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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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는 경찰을 준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한 학생도 장차 경찰이 되길 꿈꾸며 관련 학과로 진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경찰을 준비하는 사람 혹은 경찰이 되도록 권하는 사람은 왜 경찰이 되는 걸 좋다고 생각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경찰이 국가 공무원에 속하기 때문이 아닐까? 경찰의 업무 자체는 매우 위험하지만, 경찰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이는 군인도 마찬가지이다. 군인의 업무 자체는 위험하지만, 모든 군인은 공무원이기에 직업 자체는 안정적이다. 만약 경찰이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지금처럼 국가 공무원에 속하지 않는다면, 혹은 정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연 많은 청년들이 경찰이 되길 선호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경찰은 경찰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국가 공무원이라는 큰 틀 속에 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와 전혀 다르다. 미국은 각 주별로 경찰을 뽑는 자치경찰제를 시행한다. 미국의 경찰 시스템과 한국의 경찰 시스템이 차이가 난다면 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의 실제 생활도 많은 차이를 보일까? 현 서울성북경찰서장인 최성규 서장은 '총과 도넛'이란 책을 통해 미국 경찰의 시스템과 미국 경찰의 실제 생활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내 생각에 미국 경찰에 관하여 이토록 쉽고도 상세하게 쓴 책은 앞으로도 출판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 경찰은 한국 경찰에 비해 경찰이 되는 것은 쉬운 것 같다. 왜냐하면 미국은 지역마다 경찰을 뽑는 인원이 제각각이고, 사람들이 경찰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 지역에서는 쉽게 경찰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경찰이 되는 것보다 경찰로 살아가는 게 미국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돈과 총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지역마다 자치적으로 경찰을 모집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의 재정 자립도가 경찰의 생활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국 경찰의 급여는 한국처럼 급여가 전국적으로 일정하지 않고,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잘 사는 지역의 경찰은 많은 급여를 받고, 못 사는 지역의 경찰은 적은 급여를 받는다. 단순히 급여뿐만 아니라, 경찰이 사용하는 차량이나 장비 역시 돈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만약 미국 경찰로서 자신이 속한 지역이 경찰 급여를 적게 준다면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복을 입고 알바를 하면 된다.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경찰복을 입고 알바 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한다. 경찰의 알바를 허용해야 그들이 급여를 적게 받아도 그 지역의 경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찰로 사는 게 어려운 이유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총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 범죄자에게 총을 맞을 수 있다. 그건 그들에게 숙명과 같은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세기에 미군이 전쟁에서 죽은 숫자보다, 자국에서 미국민이 총기로 죽은 숫자가 더 크다고 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미국이 매일매일 일상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찰 중에 순찰을 하면서 자신이 총에 맞아 죽을까봐 걱정하는 경찰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 경찰로 산다는 건 참으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미국의 경찰제도와 한국의 경찰제도를 이 책을 통해 비교해보니, 미국과 한국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미국에 대해 어릴 적부터 하도 많이 들어서, 미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은 각 주 하나하나가 나라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0개 주가 제각각 다른 경찰을 운영하고, 다른 법령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는 한국처럼 동질성과 통일성을 강조하는 나라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자치경찰제나 검경 수사권 분리를 섣불리 한국에 도입하는 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미국에서 좋은 것이 한국에서 꼭 좋은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좋은 것이 미국에서 꼭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어쩌다보니 대학동 고시촌에 있는 24시간 스터디 카페에서 이 서평을 쓴다. 나를 제외하고 이 스터디 카페에 있는 모두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 같은데, 부디 그들의 꿈대로 시험에 합격해서 좋은 경찰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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