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무라카미 류)를 읽고 있다. 계획에 없던 독서이다. 마침 오늘이 칠월십구일이구나.

나가사키 시 전경 by Jason7825 (2004) 


cf.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했다. * 즐겁게 살자고, 돈츄노? https://cine21.com/news/view/?mag_id=30758






규슈의 고등학교에서 바리케이드 봉쇄를 하는 학생은 아직 없다. 나가사키대학에서도 한 적이 없다. 규슈 서쪽 귀퉁이의 시골 학교에서는 전공투, 바리케이드, 고다르, 레드 제플린과 같은 말들이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내 말에 놀랄 수밖에.

"알았지? 난 결정했어. 7월 19일 종업식 때, 옥상을 바리케이드 봉쇄한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결행은 예정대로 7월 19일 종업식 전야. 플래카드와 페인트가 마련되고, 아지트는 활기에 넘쳤다. 바리케이드 봉쇄에 필요한 자금은 총액 9255엔, 우리는 천 엔씩 갹출하기로 했다.

교직원실 창에도, 교장실 앞 복도에도, 도서실 벽에도 많은 학생들이 모여 규슈의 무더운 7월 햇빛 아래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낙서를 지우고 있었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는 문구도 마구 구겨져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헬리콥터가 춤을 추는 하늘 위로 7월의 기분 좋은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바리케이드는 반나절도 연명하지 못했지만, 밝디밝은 여름 하늘과 구름이 우리들을 지지해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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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채소롭게'를 계속 읽자. 오늘은 연근이다. 'Part 1. 우리의 시작을 소개합니다'의 마지막 글인 '연근. 구멍을 숭숭 뚫어 놓고'로부터 옮긴다.

By 국립국어원


연근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36705






내가 연근을 동경하게 된 이유를 고백하자면 내가 가진 정반대의 성격 때문이다. 나는 빈틈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시간도, 할 일도, 능력도 모두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야 했고, 스스로의 빈틈을 찾아내서 쉬지 않고 몰아붙여야 마음이 놓였다. 언제나 쓸모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요즘은 나에게 구멍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 그 틈이 ‘빈틈’이 아니란 것을 안다. 꽉 찬 부분이 구멍의 틈을 지탱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비어 있는 부분이 꽉 찬 부분을 지지해 주고 있다. 연근의 구멍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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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게 된 이 인물은 잘 시간에 독서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녀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집중해서 읽는데 저자 하루키 본인의 독후감으로 보여 흥미롭다.

안나 카레니나 By Genrikh Matveevich Manizer (1903)







남편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면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혼자서 브랜디를 마시며 책을 펼친다. 처음 일주일 동안에 『안나 카레니나』를 연거푸 세 번 읽었다.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그곳에는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그 장대한 소설에는 다양한 수수께끼와 다양한 시사가 가득 차 있었다. 세공細工한 상자처럼 한 세계 속에 더 작은 세계가 있고 그 작은 세계 속에도 좀 더 작은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들이 복합적으로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우주는 내내 거기에 있으면서 독자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기껏해야 그중 한 조각밖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것을 분명하게 꿰뚫어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톨스토이라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독자가 무엇을 읽어내기를 원했는지, 그 메시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소설로서 결정結晶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그 소설의 무엇이 결과적으로 작가 자신마저도 능가해버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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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잠'을 읽었다. 나로서는 오랜만에 읽는 그의 작품으로서 잠이 잘 오지 않는 한여름의 열대야에 읽으면 더 실감날 것 같다.

Sleeplessness, 1920 - Ivan Milev - WikiArt.org


* 소설집 'TV 피플' 수록작 '잠'을 단행본으로 내면서 고쳤다고 한다. 






나는 그때까지 잠이라는 것을 이른바 죽음의 원형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즉 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서 죽음을 상정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한마디로 평소의 잠보다 훨씬 더 깊은, 의식이 없는 잠―영원한 휴식, 블랙아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음이란 잠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건 어쩌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한없이 깊은, 각성한 암흑이 아닐까. 죽음이란 이런 암흑 속에서 영원히 각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너무도 끔찍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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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의 도쿄'란 책으로부터 옮긴다. 무라카미 류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업이건 취미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너무나 좋아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무라카미 류의 저서 《무취미의 권유》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무취미의 권유》는 취미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몰두하고 싶은 일을 깊게 파고들어 업業으로 삼을 만큼 전문가가 되라는 뜻입니다. 취미에 그친다면 시간을 세련되게 보낼 순 있어도 삶을 요동치게 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휴식은 권장하지만, 취미는 권장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취미는 취향으로, 취향은 개인의 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취향은 그 분야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하고, 고민의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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