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배신 - 머릿속 생각을 끄고 일상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
배종빈 지음 / 서사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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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실제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어릴 적부터 생각을 많이 하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생각을 바꿔‘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며 더 많이 생각하기를 권유하지만, 이러한 권고는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0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각에 빠지는것과 행복감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흥미로운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연구진은 83개 국가의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지를 연구했다. 해당 앱은 때때로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랑을 나눌 때, 운동할 때,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순으로 행복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가장 불행했다. - P20

우리 뇌는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도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흔히 ‘아무것도 안 할 때 오히려 잡생각이 많아진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뇌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휴식할 때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르는데,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미래에 대한 상상, 자기 인식, 타인과의 관계 등을 살피게 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대인 관계를 원활히 맺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이 기능이 과하게 작동하여 뇌가 지쳐버리게 된다. - P33

다양한 메타인지적 신념이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을 반복하게 만드는 메타인지적 신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긍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와 같이 생각이 유용하다는 신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신념이 있으면 문제와 관련된 생각
이나 걱정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생각에 쉽게 빠질 수있다.
두 번째는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 ‘이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와 같이생각은 통제가 어렵고 해롭다는 신념이다. 생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함에도 생각의 부정적인 부분에 압도되어 수동적으로대처하게 되고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생각의 반추에 보내는 시간이 길고 우울 증상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또한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 6개월 뒤에 더 우울하고 불안한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메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우울, 불안 등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 P47

종일 걱정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단순히 걱정에만 그치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데는 ‘걱정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작용한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걱정에만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않는 이유에 대해서 M. 스콧 펙M. Scott Peck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에 있어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느라 성급하게 아무 조치나 취하는 것보다 더 유치하고 파괴적인 결함이 있다. 그 결함은 더 보편적이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P67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든 생각은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잘못된 신념이 작용하고 있다. 생각은 합리적인 생각과 비합리적인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중요하고 의미 있고 이성적인 생각들도 있지만, 아무 의미 없고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에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80%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런데 모든 생각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진 사람의 경우, 모든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 사라지는 대신 우리의 의식에 잡혀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 P72

주아 씨는 남편이 도움을 거절하고 공감해주지 않았을 때, 남편이 거절했다는 사실보다 그 순간 느낀 수치감, 소외감, 서운함이 더 고통스러웠다. 그러므로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방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실제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담담해지면서 상대방을 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지고 하고 싶은 말도 편하게 하게 되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전 같으면 무서워서 피했을 일도 담대하게 마주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를 힘들게 하는 대상을 회피하지 않고 담담히 마주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끝내 상대방이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관계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특정 행동이 부정적인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리며 행동의 변화를 요청했는데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이는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나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과는 굳이 관계를 이어갈필요가 없다. 그것이 나 자신을,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행동이다. 내가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 P96

그러려면 자신의 체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 시간을 일할 수 있는지, 지인과의 만남은 몇 시간 정도가 무리가 되지 않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도한 업무나 너무 길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자주 피곤한 사람들의 경우는 자신의 체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체력이 좋다고 잘못 알고 있을 때가 많다.
자신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했다면 평상시에는 일부만 사용하면서 여유분을 남길 필요가 있다. 평상시 20~30%의 체력은 아껴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면 몸이 지치거나 피로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 P118

이전과 다르게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차분한 음악을 듣는 것이 불편하다면, 지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뇌가 너무 큰 자극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뇌가 자극적인 것에 지속해서 노출된 상태에서는 잔잔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것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같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독서, 산책, 조용한 음악 등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자.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실천으로 옮겨본다면 점차 주의력, 집중력,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 P138

습관이 만들어지려면 특정 상황에서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관 형성에는 전전두피질과 기저핵(척추동물의 앞쪽 뇌의 기저에 위치하여 기저핵이라 불리며, 다른 여러 뇌 부위와 연결되어 운동 조절, 학습, 감정을 포함한 많은 기능을 담당함)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전전두피질은 의지로 행하는 행동에 관여한다. 무언가를 학습하거나 습관이 형성되기 전에 하는 행동은 전전두피질에 의해 일어난다. 습관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의지를 통해 일정한 행동을 특정 상황에서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 상황에서 일정한 행동이 반복되면 기저핵은 이를 기억하고 저장한다. 습관이 만들어진 뒤에는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에서 기저핵이 자동으로 행동을 발생시킨다. 습관이 형성되면 더 이상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습관화된 행동은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처럼 전전두피질에 의한 의지적인 행동이 특정 상황에서 반복되면, 기저핵은 반복적인 행동을 자동화하여 습관으로 만든다.
반복할 때는 특정 상황과 연관을 지어서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관을 형성하는 뇌의 기저핵은 특정 상황과 행동을 연결해 기억하고 특정 상황에서 자동으로 행동하도록 한다. 상황과관계없이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무 때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을 반복해서는 글 쓰는습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면에, 저녁에 샤워한 뒤에 글을 쓰는 것을 반복하면, 어느새 습관으로 바뀌어 글을 쓰겠다는 의지없이도 샤워 후에 자동으로 글을 쓰게 된다. 이렇게 습관이 된 행동은 이후로도 반복되면서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꾼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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