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에게 친절하기로 했다 - 나를 아끼고 상처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크리스토퍼 거머 지음, 서광 스님 외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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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를 보면 현대인, 특히 자존감 낮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책을 펼쳐보면 일종의 불교적 명상법을 가르쳐주는 내용이다. 

 

 처음의 당혹감을 추스르고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이해가 잘 안 가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라도 내가 이해를 제대로 했더라도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 마음이 든다. 

 

 책의 핵심은 자기연민과 마음챙김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자기연민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 나온다.  

 

‘자기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네이버 국어사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깊은 뜻이 있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부정적 태도로 자신을 더 힘들게 하기보다, 자신의 상처와 상황에 대해 먼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와 일맥상통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자기연민이란 수용의 한 형태다. 수용이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받아들이는 일을 가리킨다면, 자기연민은 그런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고 있는 자신을 수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연민이란 고통스러워하는 우리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 56

 

 마음챙김이란 개념도 자기연민과 비슷한데, 좀 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챙김이란 힘겨운 일을 겪을 때 우리를 몸에 안심하고 계속 머무르게 해주는 특별한 자각 상태다. 마음챙김은 불필요한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하나의 생활방식이 될 수 있다. 마음챙김 상태에서는 불쾌한 경험으로부터 굳이 도망칠 필요가 없다. 불쾌한 경험 주위에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p. 61

 

 얼핏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저자는 독자가 계속된 뜬구름 잡는 소리로 혹시라도 흥미를 잃고 포기할까봐 계속해서 다음 단원에 나오는 내용을 미리 예고한다. 자기연민이라는 원래 있던 개념을 먼저 내세우고, 그 이후에 마음챙김이란 낯선 용어를 내보이는 것도 비슷한 목적으로 생각된다. 워낙에 이해하기 쉽지 않고, 흥미를 잃어버리기 쉬운 탓이다. 

 

 내용과 관련된 과학적 실험 결과를 박스 안에 넣어서 사이사이에 배치하기도 한다.(과학의 권위를 빌려오는 느낌. 큰 도움은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 개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보다는 ‘무엇이 아닌지’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 개념들이 애초에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기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마음챙김이 아닌 것’이라는 제목의 박스(p. 86)에는 6가지의 마음챙김이 ‘아닌 것의 예’가 등장한다. 

 마음챙김은, 느긋해지려는 것이 아니다, 종교가 아니다, 평범한 생활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비워내는 것이 아니다, 어렵지 않다, 아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6가지에 더해서 마음챙김은 현실도피도 아니고, 자포자기도 아니고, 맹목적 수용도 아니고, 체념이나 침체도 아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아닌 것’들이 마음챙김을 설명해주는 단서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기로 가장 가까운 개념이 현실도피일 것 같은데,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점이 어렵다. 

 명상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마치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듯’한 시점을 요구할 때가 많다. 마음챙김은 거의 그 정도 수준을 요구하는 개념이다. 자기 자신을 빠져나와서 일체의 집착 없이 객관적으로 그것을 ‘관조’하는 것 말이다. (이것조차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일반적으로 자기연민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태도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현대인이라면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기 위해 자기연민부터 제거하려고 애쓰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반대로 자기연민을 통해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 목적성 자체에는 수긍이 간다. 객관성을 잃어버리면 문제를 파악조차 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거기에 더해 자기를 몰아붙여서는 문제가 더욱 커질 뿐이라고 한다. 저자가 내세우는 공식은 이렇다. 

 

 아픔 × 저항 = 고통

 

 다분히 불교적인 색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집권층이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태도 같아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아픔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원래 인생은 아픔이니까, 그것을 받아들이고 관조해라. 그러기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모든 문제는 개인 수준의 정신승리로 해결 가능하다. 모든 것은 ‘오해’의 문제일 뿐, 객관적으로 ‘이해’하면 문제가 될 수가 없다. 너무 순진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런 정신승리가 필요하려면 모든 방법을 다 강구했지만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하지만 도무지 그냥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가장 비슷한 개념이 ‘현실도피’라고 생각한 것이다. 진화론자들이 들으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아픔에 대한 저항 없이 생명체는 생존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는 발전할 수 있을까. 

 

 가만히 보다 보면 이런 식의 치료법이 시행되는 곳은 미국의 대도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기도 힘든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고학력으로 단련된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생계의 문제가 아닌 마음속을 괴롭히는 문제 해결에 이런 고급(?) 치료를 받는다는 건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 전통적인 정신과 치료나 종교 활동이 아니라 대안적인 명상을 치료법으로 선택하려면 상당히 진보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그 정도의 잘난 사람들이라면 마음챙김의 태도를 불쾌한 집권층의 프로파간다로 여기지는 않을 테니 문제될 건 없다. 

 

 저자는 이것이 종교가 아니라고 했지만, 유사성을 들어 불교로 분류해 본다면, 대승불교 보다는 소승불교에 가까운 것 같다. 개인적인 수행이 좀 더 강조되는. 그래서 책은 개념 정의보다는 체험 자체를 요구하고 있다. 명상을 함께 하면서 읽어 내려가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인 것이다.  

 

마음챙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체험해봐야 한다. 말로는 마음챙김을 적절히 표현할 수 없다. 마음챙김의 순간이란, 말보다 앞서 경험하게 되는 일종의 자각이다. p. 61-62

 

 종교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정도라면 거의 신흥종교에 필적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종교라고 말하지 않는 종교라고나 할까. 

 

 하지만 확실히 소승불교는 책으로 배우기 힘들 수밖에 없다. 명상 방법을 글로 읽으면서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가 없다. 아마 절이었다면 죽비로 한 대 맞았을 것이다.  

 

 불교적인 배경지식이 있고, 명상을 적극적으로 삶에 적용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추천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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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ta 2019-02-21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비판적인 도서 평가이네요. 혹시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책은 현실도피, 경제력, 신흥종교 등과는 전혀 무관한 책입니다. 번역 과정에서 한번 꼬이고, 그렇게 번역된 글을 독자가 읽는 과정에서 다시 곡해가 일어난 듯합니다. 저자와 역자, 독자가 직접 만나 오해를 풀었으면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렵겠지요. 번역의 문제라고 해서 원서로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하여튼 제가 아는 한에서는, 이 책은 명확하지 않은 개념을 공연히 어렵게 꼬아서 만든 책은 결코 아닙니다(그럴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경제력 있는 지식 계급의 한가한 치료 활동도 절대 아니고요. 적절한 번역과 올바른 독해는 항상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내 저자라면 모셔다 놓고 오해를 풀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서광 스님을 위주로 하는, 거머 박사의 Mindful Self-compassion(MSC) 모임에 실제 나가보시면 이러한 오해는 어느 정도 풀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주저리 주저리 제가 아는 말만 늘어놓았네요, 죄송합니다.

Bookbuff 2019-02-22 00:47   좋아요 0 | URL
안타까움이 담뿍 묻어나는 댓글 잘 봤습니다 ㅎㅎ 그런데 ‘모임에 실제 나가보시면’ 오해가 풀릴 거라는 말씀은 다시 포교용이라는 생각이.. ㅠㅠ 어떤 종류의 종교이든 그 종교의 ‘도’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죠 책 한 권으로 이해하기를 바란 저의 욕심이 문제라면 문제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