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 의례 - 대면 행동에 관한 에세이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38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아카넷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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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먼이 보기에 자아는 정서적으로 취약하다. 쉽게 상처 받고, 배신당하고, 망신당하고, 당황한다. 고프먼은 이러한 자아의 취약성은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희극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거부당하는 고통을 겪을 때, 존중 받고자 하는 마음이 타인에게 퇴짜를 맞거나 자기 자신마저 의심스러워질 때에는 비극이다. 그러나 고프먼이 보기에 자아에는 희극성도 잠재해 있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불쑥 허세가 튀어나오고 가식이 드러나면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다.
고프먼은 자아에는 취약성과 더불어 활력성도 있다고 본다. 만일 모든 상호작용이 실패, 노출, 거부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라면, 그런 위험한 상황을 장악할 수만 있으면 그에 따르는 보상도 약속되어 있다는 뜻이다. 고프먼이 보는 최소주의적 세계에서는 비극이나 승리 모두 규모가 작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한 사람의 자아가 문제시되는가 하면 내기에서 이기는 사소한 기쁨으로 자아의 가치가 재확인되기도 하는 것이다.
상호작용 의례는 자아의 양면성에 모두 걸쳐 있다. 어떻게 보면 책 앞부분은 초기의 중요한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아의 취약성과 위험에 더 무게를 두었다. 반면에 행동이 있는 곳은 자아의 도취와 충일 지향성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의 전모라는 사실, 존중의 의례가 사람들 사이의 가장 평범한 접촉까지도 규정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 고프먼의 천재성이 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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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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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쓴 책 중 하나인 『행동하는 세계에서의 사색Contemplation in a World of Action』에서 머튼은 오랫동안 교회가 상반된 것이라 표현해온 영적인 사색과 세속적 참여의 관계를 고찰한다. 그는 이 두 가지가 결코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물러남과 사색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시간은 언제나 이 세상에 대한 책임, 이 세상에서 져야 할 나의 책임을 상기시킨다. 머튼에게 중요한 것은 참여 여부가 아니라 참여 방식이었다.

내가 살아갈 시대는 선택할 수 없다 해도,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현재 일어나는 사건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참여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세상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사와 시간 속에서 이 세상의 과업과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 P119

한 발짝 떨어지는 것은 여기에 수반되는 모든 희망과 슬픈 사색을 품고 현재의 세계를 미래에 가능한 세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현재에 책임을 느낌으로써 우리는 에피쿠로스학파가 말하는 좋은 삶의 희미한 윤곽을 감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삶은 ‘신화와 미신‘, 즉 인종차별과 성차별, 동성애 혐오, 트랜스젠더 혐오, 외국인 혐오, 기후변화 부정, 그밖에 현실에 기반이 없는 다른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삶이다. 이는 하찮은 일이 아니다. 관심경제는 우리를 참담한 현실에 계속 붙잡아두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우리가 겪는 고충이 과거에 어떤 형태였는지 인식하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든 실망하거나 타격받지 않고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 발짝 떨어지는 순간에 영원히 떠나고 싶은 절박한 욕망이 지금 이곳에서 거부라는 선택지를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다짐, 거부라는 공동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겠다는 다짐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저항은 참여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이 참여는 새로운 방식, 즉 패권 경쟁의 권위를 훼손하고 그 바깥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참여다. - P124

모든 아이디어는 나 자신과 내가 만나는 모든 것 사이에 있는 불안정하게 변화하는 교차점에서 생긴다. 더 나아가 생각은 내 안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라고 인식하는 것과 내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 사이에서 생긴다. 인지과학자 프란시스코 J. 바렐라Francisco J. Varela와 에번 톰프슨Evan Thompson, 엘리너 로시Eleanor Rosch는 현대 인지과학과 고대 불교의 교리를 비교한 책 『몸의 인지과학』에서 흥미로운 과학 연구를 통해 이 생각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면 이 책은 시각이 자연의 특정 색깔과 함께 진화했다는 사례를 들며 인식은 그저 ‘저 바깥‘에 있는 정보를 전달할 뿐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저자들의 말처럼, "인지는 이미 주어진 정신이 이미 주어진 세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정신이 함께 창출해내는 것이다." - P247

