을 사지 않았다면 지금 정말 원망하고 좌절했으리라. 


 

사실 이런 책을 읽고 나도 부동산을 공부하지만 30대 후반이었던 내가 지금의 20대에게는 너무나 미안하다. 사실 이제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연봉 올리고, 모으고 저축하는 친구들은 바보처럼 된 시대가 되어버렸다. 슬프다. 

 

하지만 그런 20대에게도 이런 부동산 입문서를 보고 공부해서 집을 사라고 말해주고 싶다. 

《서울 아파트 황금 지도》는 그런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내 집 마련 입문서이자 친절한 부동산 투자 가이드이다.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 카페 100만 넘는 회원이 인정하는 입지분석의 고수 ‘탑곰’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는 이 책은 서울의 5개 ‘황금 입지’를 기준으로 주목해야 할 호재와 아파트들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책을 펴고 황금 입지를 하나씩 마스터하며 읽다 보면, 어떤 지역을 왜 주목해야 하는지, 가용 자금으로 어디의 똘똘한 아파트를 사야 할지, 교통·일자리·학군의 중심지는 어디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앞으로도 서울에 집을 살 이유가 별로 없기에 술술 넘기면서 봤지만 서울에 직장이 있는 여자친구를 둔 후배나 또는 서울에 집을 사야할 친구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황금입지 5군데는 아래와 같다. 사실 서울의 거의 모든 지역 같다.

황금입지 1 관악구, 은평구, 구로구, 금천구 : 가성비 주거단지의 환골탈태

황금입지 2 서대문구, 강서구, 동대문구 : 뉴타운, 일자리, 교통 호재의 조화

황금입지 3 강동구, 동작구, 영등포구 : 2030년 서울의 주요 도심으로 등극할 곳

황금입지 4 광진구, 성동구, 마포구, 양천구 : 전통학군지와 신흥 학원가의 만남

황금입지 5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 모두가 꿈꾸는 대한민국 최상급지

 

언젠가 빠리의 택시운전기사 홍세화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1%만이 사는 곳, 상위 클라스만 사는 곳 같은 광고가 버젓이 나오고 사람을 사는 곳, 타는 차로 판단하는 곳은 적어도 유럽에서는 없다고 말이다. 

대한민국은 점점 더 자본종속적이고 천민자본주의가 펼쳐지는 것 같다.  

 

반포자이, 마래푸, 고래힐, 반포래미안아이파크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놀랍게도 모두 미분양 아파트였다는 것이다. 지금 이 아파트들은 굳이 가격을 나열할 필요가 없을 만큼 해당 지역에서 대장 아파트로서 단단히 자리 잡았다.

사실 수원에도 지금 10억이 넘는 아파트들 중 대다수는 미분양 아파트였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무려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고, 그동안 이어졌던 서울의 부동산 상승기도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도권을 넘어 전국의 아파트가 지금 이순간도 자고나면 오르고 있다. 

 

어느덧 서울 아파트의 평균가가 10억 원을 돌파했다.

‘더 늦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 하는 불안한 마음에 부동산 시장에 나선 30대의 아파트 매수가 이어진다는 기사도 쏟아진다.

패닉바잉이 이어지는 분위기에 ‘영끌’할 용기는 냈지만, 가진 자산은 턱없이 부족해보이고, 정작 어디에 어떤 아파트를 사야 할지 결정 내리기가 솔직히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자산 대부분을 아파트값으로 내야 하는 월급쟁이의 선택지는 단 하나다.

반드시 오르는 ‘서울의 알짜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 대부분인 아파트가 떨어지면 내가 일한 가치도 떨어지니까 말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기에 앞서, 앞으로 펼쳐질 서울 아파트의 미래와 지금 반드시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 

2장에서는 한 발 더 들어가, 자산 1억 미만부터 20억 이상까지 자산별 부동산 투자 지역과 투자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아파트를 매수하기에 앞서 가장 고민하게 되는 대표적인 선택 기준인 호재 vs 입지, 신축 vs 재건축 · 재개발, 주상복합 vs 아파트 등의 사이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인사이트까지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평당 가격과 호재, 교통, 일자리, 생활환경, 학군 등을 바탕으로 서울의 18개 자치구를 5개 황금 입지로 나누고, 각 황금 입지의 호재와 특성, 엄선한 추천 아파트들을 소개한다.

