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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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는 경찰을 준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한 학생도 장차 경찰이 되길 꿈꾸며 관련 학과로 진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경찰을 준비하는 사람 혹은 경찰이 되도록 권하는 사람은 왜 경찰이 되는 걸 좋다고 생각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경찰이 국가 공무원에 속하기 때문이 아닐까? 경찰의 업무 자체는 매우 위험하지만, 경찰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이는 군인도 마찬가지이다. 군인의 업무 자체는 위험하지만, 모든 군인은 공무원이기에 직업 자체는 안정적이다. 만약 경찰이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지금처럼 국가 공무원에 속하지 않는다면, 혹은 정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연 많은 청년들이 경찰이 되길 선호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경찰은 경찰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국가 공무원이라는 큰 틀 속에 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와 전혀 다르다. 미국은 각 주별로 경찰을 뽑는 자치경찰제를 시행한다. 미국의 경찰 시스템과 한국의 경찰 시스템이 차이가 난다면 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의 실제 생활도 많은 차이를 보일까? 현 서울성북경찰서장인 최성규 서장은 '총과 도넛'이란 책을 통해 미국 경찰의 시스템과 미국 경찰의 실제 생활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내 생각에 미국 경찰에 관하여 이토록 쉽고도 상세하게 쓴 책은 앞으로도 출판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 경찰은 한국 경찰에 비해 경찰이 되는 것은 쉬운 것 같다. 왜냐하면 미국은 지역마다 경찰을 뽑는 인원이 제각각이고, 사람들이 경찰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 지역에서는 쉽게 경찰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경찰이 되는 것보다 경찰로 살아가는 게 미국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돈과 총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지역마다 자치적으로 경찰을 모집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의 재정 자립도가 경찰의 생활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국 경찰의 급여는 한국처럼 급여가 전국적으로 일정하지 않고,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잘 사는 지역의 경찰은 많은 급여를 받고, 못 사는 지역의 경찰은 적은 급여를 받는다. 단순히 급여뿐만 아니라, 경찰이 사용하는 차량이나 장비 역시 돈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만약 미국 경찰로서 자신이 속한 지역이 경찰 급여를 적게 준다면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복을 입고 알바를 하면 된다.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경찰복을 입고 알바 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한다. 경찰의 알바를 허용해야 그들이 급여를 적게 받아도 그 지역의 경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찰로 사는 게 어려운 이유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총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 범죄자에게 총을 맞을 수 있다. 그건 그들에게 숙명과 같은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세기에 미군이 전쟁에서 죽은 숫자보다, 자국에서 미국민이 총기로 죽은 숫자가 더 크다고 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미국이 매일매일 일상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찰 중에 순찰을 하면서 자신이 총에 맞아 죽을까봐 걱정하는 경찰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 경찰로 산다는 건 참으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미국의 경찰제도와 한국의 경찰제도를 이 책을 통해 비교해보니, 미국과 한국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미국에 대해 어릴 적부터 하도 많이 들어서, 미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은 각 주 하나하나가 나라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0개 주가 제각각 다른 경찰을 운영하고, 다른 법령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는 한국처럼 동질성과 통일성을 강조하는 나라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자치경찰제나 검경 수사권 분리를 섣불리 한국에 도입하는 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미국에서 좋은 것이 한국에서 꼭 좋은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좋은 것이 미국에서 꼭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어쩌다보니 대학동 고시촌에 있는 24시간 스터디 카페에서 이 서평을 쓴다. 나를 제외하고 이 스터디 카페에 있는 모두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 같은데, 부디 그들의 꿈대로 시험에 합격해서 좋은 경찰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성규 #총과도넛 #경찰 #police #cop #미국경찰 #한국경찰 #경찰공무원 #공무원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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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합치 - 예술과 실존의 근원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이근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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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적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내게 클래식 음악은 몰입을 가속화시키는 일종의 촉매와 같다. 그러다가 종종 재즈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재즈 음악을 들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일상에서 클래식 음악은 집중을 위해, 재즈 음악은 이완을 위해 꼭 필요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프랑수와 줄리앙의 '탈합치(De-coincidence)'를 읽으며, 들리지 않는 재즈 음악을 듣는 느낌이었다. 철학자가 쓴 철학책이기에 철학 전공자가 아닌 내가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철학자가 어떤 의미에서 '탈합치'란 말을 사용하는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생소한 '탈합치'는 과연 어떤 뜻일까? 저자는 '탈합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탈합치의 개념은 안착된 합치를 해체할 때 새로운 가능성들이 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사유하는 사명을 지닙니다. 이는 단절, 창조, 나아가 혁명의 거대한 신화에 대립되는 개념입니다. 한 사상가는 이미 사유된 것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스스로 이미 사유한 것으로부터 탈합치할 때 비로소 사상가일 수 있습니다. 미래를 다시 여는 것은 사회에 부과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그 확정성에 매몰되는 적합성과 조정의 형태를 해체할 때 가능합니다." (9쪽)