이러한 생태학적 이해는 비와 구름, 강 같은 ‘물질‘들을 식별하게 해주는 동시에 이러한 정체성이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심지어 산도 침식되며, 우리 발밑의 땅도 거대한 판을 따라 움직인다. 또한 (구름이라는 것을 지칭할 이름이 있는 것은 유용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가리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때때로 서로 만나며 ‘구름‘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유지되는 일련의 흐름과 관계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는 이 이야기가 익숙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이는 내가 상상 속 자아를 ‘피부라는 포대‘ 안팎의 여러 현상의 교차점에서 나타나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할 때 사용한 틀과 유사하다. 수원이 정확한 위치 파악을 거부하듯이 우리도 규정되기를 거부하며 우리의 관계와 공동체, 정치가 그러하듯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난다. 현실은 뚜렷하지 않다. 현실은 체계화되기를 거부한다. 미국의 개인주의에 대한 집착과 개인화된 필터버블, 퍼스널브랜딩 같은 것(원자화된 개인이 절대 서로 만나는 일 없이 각개전투를 벌이게 하는 모든 것)은 댐이 강 유역에 저지르는 것과 똑같은 폭력을 인간 사회에 저지른다.
우리는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이러한 댐을 없애야 한다. 오드리 로드는 「나이, 인종, 계급, 성별: 다름을 재정의하는 여성들」에서 내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규정의 고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내 정체성의 여러 다양한 요소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로서, 인종적·성적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성으로서, 나의 한 측면을 뽑아내서 유의미한 전체로 제시하라고, 그렇게 나의 나머지 부분을 가리거나 부정하라고 끊임없이 권유받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는 파괴적이고 단편적인 삶의 방식이다. 나는 내 모든 부분을 터놓고 하나로 통합할 때, 그렇게 내 삶의 원천에서 나온 힘이 외부에서 부여한 정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흐를 때에만 나의 에너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있다. 오로지 그럴 때에만 내 삶의 일부로 끌어안은 여러 투쟁에 온전한 나 자신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있다.

이 설명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에도 적용 가능하며, 실제로 로드는 공동체 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자유로워야한다고 주장한다. 흑인 발표자가 자신을 포함해 두 명뿐이었던 한 페미니스트 콘퍼런스에서 로드는 다름을 대하는 두 가지 지배적 반응(끔찍한 관용 혹은 완전한 무지)에 분노를 터뜨리며 이렇게 말한다. "다름은 견뎌야 하는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양극성의 자원으로 여겨야 하며, 변증법처럼 이 양극성의 간극에서 우리의 창의성이 샘솟는다. (...) 이때 상호의존의 필연성은 더 이상 두렵지않다." 다름은 힘이며, 개인의 성장과 집단의 정치적 혁신을 가능케 하는 창의성의 전제 조건이다. 우리의 정치가 다름과 다양성, 만남에 부적합하게 설계된 플랫폼 위에서 펼쳐지는 지금, 로드의 말은 특히 깊은 울림을 갖는다. - P259

윤리적 행위자는 미리 결정된 조화의 상태나 정적 평형, 또는 그 어떤 궁극적 상태에 다다를 희망 없이 세상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목적론의 포기는 우리의 결정과 행동이 완벽한 조화나 질서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의 포기를 수반한다. 이러한 비목적론적 윤리는 미리 정해진 목적을 실현하거나주어진 역할을 연기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동기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불가피하게 살게 된, 질서와 혼란이 공존하는 우주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불가피해 보이는 주체적 선택을 통해 이 우주의 소중한 다른 구성원이 심각하게 파괴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목적 없는 목표이자, 하나의 지점에서 끝나는 대신 끝없는 재협상 속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관점이다. 누군가에게는 목적 없는 목표나 목표 없는 계획 개념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개념은 오로지 목격하고, 쉴 곳이 되어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인내를 보인 것이 유일한 ‘성취‘인 우리의 오랜 친구, 쓸모없는 나무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 P333