(실전에 가까운 입지분석을 하고 있다,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부동산을 보는 시각을 길러주기도 한다)
 

나 역시 더 어렸을 때는 이런 부동산 공부가 속물같고 나는 부동산이나 돈보다 지혜와 인성을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따라가야 한다. 아니면 벼락거지가 되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런 투자서 한, 두권 정도는 읽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비에이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페이지 전략 수업 - 그림으로 한눈에 보는
스즈키 히로키 엮음, 이정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오늘을 VUCA시대라 일컫는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글자를 따서 붙인 상황이 빠르게 바뀌는 현대 사회 및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고용시장 상황을 표현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이 책은 이러한 불안감과 막막함이 매일 교차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일본의 비즈니스 컨설턴트 스즈키 히로키는 VUCA시대 현대인에게 전략은 '필수 교양'이라고 강조하며 인류와 함께 축적되어온 전략의 역사를 꿰뚫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 <1페이지 전략 수업>은 고대의 전략 고전인 중국의 <손자병법>에서부터 오늘날 사회를 이끄는 미국의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 + Microsoft도 포함해서 GAFAM이라고도 한다) 까지 뛰어난 지략가와 기업의 전략과 지혜를 소개한다. 

 

어렵고 지루한 일반 전략서와 다른 포맷으로 구성된 이 책 자체가 전략마케팅에 기반한 책이다. 

고대 전쟁과 중세의 정치투쟁, 현대의 비즈니스 경쟁까지 3000년 역사 속 최고 전략 38가지를 선별하여, 각각 3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1페이지씩 일러스트를 활용해 설명한다. 

 

이 책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펼쳐서 아무렇게나 읽고 보면 된다. 

'전략 포인트'에서는 전략을 크게 3가지로 여약하고 있다. 전략서의 문장이나 전략가가 남긴 말 등에서 발췌해서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아가 본서를 읽으면 정말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소개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1장은 시대별 최고의 지략가들을 말한다. 손자, 한비라, 카이사르, 칭기즈칸, 마키아벨리 까지다. 


 

2장은 경쟁전략이다. 전략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마이클 포터부터 비전기업 등을 통해 갱쟁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3장은 경쟁을 피하는 경쟁전략이다. 란체스터 법칙과 블루오션 전략 등이 나온다. 
 

4장은 유명한 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일본인 저자답게 도요타 생산방식부터 물류의 대명사 아마존까지 살펴보고 있다. 

5장 ~ 8장은 각각 실행전략과 혁신전략, IT 시대전략과 과거 전쟁 전략을 통해 전략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난해한 전략을 소개하는 일반 경영서와 달리, 이 책은 고대 전쟁 및 중세 정치 전략을 현대로 가져와, 현대인들이 가지는 고민과 문제점을 바탕으로 재해석하여 직장인부터 전문 경영인까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실천팁을 제시하여 매우 실용적인 책이다. 

 

인류가 이 세상에 온지도 어느덧 수십만년이 흘렀다.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마땅한 전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전략과 기술 중에 어떤 것을 써야 좋을지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략의 큰 줄기를 알고 세부서적을 찾아보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재밌고 쉽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 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리뷰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를 참 좋아한다. 집에 있는 남자 식구들은 다들 역사를 좋아해서 우리집에는 항상 역사책이 굴러 다녔다. 현실적인 이유로 대부분 전공을 법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집안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촌동생이 바로 고고인류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유적지 발굴을 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사실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나는 고고학이나 고대사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사료의 빈곤이 이 역사는 상상이 많이 개입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편집되고, 왜곡되거나 또는 적어도 시각이 개입된 '기록'보다 하나의 유물이 더욱 객관적으로 그 시대를, 사실을 말해줄 때도 있다. 또는 기록으로 전해진 유물이나 역사를 고고학의 발굴이 또는 연구가 증명해 줄 때도 있다. 바로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그러한 매력으로 손을 놓지 못하리라. 

(우연히 강인욱 교수님이 쓰신 책과 강인욱 교수님이 추천한 고대사 연구에 관한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게 됐다)

 

테라 인코그니타 : 미지의 땅, 가보지 않은 곳이라는 뜻이다. 

저자 역시 이야기한다. 고고학은 참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기존의 편견을 벗어나 과거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사의 기록이란 결국 승자의 기록, 또는 누군가의 의견이나 취사선택이 개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문자가 없어 기록을 남기지 못했던 초원의 유목국가들을 막연하게 야만과 미개 또는 무지한 민족이라 경시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고대사는 숱한 외세의 침입과 또한 삼국시대 이전의 기록 유실로 역사기록이 빈약하다. 풍부한 사료가 남은 중국이나 하다못해 우리보다 오랜 역사적 기록을 보존하고 있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많은 일본서기조차도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헌의 부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고고학이다. 고고학이 전하는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유라시아와 신대륙에서 '미개'라는 이름으로 매도되어왔던 여러 민족들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그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문명과 미개라는 이분법적 시각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가진 편견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고대의 사람들은 현대적인 의학지식이 없었지만, 그들만의 경험과 지식으로 전염병과 맞서 살아남았다. 세계 문명사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유물로 꼽히는 청동기와 옥이 그 예이다. 특히 홍산문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여러 지역은 옥을 선호했다. 고대인들은 옥에서 나오는 음이온 살균효과를 알고 있었다. 홍산문화의 제사를 담당했던 신관들의 무덤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옥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관상용이 아니라 옥에 담긴 치욕의 힘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p.56