나는 저자가 말한 합치와 탈합치의 관계를 클래식 음악과 재즈 음악의 관계로 비유하고 싶다. 합치는 자유보다는 질서, 즉흥보다는 계획, 위험보다는 안정을 지향한다. 클래식 음악은 기존에 주어진 틀을 반복할 뿐,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재즈 음악은 다르다. 재즈 음악은 매번 새롭게 연주되는 즉흥성을 기반으로 한다. 어제의 재즈가 다르고, 오늘의 재즈가 다르고, 내일의 재즈가 다르다. 클래식 음악이 합치의 정점이라면, 재즈 음악은 탈합치의 정점이다. 탈합치는 질서보다는 자유를, 계획보다는 즉흥을, 안정보다는 위험을 선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합치는 죽음을 향하고, 탈합치는 생명을 향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탈합치와 합치의 역동성이 잘 드러나는 성경이 바로 요한복음이라고 말한다. 요한복음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 그리고 부활에 나타난 탈합치를 발견할 수 있다.

"신이 탈합치로서, 즉 인간적 죽음으로 죽기까지 하는 그의 아들이 도입한 탈합치로서 사유된다는 점에서 요한복음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모든 가르침은 이 최초의 탈합치를 통해 요청된 성부와의 합치를 역방향으로 가동하는 데 있다. 합치하려면 탈합치해야 한다는 점이 요한복음의 논리적 핵심이며 이로부터 그 역설이 이해된다. 삶을 실질적으로 전개할 수 있으려면 삶에서 탈합치해야 하며, 바로 이것이 삶의 고유성을 이루기 때문이다." (59쪽)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예수를 따르려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은 탈합치의 길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합치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실상 탈합치와 합치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다만 탈합치가 시작되지 않고서는 합치가 따라올 수 없다. 탈합치는 비움이고, 합치는 채움이다. 탈합치는 날숨이고, 합치는 들숨이다. 탈합치는 썰물이고, 합치는 밀물이다. 우리는 탈합치만 하면서 인생을 살 순 없다. 역으로 합치만 하면서도 인생을 살 순 없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에 다 때가 있나니 탈합치 할 때가 있고 합치할 때가 있다. 지혜자는 탈합치 할 때와 합치할 때를 분별한다.

'탈합치'는 예술과 실존의 근원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저자는 탈합치한 예술가로부터 탈합치한 예술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존재의 탈합치를 먼저 경험한 사람이 예술의 탈합치에 도달하는 법이다. 탈합치의 길이 비록 두렵고 불안하지만, 탈합치를 하지 않는다고 우리의 삶이 더 안정된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머무는 이곳은 사실 안정된 자리라기보다는 그저 익숙해진 자리이다. 지루한 익숙함에서 벗어나, 안락함에 중독된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가야 할 탈합치의 순례길을 걸어가고싶다. 아마도 나는 남은 생을 탈합치의 순례자로 살아갈 사명인가 보다.

#프랑수아중리앙 #예술과실존의근원 #교유서가 #탈합치 #요한복음 #복음서 #Decoincidence #철학 #philosophy #순례자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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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유산 - 역사와 과학을 꿰는 교차 상상력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기획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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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떡이 커 보인다. 남의 나라 박물관의 유물은 위대해 보이고, 우리나라 박물관의 유물을 보면 초라해 보인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제국 박물관의 유물을 보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어쩌다가 국내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라 하면 안 가고 만다. 왜 우리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일까?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홀대를 받을 만큼 하찮은 것일까?