1914년에 베를린 자유학생연맹Free Student League 앞에서 한 연설에서 베냐민은 "궁극적 상태의 요소들은 진보라는 형상 없는 경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위태롭고 비난당하고 조롱받는 창조와 아이디어로서 현재의 모든 순간에 내재해 있다"라고 말했다. 마치 두 개의 끝이 서로 만나려고 분투하듯이, 역사의 모든 순간에는 늘 무언가가 태동하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역사가의 일은 상상 속 진보의 과정에서 등을 돌리고 잔해 속에서 충동의 기록을 파내는것, 과거를 현재 속에 살게 하는 것,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명백한 해체도 이와 유사하다. 명백한 해체는 훼손dismembering의 반대인 재구성re-membering의 의미에서 우리에게 기억remember할 것을 요구한다. 역사의 천사가 무심하게 현상을 유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죽은 자들을 깨워 부서진 것들을 다시 이어 붙이려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비록 (절대로) 전과 똑같아지지는 않겠지만, 콘크리트를 부수고 고속도로를 철거하는 것은 공동체를 다시 이어 붙이는 작업의 시작점이다.
기술결정주의의 탄압과 역경에 맞서 ‘연이은 재앙 사이에 있는 작은 틈‘들은 계속 자라나고 있다. 자연과 문화는 여전히 장자의 쓸모없는 나무처럼 착취에 저항하며 자기 품속의 삶을 보호하려 한다. 소살강을 따라 새로 심은 오리나무들이 지금도 계속 자라나고 있다. 오론 부족의 푸드 팝업스토어였던 마캄함은 올해 정식 카페를 열었고, 오픈 첫날 문밖에 긴 줄이 늘어섰다. 어쨌거나 지금은 철새가 매해 다시 돌아오고, 나는 아직 알고리즘으로 축소되지 않았다.
두 개의 끝은 여전히 만나려고 애쓰고 있다. 훗날 베냐민은 이러한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꽃들이 태양을 향하듯이, 과거도 은밀한 향일성(해를 쫓는 식물의 성질-옮긴이)을 지니고 역사의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을 쫓으려고 분투한다." 이 이미지는 나에게 시간이 멈춘 듯했던 어느 날의 장미 정원을 떠올리게 했다. - P334

2004년에 열린 전망탑 개관식에서 전 시의회 의원이었던 낸시 나델Nancy Nadel은 작고한 남편 헤이스가 지역청년들이 오클랜드 서부의 새집들에 울타리를 제공하는 목공 회사를 차릴 수 있도록 도운 일화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헤이스의 비영리단체가 나무에 정확히 수직으로 구명을 내도록 돕는 도구인 ‘도웰링 지그doweling jig‘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말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중심을 잃은 사람이 있을 때 셰펠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앞으로 고꾸라지지도, 뒤로 넘어지지도 말고 땅 위에 수직으로 꼿꼿이서 있으라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 P336

코패르니쿠스적 전환은 생산성이 아닌 유지와 회복, 돌봄을 우주의 중심에 놓는다.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회복과 유지라는 중요한 작업은 실행되지 않는다. 일터에서는 과잉생산성을, 인간관계에서는 수행성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우리는 회복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상처 입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유지와 돌봄을 중시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수치심과 후회를 내려놓고 진실하게 사과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우주가 ‘섬세한 관계망‘의 보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식할 때, 우리는 절망의 순간을 활기 넘치는 회복의 순간으로 바꿀 수 있다. 회복은 복원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명백한 해체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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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
보선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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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없이 이불 속에 있을 때든 생기가 차올라 움직일 때든, 어느 때든 나는 내 편이 되지 못한 채 발버둥친다. - P27

어딜 가나 주목받지 않았고 그래서 미움도 받지 않았다. 반면에 나는 다른 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 전혀 친하지 않더라도 관심 있는 친구가 지나가면 혼자 기분이 좋아졌고, 과자를 사다가 친구들이 야작(야간작업)하고 있는 과실에 놓아두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나는 늘 웃고 다니며 조용히 제 할 일 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십 대 중반,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그랬다. "보선씨는 세상을 참 밝게 보는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고 머쓱하게 미소만 지었던 적이 있다. 그날 온종일 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처음엔 내 의지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다음엔 내가 원래 우울한 인간이구나 싶었다. 뒤늦게 병으로 인지하여 치료를 시작했지만, 우울은 깊어지기만 했다. 언제 세상에서 ‘아웃‘당할까 조마조마한 가슴을 움켜잡으며 그래도 다음 날을 맞이하기 위해 부지런히 숨을 쉬었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작은 빛이 되어서 희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 P30

일종의 강박이었다. ‘싫다‘는 감정은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나는 타인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상대의 장점을 기가 막히게 발견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다. 한참 후에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친구들을 사귀며 부정적인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며 그 또한 존중해야 할 내 감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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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조직은 이렇게 일합니다 - 비즈니스 가치와 성장 마인드셋에 집중하는 핵심 애자일 원칙 28
스티브 매코널 지음, 백미진 옮김 / 인사이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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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P52