 

약 4500년 전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는 가슴 통증을 치료하고 음료수 정화하는 청동을 쓴다고 나와있다. 물론 청동에 납이 섞이거나 녹이 슬면 몸에 해롭다는 단점은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청동 화합물이 약으로 사용되었다. 

 

이 책에는 전염병으로 몰살된 홍산문화의 하민망하 유적을 소개하고 있다. 하민망하 사람들은 일부 농사를 짓기도 했지만 풍부한 생태자원 덕분에 수렵과 채집을 주로 했다. 마을의 규모는 계속 커졌고 그러다 약 5000년전 기후가 나빠지고 주변 환경이 안 좋아지면서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다행히 그들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서 기존의 사냥감 대신 당시 개체수가 급증한 산토끼와 설치류인 만주두더지를 사냥해서 먹고 살았는데 여기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결국 이들 중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곳을 버리고 떠난 것이다. 책에는 결국 인류의 역사는 돌고돌아 비숫한 현상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기후 온난화로 북극해가 녹고 있는데 그 속에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들이 다시 출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진시황이 서양인 정확히 말하면 융적이라 불리우던 유목민 계열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지금의 아랍인과 유사한 외모를 가졌을 수도 있다는 가설은 신선했다. 


 

2부에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 과거를 객관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누구나 아는 문무대왕를비와 적석목곽분에서 조금은 생소한 모피와 온돌까지, 교과서에서 접할 수 없지만 새로운 고고학 자료가 증명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리를 중국에서는 동이족이라 불렀고 한 때 공자를 동이족 출신의 우리와 한 피를 교류하는 인물로 여기는데 저자는 공자의 출생 자체를 밝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작업이기에 이 가설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동이족과 중국 고대인들의 관계와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우리가 소중화라는 사상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기자조선에 대한 실체를 고고학적 관점으로 푸는 것도 재미있었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결국 기자조선을 증명할 무덤이나 궁궐 등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서 학문적으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조선의 사대주의가 만들어놓은 상상의 나라 기자조선에 대한 실증적이고 체계적인 이해없이 '기족의 제후'라는 글자만으로 한국사에 대한 확증편향을 잇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저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3부는 약간 시각을 달리해서 고대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동상이몽을 다루고 있다. 인디애나 존스부터 티베트, 냉전시대 등 현대사의 순간순간에 등장하는 고대문명을 대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페루의 삭사이와만 같은 고대 건축물을 볼 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탁월한 기술을 가진 문명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 궁금할 수 있다. 마치 인류가 이전에 한 번 더 뛰어난 문명을 만들었을 같은 느낌말이다. 

그중 땅속에 묻혀 있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미스터리 건축물이 바로 우랄산맥 근처에서 발견된 아르카임 도시 유적이다. 약 4000년 전 유적으로 그 규모가 크다. 

편두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궁금하면 꼭 책을 사보시라!

 

마지막 4부에서는 현재까지 뜨거운 불씨를 안고 있는 역사분쟁과 관련한 고대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같은 당대의 역사분쟁을 보면 고대사가 결코 옛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중일은 서로의 역사를 부풀리면서 상대국의 역사를 왜곡, 편집하길 반복하고 있다.

특히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일본이 만들어낸 모순덩어리의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밝히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조선총독부는 가야에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삼국에 영향을 미쳤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입시키기 위해 옛 가야 영토의 많은 유물을 파헤치고 도굴하면서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1931년 현지 조선인을 앞세워 가야 고분(창녕 제 117호분)을 파헤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고고학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 그들의 비논리를 논리적으로 또 학문적으로 증명해서 꿈을 깨게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란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한계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람들이 어떠한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미지의 땅을 바라보는가를 감안할 때에야 비로소 더욱 편견없이 과거를 바라볼 수 있다. 

객관적인 과거를 지향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과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땅의 모든 역사가 놀랍도록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면서 글을 맺고 있다, 

 

인간의 기록되지 않은 99.7%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고고학의 향연으로 떠나보시라. 역사를 좋아하지만 나 역시 사료가 많고 현재 우리와 가까운 조선이나 고려사에 매몰되어 있었는데 고대역사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그런 책이었다. 