나는 최근에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이 기획하고 '동아시아아'에서 출판된 '첨단X유산'을 읽으며 우리의 문화유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그저 남의 나라 유물 귀한 줄만 알았지, 우리의 문화유산이 이토록 값어치 있는 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첨단X유산'은 현재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동궐도, 고려청자, 조선백자, 사인검, 보성관, 대동여지도, 수선전도, 오마패, 혼천시계, 태항아리 등을 첨단 과학기술로 재조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장은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특강과 첨단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특강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총 20개의 특강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여태껏 여러 명의 저자가 공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이 쓴 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책을 쓰다 보면 글의 수준이 고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놀랍게도 이 책은 저자들의 학식과 수준이 높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글이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인문학자들과 공학자들의 콜라보로 만들어졌다. 만약에 인문학자들만이 모여서 이 책을 만들었다면 지금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아마도 어려운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 공학자들이 과거의 유물을 드론, 디스플레이, 리소그래피, 기가스틸,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5G, 양자통신, 바이오기술 등과 연결해서 소개하니깐 박물관이 죽어있지 않고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과거의 유물을 그저 과거의 유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를 위한 유물로 생각하고 참신하게 접근할 때 비로소 우리의 교차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고려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조명철 교수는 이 책의 닫는 글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번 콜라보는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 새로운 관점, 엉뚱한 상상력 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우리 민족의 유산이 당대 최고의 수준에 이르는 데에는 인문학적 창조력이 요구되었고, 이는 지금의 첨단기술이 발전하는 과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문학적 창조력은 천재적인 개인 또는 집단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당대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유산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384쪽)

국보급의 문화유산은 당대 최고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기술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탄생한다. 과거의 선조들이 국보급 문화유산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적당한 수준에서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름다운 비색을 내기 위해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다면 도공에 의해 고려청자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수천 번 혹은 수만 번 지도를 수정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대동여지도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국보급의 문화유산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기술력 말고도 최고의 장인정신을 필요한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우리의 후손들이 2020년대를 바라봤을 때, 선조 된 자로서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문화유산을 남겨줄 수 있을까? 나도 우리의 선조들처럼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남겨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값진 인생일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선조가 아니라,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물려주는 선조가 되고싶다.

#첨단X과학 #동아시아 #고려대학교박물관 #고려대학교공과대학 #한국사 #역사 #과학기술 #장인정신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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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 트러블 - 성인지 페미니즘
오세라비 외 지음 / 가을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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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화장품을 새로 사야 했다. 원래 쓰던 로션을 다 사용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니 점원이 어느 로션을 추천했다. 가격이 적당해서 별생각 없이 로션을 샀다. 며칠 동안 세안 후에 로션을 발랐다. 바를 때는 괜찮은데 얼마 지나니 입 주변에 트러블이 올라왔다. 트러블을 무시하고 일주일간 더 사용했다. 피부가 뒤집어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사람들 만나기 민망할 정도였다. 더 이상 이 로션을 쓸 수 없어서 순한 아이 로션을 발랐다. 아이 로션을 바르니 서서히 트러블이 가라앉았다. 새로 산 로션은 몸에 바르는 바디로션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연초부터 피부 트러블 때문에 신경이 거슬렸다.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트러블의 원인이 되는 화장품의 사용을 즉각 중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피부가 더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을밤에서 최근에 출간된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을 읽으며, 성인지 감수성을 덕지덕지 발라서 트러블투성이가 된 대한민국이 연상되었다. 성인지 감수성을 바르기 전에는 대한민국이 봐줄 만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트러블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성인지 감수성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트러블 메이커가 된 걸까?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은 대한민국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의 실태와 현황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성인지 감수성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오세라비 작가가, 2부는 사법부의 성인지 감수성 용어 남용에 대한 위험성과 우리의 대응'이란 제목으로 안요한 대표가, 3부는 '나다움 어린이 책과 성인지 감수성'이란 제목으로 전혜성 연구위원이 각각 집팔했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기에, 책을 완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성인지 감수성을 교육하는 데 31조 7000억 원의 국가 예산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31조면 국가 예산의 6%에 해당하는 상당히 많은 액수이다. 그렇기에 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여성단체와 같은 특정 세력을 위한 예산 몰아주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못해서 파산 직전인데,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는 세력은 막대한 예산으로 흥청망청 돈잔치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게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까?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오히려 발언의 자유,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관용의 정신을 제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ㅇ성계의 성인지 개념의 과도한 사용에 대해 우려하지 않ㅇ르 수 없다. 이데올로기의 노예는 위험하다. 성인지 만능시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결국 성인지 감수성도 젠더 페미니즘 전쟁의 새로운 전략일 뿐이다." (53쪽)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을 읽으며, 대한민국에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3무'로 정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대한민국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무근본적'이다. 인류 역사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교육한 전례가 없다. 도대체 이 뿌리 없는 교육의 결과로 대한민국은 어떤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가?