팀은 책임져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밀려들어 온다고 느끼면 회고를 건너뛰기도 한다. 이건 엄청난 실수다! 당신이 스스로 계획하고 약속한 실수에서 배울 기회를 주지 않는 한, 처음부터 그런 사이클을 초래한 과도한헌신과 소진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 P57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마지막 실패 유형은 스프린트 회고를 진행하지만 회고에서 얻은 교훈을 다음 스프린트에 실제로 녹여내지 않는 것이다. 교훈은 ‘나중에‘ 구현하기 위해 쌓아 놓기만 하는 셈이 되고, 이로 인해 회고 시간은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두기보다 불만 세션이 된다.
문제를 안고 살지 말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뭐라도 하자. 배포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문제는 팀이 해결할 수 있다. 회고를 통해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팀이 얼마나 빨리 개선되는지 놀랄 정도다. - P58

기술적으로 기여하는 직원들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 상태를 더 잘 인식하고, 정서적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며, 타인과의 관계를 관리함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예일대학교 감성지능센터 Yale Center for Emotional Intelligence의 룰러RULER 모델은 이 분야에서 유용한 자료다(Yale, 20191. RULER는 다음의 약자이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한다(Recognizing).
●감정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한다(Understanding).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Labeling).
●적절한 감정을 표현한다(Expressing).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Regulating). - P120

많은 조직이 갖가지 종류의 회의로 엄청난 시간을 낭비한다. 전체 회의의 경우 회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도록 지침을 제공하면 유용하다.
최소한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이 포함되어야 한다. 회의의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나 결과물을 내놓을 건지 명료하게 정의된 기대치를 설정하자. 회의가 길어지지 않고 짧게 진행되도록 시간 계획에 신경을 쓰자. 회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즉시 회의가 끝났다고 선언하자. - P125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방법에 초점을 둔 마인드셋을 개발하면 팀 내에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좋은 모델은 국제 로타리의 4가지 표준Four-Way Test이다.

●진실한가?
●모두에게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쌓게 하는가?
●모두에게 이로운가?

4가지 표준을 통과하는 결정이나 상호작용은 팀을 더 강해지는 길로 이끈다. - P126

미군에서는 ‘지휘관의 의도’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는 원하는 최종 상태와 작전의 목적, 달성해야 할 핵심 과제에 대한 공개적인 방침을 나타낸다. 지휘관의 의도는 당초 계획대로 이벤트가 전개되지 않고, 의사소통이 중단되고, 팀이 지휘 체계상 상관과 상의 없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
다음은 지휘관의 의도를 훌륭하게 설명한다.
●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의 이유와 동기에 대한 진술 또는 그 목적
●최종 상태를 생생하게 시각화하기. 이는 팀 구성원으로 하여금 성공은 어떤 모습인지, 이를 성취하는 데 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 P244

효과적인 리더는 이끄는 사람들에게서 보고 싶은 행동을 구체화한다. 이는 다음과 같다.
●성장 마인드셋 개발하기: 개인과 조직 차원 모두에 지속적인 개선을 약속한다.
●검토 및 적용하기: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경험에서 배우고, 배움을 적용한다.
●실수 처벌하지 않기: 각각의 실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접근방식을 모델링한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 고치기 : 문제가 발생하면 개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결함을 찾는 기회로 삼는다.
●고품질 약속하기: 고품질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행동으로 전달하자.
●비즈니스에 초점을 두고 개발하기: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비즈니스 고려사한이 어떻게 포함되는지 보여준다.
●피드백 루프 강화하기: (지휘관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했다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팀에 즉각 반응한다. - P248

구글의 연구 결과, 팀 효율성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심리적 안전이라는 게 밝혀졌다. 연구팀은 심리적 안전을 팀에서 불안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구글은 심리적 안전을 다른 네 가지 요소의 토대라고 설명한다.
"심리적 안전이 높은 팀에 속한 개인은 구글을 떠날 가능성이 적고, 팀 동료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경영진에게 두 배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다"[Rozovsky, 2015]. - P256