 

* 창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재밌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은 우리 가슴에 늘 준비된 마음입니다."

나는 사랑을 했었고, 사랑을 하고 있고, 또 사랑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나이는 뱃속에서부터 한살을 더 먹는다. 억울하다. 나는 12월생이라 만으로 하면 아직도 30대이지만 한국 나이로는 올해 앞자리가 바뀌었다. 마흔...사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 평균연령대가 높아져서, 또 예전보다 사람들이 젊게 살아서 지금 마흔은 예전의 30대 같다는 스스로 위로를 해보면서 문득 나태주 시인의 이 시집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직까지 마음은 늘 20대 대학생에 가두어 놓고 살고 있다고 느끼는데 불혹의 나이를 맞으면서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는데 문득 살아온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나는 지방에서 평범한 또는 조금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로 유학을 왔고, 지독하게도 힘든 기억이 났던 금융위기 속에서 취업에 성공해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아, 거기! 하는 직장에 다니고 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나태주 시인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인생에 대해서 묻는다면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 셋째도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라떼 최고의 발라더였던 조성모 노래 중에 "그리울 네가 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 감사해요."라는 가사의 구절이 나오는데 가끔은 그런 추억이 그리울 때도 또는 미안할 때도, 아플 때도 있다. 영국의 문인 셰익스피어는 그의 소네트에서 인간이 영원히 사는 길은 '자식'과 '사랑'과 '사랑의 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래서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도 생기는 것이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 내가 따라다녔던 첫사랑, 그리고 열렬히 사랑했던 20대 그 어디쯤, 직장을 다니면서 만난 누군가들...모두 내가 살아온 흔적이었고, 추억이었고, 감사함이었다.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이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보내는 매우 특별한 러브레터다. 시인으로 살아온 50여 년, 그동안 쓴 수천 편의 시들 가운데서 뽑은 사랑의 시편과 신작으로 꾸민 시집이라고 한다.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상의 모든 애인들과 아내들과 딸들에게 보내는 시 142편을 수록하고 있다.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찬 사랑, 하루에도 수십번을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던 초조함,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 지켜보는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까지 담고 있다. 

내가 이 책의 서평에 내 이야기를 구구절절 쓴 것은 결국 시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감명깊게 읽은 시 구절 몇개 적은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힘들고 외로운 순간, 또는 평범한 일상에서 찰나의 감정이든 또는 지금껏 간직해 왔던 그 사랑의 감정으로 삶을 다시 한 번 조여매봐도 좋으리라. 

 

보고 싶었다

많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입속에 남아서 그말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p. 51 그 말

 

아, 문득 예전에 30대 어느 순간 사랑이 잘 안됐을 때 혼자 하루를 누워서 남자지만 훌쩍이며 굶은 적이 있다. 많이 좋아했었다.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하루를 좁은 원룸방에서 자책하며, 또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저녁이 되자 배가 고팠다. 

문득 싸이와 이재훈이었나? 아름다운 이별 이라는 노래 같은데

 

말도 안돼 내가 미쳤나보다

이 와중에 배가 고프니 미쳤나보다

이별하고 나도 그래도 배고프다고

밥먹는걸 보니 나도 사람인가보다

아직까지 티비 막 끈것처럼

그대 얼굴 눈앞에 아른거리지

기지개 한 번 쫙 피고 아주 쉽게 너 없이 살고 싶어 

허나 밈게 그대 나의 삶이었기에 

그댄 나의 꿈이었기에 그댄 나의 천국이었기에

눈물리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이 가사가 떠오르면서 피식 하고 밥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난다. 

사랑은 즐겁다, 기쁘다, 고맙다. 

이별은 슬프다, 힘들다, 아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해야한다. 

나태주 시인이 딸들에게 보내는 사랑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딸을 낳아서 길러보니 조금은 그 심정 알 것 같다. 


 

책이 예쁘다. 중간중간 삽화도 있다. 

 

하늘이 좋다 

바람이 좋다

이 좋은 바람

이 좋은 하늘

너에게 보낸다. ---p.213 너에게 보낸다 中

 

딸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삶의 어느 순간 다 지우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리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다시 이제는 주객이 바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오늘 당신은 사랑하고 있는가? 다 없어져도, 흩어져도 사랑만은 남으리라.

 

* 마음서재 책을 읽고 진솔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드브루 별 헤는 밤 디카페인 (원액) - 5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콜드브루 별 헤는 밤 아메리카노나 라떼 다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커피 향이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