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성향의 저자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일본인으로서의 한계가 있다. 타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은 결국 자국민 피해자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과거 일본인의 악마같은 만행을 보면서도 그들에게서 기어코 인간적인 면을 찾으려 애쓴다. 그런 부분을 읽을 때마다 이해가 되면서도 불편해지는 게 사실이었다.그래도 일본의 만행을 최대한 고발하려 한 진심은 느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욕탕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되기라도 한듯한, 팔자 좋게 뜨거운 물을 즐기는 느낌이다. 그러다 후반부에 일본 내 독가스 문제로 초점이 바뀌고나서는 욕탕이라는 곳이 죄악을 씻기 위한 침례의 장소라도 되는 듯 엄숙해진다.
자랑이 반복되니 조금 지친다. 물론 그럴만한 업적이 많은 분인 건 맞다. 그런데 왜 우리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밖에 모르는 걸까. 우리는 기술과 경영을 뛰어넘는 스타를 만들지는 못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자랑거리가 많은데 전부 스스로 말해야 겨우 알아준다. 시스템보다 더 큰 아이콘이 보고 싶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큼 강하지 않다. 약자들도 보기만큼 약하지 않다.” p. 297‘강자를 이길 약자의 전략’ 같은 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약자의 전략이란 게 약자라는 상태인 건데, 약자는 항상 무시당하고, 고통 받고, 욕을 먹기 때문이다. 순 손해보는 것 투성이다. 어느 순간에 가서 저자는 심지어 용서와 사랑과 포용까지 약자의 무기라고 주장한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까지 가려다가 가까스로 멈춘 느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 아닌가 싶다. 약자들 보다는 강자들을 설득하기에 적합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