도미노 변화 모델에서는 성공적인 조직 변경에 다음 요소가 필요하다.
●비전
●공감대
●실력
●자원
●인센티브
●실행 계획 - P329

효과적인 애자일은 리더십에서 시작한다. 리더가 애자일팀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휘관의 의도‘를 통해 기대치를 명확히 전달하고, 팀에 권한을 부여하고, 자율적인 관리 능력을 개발하고, 반복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보다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고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자. 조직이 실수를 최소화하고 성장 마인드셋을 기를 수 있도록 돕자.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아 검토하고 적용하다 보면 점점 나아질 것이다.
이 과정이 잘 마무리되면 조직은 조직의 목표에 계속 집중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팀은 변화가 생기더라도 조직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조직의 능력이향상된다.
팀은 사용하는 실천법의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비효율적인 실천법을 더 나은 방법으로 대체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리량이 증가한다.
팀은 지속적으로 워크플로를 모니터링한다. 작업이 어디쯤 진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광범위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을 고품질로 전달한다. 팀은 다른 팀, 다른 프로젝트 이해관계자, 조직 외부와도 잘 협력한다.
발견은 계속되지만 파괴적인 놀라움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조기에 알려 팀과 조직의 나머지 구성원 모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한다.
팀은 항상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개선 기회를 찾는다. 동기는 높고 소모는 적다. 조직은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면서 몇 단계의 성숙기를 거친다.
처음에는 팀 내부 성과에 초점을 둔다. 팀이 스크럼이나 다른 애자일 실천법을 배우려면 몇 번의 스프린트를 거쳐야 한다. 팀은 소규모 증분을 계획하고, 짧은 반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커밋하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조직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팀으로 함께 작업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팀이 얼마나 잘 지원받고 있는지, 조직의 나머지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마찰이 발생하는지에 따라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스프린트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팀과 조직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팀 역량이 커졌기 때문에 조직은 요구사항 및 기타 작업의 우선순위에 대하여 명확한 제품 리더십을 발휘하고 증가한 역량에 맞는 시기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팀을 지원해야 한다.
결국 반복적인 변화가 팀을 탈바꿈시킨다. 그들은 빠르게 전달하고 빠르게 방향을 바꾼다. 이렇게 조직이 향상된 개발 역량을 사용하여 새롭고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가 열린다.
성장 마인드셋과 검토와 적용에 초점을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든 것이 점점 더 좋아진다.
즐겨라!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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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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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식으로 리듬이 생긴다. 습관을 각인시키고 습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습관을 또다시 각인시키는 것이다. …… 여러 가지 신체적인 기술을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불충분했거나 여유가 없었던 동작들이 수정되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발전은 어떤 하나의 동작이 올바르게 수정되는 것 이상의 문제다. 우리는 각각 특정한 행동을 수행하는 데 특정적으로 적합한 기술을 한 통quiver 가득 갖기를 원한다.
‘통‘이라는 것은 기술 발달에 관한 중요한 이미지이다. 사람들은 간혹 기술적으로 숙련된다는 것이 어떤 과제를 실행할 올바른 방법 한 가지를 찾아내는 것이며, 따라서 수단과 목적 사이에는 일대일 대응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어보는 법을 배우는 것까지 포함해야만 더 충실하게 발달해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통이 여러 가지 기술로 가득 채워져 있으면 복잡한 문제를 완숙하게 다룰 수 있다. 한 가지 옳은 방법이 모든 용도에 다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 P321

격식이 없는 사회적 삼각 구도는 우리가 만드는 사회적 관계이다. 먼저, 동작은 관계를 활성화시키는 한 가지 방식이다. 다음으로, 연대하는 동작은 불수의적인 반사작용이 아니라 학습된 행동이다. 마지막으로, 동작을 더 잘하게 될수록 격식 없음은 더 본능적이 되고 표현력이 풍부해진다. - P332

이런 식의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경험은 모두 사회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체화된 사회적 지식embodied social knowledge‘의 형태들이다. 여기서 ‘체화‘란 단지 은유에 그치지 않는다. 마치 사회적인 동작을 취하는 것처럼, 최소한의 힘으로 행동하는 것은 오감을 동원한 경험이며, 타인들에게 우리 자신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만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타인들과 있을 때 편안해지는 그런 것이다. 예절을 나타내는단어를 찾고 있던 카스틸리오네가 이탈리아어에서 오래전부터 "통통 튀는 듯한springy"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어오던 단어인 스프레차투라로 돌아간 이유 또한 바로 이런 감각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가볍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회적으로 그런 종류의 즐거움과 만나게 된다.
온갖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회관계에서 최소한의 힘만 들인다는 경험은 6장에서 탐구한 불안의 감소라는 것과 대조된다. 불안 감소는 외적인 자극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이 취하는 방법은 개인적인 움츠러들기이다. 신체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힘을 최소한으로 쓴다면 우리는 더 감각적이 되고, 주위 환경과 더 많이 연결되고 그것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의 의지에 저항하는 사물이나 사람들, 우리의 즉각적인 이해에 저항하는 경험은 그것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P337

