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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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는 내가 사석에서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다. 이와 관련된 대화는 본전을 찾기 힘들다. 대다수의 인간은 종교와 정치에서 나름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 대화를 통해서 이 식견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종교와 정치는 개인의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칫 이를 잘못 이야기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 상처는 관계의 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혹시 종교와 정치를 언급하려면 마음속으로 먼저 각오해야 한다. 이 대화를 마지막으로 관계가 깨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애석하게도 오후 작가의 신작 '믿습니까? 믿습니다'에서 종교와 정치라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다. 이왕 오후 작가가 종교와 정치를 건드릴 거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주제만 살짝 건드려야 했다. 그랬다면 이 책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신화와 미신을 교정하는 좋은 책으로 길이길이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오후 작가는 지혜롭게 낄끼빠빠하지 못했다. 저자는 종교와 정치를 싸잡아 언급하며 그 누구도 선뜻 동의하기 힘든 말을 했다.

"어쩌면 예수가 2,000년 전에 하고 싶었던 게 공산주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의 일생에서 신비 요소를 제하고 나면 공산주의자와 흡사한 모습만 남는다. 다만 시대적 한계로 예수는 자기 생각을 사상으로 발전시킬 만큼 체계를 세우지 못했고, 자의든 타의든 구원자로서 종교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마르크스는 생전에 자신의 사상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아마 예수도 오래 살았다면 비슷한 말을 했을 것 같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263쪽)

예수가 공산주의자라니? 이는 예수쟁이가 아니라 공산주의자가 분노해야 할 말 아닐까? 공산주의의 역사를 안다면, 과연 예수가 공산주의자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가 들어간 곳에서 가장 먼저 핍박받은 사람이 예수쟁이였는데 말이다. 예수가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김일성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처럼 황당하다. 오히려 나는 예수가 공산주의자였을 확률보다 김일성이 그리스도인이었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의 어머니 강반석은 교회 신자였고, 그의 할아버지 김형직은 선교사들이 세운 미션스쿨 숭실중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일성이 북한에서 그리스도인에게 가했던 참혹한 핍박을 생각한다면 김일성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건 역사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물며 예수가 공산주의자였다는 말은 더 말해서 무엇하랴.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점성술, 손금, 관상, 사주, 팔자 등등을 이야기할 때 저자의 지식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저자가 종교와 정치를 연결해서 이야기할 때 혀를 끌끌 차면서 책을 읽었다. 종교와 정치에 관해서는 가능하면 언급 안 하는 게 좋다. 오랜 내공을 쌓았거나, 상대를 설복시킬 인격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 이 책이 종교와 정치는 빼고 더욱더 과학적 미신에 집중했다면 훨씬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기획과 편집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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