또한 대한민국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무제한적'이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면 때와 장소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에게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급진 페미니즘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실시되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분명히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무질서'를 야기한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남성과 여성을 상호 동반자의 관계로 보지 않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본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의 학교, 가정, 회사, 사회는 더 무질서해졌다. 남과 여의 신뢰는 깨지고 곳곳에 트러블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무근본적이고, 무제한적이며, 무질서를 야기하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은 대한민국에 더 큰 흉터를 남길 것이다. 남과 여를 적대시하는 교육이 아닌 서로를 상호 존중과 평화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평화교육이 필요하다. 트러블 메이커를 양성하는 교육이 아닌 피스 메이커를 양성하는 새로운 교육의 도래를 갈망하며 이 책의 일독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오세라비 #안요한 #전혜성 #성인지감수성트러블 #가을밤 #미래대안행동 #바른인권여성연합 #페미니즘 #성인지감수성 #젠더감수성 #feminism #feminist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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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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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는 내가 사석에서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다. 이와 관련된 대화는 본전을 찾기 힘들다. 대다수의 인간은 종교와 정치에서 나름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 대화를 통해서 이 식견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종교와 정치는 개인의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칫 이를 잘못 이야기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 상처는 관계의 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혹시 종교와 정치를 언급하려면 마음속으로 먼저 각오해야 한다. 이 대화를 마지막으로 관계가 깨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애석하게도 오후 작가의 신작 '믿습니까? 믿습니다'에서 종교와 정치라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다. 이왕 오후 작가가 종교와 정치를 건드릴 거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주제만 살짝 건드려야 했다. 그랬다면 이 책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신화와 미신을 교정하는 좋은 책으로 길이길이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오후 작가는 지혜롭게 낄끼빠빠하지 못했다. 저자는 종교와 정치를 싸잡아 언급하며 그 누구도 선뜻 동의하기 힘든 말을 했다.

"어쩌면 예수가 2,000년 전에 하고 싶었던 게 공산주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의 일생에서 신비 요소를 제하고 나면 공산주의자와 흡사한 모습만 남는다. 다만 시대적 한계로 예수는 자기 생각을 사상으로 발전시킬 만큼 체계를 세우지 못했고, 자의든 타의든 구원자로서 종교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마르크스는 생전에 자신의 사상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아마 예수도 오래 살았다면 비슷한 말을 했을 것 같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263쪽)

예수가 공산주의자라니? 이는 예수쟁이가 아니라 공산주의자가 분노해야 할 말 아닐까? 공산주의의 역사를 안다면, 과연 예수가 공산주의자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가 들어간 곳에서 가장 먼저 핍박받은 사람이 예수쟁이였는데 말이다. 예수가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김일성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처럼 황당하다. 오히려 나는 예수가 공산주의자였을 확률보다 김일성이 그리스도인이었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의 어머니 강반석은 교회 신자였고, 그의 할아버지 김형직은 선교사들이 세운 미션스쿨 숭실중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일성이 북한에서 그리스도인에게 가했던 참혹한 핍박을 생각한다면 김일성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건 역사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물며 예수가 공산주의자였다는 말은 더 말해서 무엇하랴.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점성술, 손금, 관상, 사주, 팔자 등등을 이야기할 때 저자의 지식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저자가 종교와 정치를 연결해서 이야기할 때 혀를 끌끌 차면서 책을 읽었다. 종교와 정치에 관해서는 가능하면 언급 안 하는 게 좋다. 오랜 내공을 쌓았거나, 상대를 설복시킬 인격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 이 책이 종교와 정치는 빼고 더욱더 과학적 미신에 집중했다면 훨씬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기획과 편집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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