구조 변경에서의 일관성 결여는 장인들이 애초에 풀어야 할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 발생한다.
이러한 도전은 대체로 모든 수리 작업에 등장한다. 수리 작업자는 파손을 기회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경고로 생각해야 한다. 어떤 물건이 고장이 나면 우리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또 고장나기 전에는 원래 어떠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망가지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그들은 평생 살아오느라고 망가져버린 생존자이지만, 생애 초창기에는 잘못된 인생이 아니었다. 일관성 없이 수리하게 되면 변화의 느낌은 맛보겠지만 원래의 창조 행위가 담고 있던 가치는 사라질수도 있다. - P343

재건축에는 대화적 사고가 구현되어 있다. 그 결과는 파손 수리에 대한 윤리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이에스 무제움의 전시실을 걸으면서 관람자들은 그 고통스러운 역사를 결코 잊지 않게 되지만, 그 기억은 폐쇄적이거나 자족적인 것이 아니다. 그 공간적 서사는 앞으로 전진하며, 단지 새로워 보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비롯되는 또 다른 가능성에 활짝 문을 열어준다. 그 정치학은 변화의 정치학이며, 파손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고정되지 않으면서 역사적 균열을 뛰어넘는 정치학이다.
협력을 수리할 때 우리가 경험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 P348

나의 세대에 속한 여러 구직 카운슬러들은 심리요법 훈련은 받았지만 심리치료사는 아니다. 제인 슈워츠 같은 조언자들은 고해를 듣는 신부처럼 굴지 않으려 한다. 즉 의뢰인의 정신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의뢰인을 바깥으로 향하게 한다. 가령 어떤 의뢰인이 가정 폭력에 굴복한다면, 카운슬러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이 담당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초연한 처신법은 시간의 제약 때문이기도 하다. 카운슬러들은 대개 수백 명의 의뢰인을 만난다. 경험 많은 카운슬러들은 지나치게 동정심에 사로잡히는 초심자들의 태도를 시정해준다. - P358

앞에서 우리는 협동적으로 듣는 기술을,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감정이입을 통해 이해하고 응대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명한 바 있다. 통상 "다른 말로 하면"이라는 구절은 그 사람이 말한 내용을 명료하게 정리하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주앵빌이나 킬에게 그런 구절의 목적은 그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든 굴절시키려는 데 있다. 주앵빌의 기술을 실행하는 협상자는 일부러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해석한 것처럼 하여 앞뒤를 연결할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다. 분명 주앵빌은 듣는 기술이 뛰어난 청중일 뿐만 아니라 영리한 독자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테크닉이 플라톤에게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니 말이다. 플라톤의 대화에서 소크라테스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재구성하여 그들 자신이 나타내려 했던 뜻과는 약간 달라지게 만든다. 소크라테스는 생각을 열어젖히기 위해 일부러 잘못 듣는다는 것이다. - P364

참여가 달성해야 하는 과제는 참여 자체를 참여자들이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의 경우, 그것은 회의를 구축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악기 수리 공방처럼 구축된 회의라면 신체 동작을 통해 합의를 창출할 것이다. 실험실 스타일의 작업장 같은 구조를 가진 회의라면 공개적으로 진행되겠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야 하며, 한편으로는 확정된 의제와 또 한편으로는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는 방황이라는 두 협곡 사이를 교묘하게 조종해서 지나가야 한다.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많은 회의라면 구조 변경 수리에서처럼 사람들을 회의 탁자에 불러 모으는 수고와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버리겠다"는 환상은 품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회의에서 참여자들은 암묵적-명시적-암묵적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기술의 리듬을 통해 서로에게 더 잘, 더 충실하게 이야기하는 의례를 개발할 것이다. - P371

공식적인 회의가 가진 진짜 장점은 그것이 이런 종류의 유화정책의 악덕을 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발언 내용을 기록하여 문서로 남긴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견해가 보존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들을 최대한 강력하게 제시할 수 있다. 기록은 공식적 투명성을 제공하며, 회의에서 타협이 이루어지더라도 참여자들은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굴복한건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다. 자신들의 진정한 신념을 협상 테이블에 내놓았다는 사실이 기록에 남기 때문이다." 공식성은 모든 참여자들이 발언 형식과 순서를 준수하거나 절차에 따라 발언권을 얻는다면, 어떤 발언도 배제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갖는다. - P376

어떤 면에서 사기에 대한 뒤르켕의 설명은 간단하다. 조직에 대한 강력한 애착은 사기를 높이는 반면 그 애착이 약하면 사기는 저하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비영업부서 직원들의 사례도 뒤르켕이라면 바로이런 식으로 직설적으로 파악했을 것이다. 즉 좋은 노동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는 있었지만 사기는 낮았는데, 이는 일터가 충성심을 거의 길러주디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뒤르켕에게는 조직이 공식적인 관료제의 구조보다 더 중요했다. 조직은 군대나 정부의 부서처럼 전통과 상호 이해, 의례, 예절을 체현하는 곳이었다. 그런 것은 조직 도표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뒤르켕에게 우리는 조직 문화라는 개념을 빚지고 있다. 이 문화에서는 초연함이 사기를 저하시키는 경험이 될 수 있다. - P406

헌신을 시험하는 세 번째 방식은 신뢰성reliability이다. 우리는 이 시험방식이 우리가 예견할 수 있는 사건들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장 잘 예견할 수 있는 행동은 미리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벌들은 춤추겠다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춤을 추려는 충동이 그들 유전자 속에 들어 있다. 헌신을 할 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그 신뢰도는 낮아진다. 상황과 욕구가 변하면 헌신을 철회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영장류는 집단에서든 개별적으로든 헌신을 철회할 수 있다. 인간은 이런 철회를 배신으로 규정하여 도덕적인 문제로 만들어버리거나, 감정적인 틀에 집어넣어 실망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른인 우리는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때가 있고 그들도 우리를 실망시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성인들의 경험 속에서 구축된 헌신은 벌의 춤처럼 어김없이 일어날 수는 없다.
1980년에 카브리니 그린 공동체의 동향인 모임에서, 그곳 출신인 위생국 현장감독이 그랬듯이 나 역시 뭔가를 돌려주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났다. 시카고에 살 때 나는 가끔 카브리니 그린으로 돌아갔지만, 첫째, 셋째 토요일에는 뉴욕의 스페니시 할렘에 있는 주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가 돌려주어야 할 것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것, 즉 아이들에게 음악 연주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의 ‘돌려주기‘는 그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너무 바빠서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아니면 그날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그것은 결국 내 선택이었다. 뭔가를 돌려준다는 것이 내게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들 눈에 나는 신뢰하기 힘든 사람이었고, 내가 꼬박꼬박 가려고 최대한 노력하기는 했어도 그들에게는 그런 인상을 받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점차 나는 그들의 불안감과 나의 신뢰 가능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침내 뭔가를 돌려주고자 하는 욕망이 내 마음속에서 스러져갔다. - P412

카리타스는 이런 신앙을 기반으로 한 급진적 헌신의 기초 이념이었다. 기독교 신학에서 카리타스caritas라는 라틴어 단어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관심을 보이는 재능을 의미한다. 그것은 자신이 뭔가를 얻어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전략적 사교성이나 교활하게 계산하는 기술과는 다르다. 카리타스는 또 최소한 동물 행동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의미에서의 이타주의와도 다르다. 그것은 기꺼이 싸우다가 죽겠다고 하는 병정개미나 인간처럼, 그룹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P417

이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려고 가장 열심히 노력한 미국인은 20세기에 오랫동안 미국 사회당의 지도자를 역임한 노먼 토머스NormanThomas(1884~1968)였다. 그는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와 지역적 활동을 선호하는 미국적 경향을 결합하려고 애썼다.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한 도구는 그 자신의 행동이나 공동체에 대한 견해에서 보여준 격식 없음이었다. 그는 공동체적인 협력 경험을 지속 가능한 즐거움으로 만드는 것을목표로 삼았다. …… 토머스가 본 대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메리칸 드림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밖을 내다보고 서로 협력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데 있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사교성은 이 목표를 위한 급진적 수단이다. 최소한 토머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따를 만한 규범이나 지배자 없이도 함께 어울리는 과정에서 경험을 더 많이 얻게 되므로 서로를 더 귀중하게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 P426

공동체 자체가 소명이 될 수 있을까? 신념, 정체성, 비공식적 사교성은 빈민들이나 주변적인 사람들의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방법들을 시사하지만, 전부가 다 그렇지는 않다. 프로이트는 누군가 질 높은 삶을 사는 비결이 무엇인지를 묻자 "사랑하고 일하라"고 대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조언에는 공동체가 빠져 있고, 사회적 팔다리는 절단되어 있다. 한나 아렌트는 공동체적 삶을 하나의 소명으로 끌어안았지만, 그녀가 말한 공동체는 대부분의 빈민들이 직접 경험하는 종류의 공동체는 아니었다. 그것은 이상화된 정치적 공동체, 참여자들이 모두 동등한 입지에 서 있는 공동체였다. 우리는 그보다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서의 공동체, 사람들이 일대일 관계의 가치와 그런 관계의 한계를 모두 실현해내는 과정으로서의 공동체를 생각하고 싶다. 빈민이나 주변적인 인간들에게 그 한계는 정치적 한계이고 경제적인 한계이다. 가치는 사회적 가치이다. 공동체가 비록 삶의 전부를 채워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진지한 즐거움을 약속해주기는 한다. 이것이 노먼 토머스의 지도 원리였고, 나는 그것이 공동체의 가치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게토에 살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P431

‘대화법‘은 사실 매우 오래된 서사적 관행에 붙인 현대적 명칭이다. 고대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그 명칭을 사용했는데, 몽테뉴의 에세이에서처럼 조각들로 모자이크하여 일관성 있는 큰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가리킨다. 하지만 몽테뉴는 내가 볼 때 이 문학적 관행을 상당히 교활하게 채택한 최초의 사람이다. 조금씩, 한 조각 한 조각씩 서술하여 독자가 느끼는 공격성을 억누르는 것이다. 잔혹성에 관한 에세이의 예에서 보듯이, 그는 독자들의 감정적 체온을 발산시킴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잔혹성이라는 악덕이 가진 터무니없는 부조리함이 더 뚜렷하게 부각되기를 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독자들이 "악덕의 과오를 알게 되기"를 기대했다. 몽테뉴에게는 이것이 대화법의 요점이었다. 어떤 문제든 혹은 실천이든 모두 전체를 돌아보면 여러 측면을 알게 되고, 초점을 옮겨보면 사람들의 반응은 더 냉철하고 더 객관적인 것이 될 수 있다. - P437

호기심은 우리가 자신을 넘어서 바라보도록 "격려"할 수 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온 말이지만, 바깥을 내다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 자신에게 반영된다고 상상하거나, 사회 자체가 거울의 방처럼 만들어졌다고 상상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사회적 연대를 제공한다. 하지만 밖을 내다보는 기술은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몽테뉴는 공감보다는 감정이입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덕성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은 시골 영지에서의 삶에 대해 기록한 글에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습관과 취향을 이웃이나 노동자들의 그것과 비교한다. 물론 그는 유사성에도 흥미를 가졌지만 특히 그런 습관과 취향의 차이에 주목했다.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모두 서로 간의 차이와 부조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모두들 자신의 기준에 따라 타인들에게 흥미를 품는다는 것이 아마 몽테뉴의 글에서 가장 급진적인 측면일 것이다. - P439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 저자는 정치에서 협력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문제 삼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나와 너, 우리와 그들 간의 분열이 극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대립의 정치가 아닌, 협력의 정치는 이루어질 수 없는가.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경쟁하는 존재인가, 협력하는 존재인가. 경쟁과 협력이 균형을 맞출 수는 없는가.
2부에서는 협력이 약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은 협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그럼으로써 협력과 권위와 신뢰가 모두 약해진다. 그것이 낳은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곧 비협동적 자아, 개인주의라 불리는 자아이다.
그러면 이제 협력은 되살릴 길 없이 와해되었는가? 3부에서는 그것을 다시 강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협력이란 익히고 훈련해야 하는 하나의 기술, 즉 실기craft 라고 말한다. 그런 기술은 개인적인 훈련을 통해 얻어져야 하며, 또 그것이 튀지 않게 실생활에 녹아들어가게 만드는 방식인 종교적·세속적 의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또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헌신도 필요하다. - P468

장인이 기능을 숙달해가는 과정은 기존의 서구 관념적 모델과는 전혀 다른 손과 머리를 함께 쓰는 과정이다. 그것은 현실에서 만나는 저항과 불분명한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참아내고 포용하면서 그런 상태와 친숙해지는 과정이다. 협력은 모두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처럼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개인들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그 차이를 함께 엮어나가는 것이다. 타인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고, 타인의 동작에 반응하는 법을 익히면서, 그렇게 반응하는 능력을 실제 작업과 공동체 활동에 적용하는 것이 협력이다. 대화적 협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세넷의 글에서 가장 유쾌한 충격을 받게 되는 부분은 바로 이처럼 물질과 부대끼는 삶의 현장을 사회적 인간 탐구의 중심으로 삼는 방식이다. 관념과 물질의 이분법을 간단하게 뛰어넘어버리는 것이다. "손으로 생각한다"는 장인의 모토는 육체노동에는 의미를, 의식에는 무게를 부여한다. 이 책의 관심은 그 모토의 협력적 측면에 주어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손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애매모호하고 매끄럽지 않더라도 인간이 보다 구체적으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럼으로써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불확실해진 시대에 개인들이 개인주의의 벽에 갇히지 않고 집합적인 삶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 P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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