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으로부터 배명훈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에 관한 논의와 박완서 작가가 심사평에서 언급한 부분을 옮긴다.

Image by Werni Gisler from Pixabay


문학동네 2009년 겨울호 발표작 '안녕, 인공존재!(배명훈)'는 소설집 표제작이다.





심사위원들의 표는 분산되지 않았고 세 작품에 몰렸다. 김중혁의 「1F/B1」,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가 그것들이다.

배명훈은 2005년 이래 다양한 통로로 작품을 써왔고 소설집 『타워』를 출간하기도 했지만 문예지에는 처음 발표한 소설로 대상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만큼 이 작품의 패기와 깊이는 놀라운 것이었다. - 제정 취지 및 선정 절차

풍부한 우주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처 표현되어지지 않은 인간 존재의 답답함을 무한한 우주공간에서 폭발시키는 데 성공한 작품도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나름대로 실감나게 읽힌 건, 존재의 진실이란 게 과연 언어로 표현되어질 수 있는 것인가. 어쩌면 존재가 사라진 후 다른 존재에 남긴 공동(空洞)의 크기가 살다갔다는 존재증명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최근의 내 두서없는 생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박완서(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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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기억하는 박완서'..."넉넉하고 기대고 싶은 문학 기둥" https://v.daum.net/v/20210122112741182 박완서 10주기 때의 기사로서 정세랑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 정세랑 작가의 추천글이 실려 있다.

Image by KAN LIU from Pixabay


'멜랑콜리 해피엔딩'(2019)에 실린 '아라의 소설'(정세랑)을 정세랑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2022)에 재수록하며 아래와 같은 후기를 첨부했다. '안녕, 인공존재'(배명훈)에 대한 박완서 작가의 심사평은 2010년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을 수 있다.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사랑과 경의를 언제고 표현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와서 쏟아내듯 썼던 기억이 난다.

대학로에서 잠시 뵈었을 때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탐냈던 것은 실제 나의 경험이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심사평은 배명훈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에 대한 박완서 선생님의 심사평인데, 찾아보시면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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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추모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에 실린 '아라의 소설'(정세랑)은 짧은소설집 '정세랑 미니픽션'의 표제작이다.

사진: Unsplash의 Vinícius dos Santos


*  올해 6월에 나온 산문집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도 담아둔다.





그래도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박완서 선생님이 계시는 듯했다. 세상을 뜨고 나서도 그렇게 생생한, 계속 읽히는 작가가 있다는 게 좋은 가늠이 되었다. 사실 아라가 생전에 작가를 뵌 건 아주 잠깐, 아주 멀리서였고 그것도 뒷모습이었다. 그때 아라는 대작가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카락을 가지고 싶다고 기이한 생각을 했다……. 한 올만 뽑으면 안 될까 하고 록스타에게 손을 뻗는 팬처럼 침을 꿀꺽했지만 물론 그런 망나니짓은 하지 않았다. 용기 내 앞에서 인사라도 할걸, 뒤늦은 후회를 하다가 따라 걷는 자에겐 뒷모습이 상징적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게 된 건 요즘의 일이었다. - 정세랑 _ 아라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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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수록작 '아라의 소설'(정세랑)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의 Mihai 👑


사진: Unsplash의 Jack Chen


cf. 아래 글 속 "박완서 선생님이 한 젊은 SF 작가에게 내린 빛나는 평가와 관련된 일화"는 검색해보니 제1회 젋은작가상 심사 때 박완서 작가가 배명훈 작가를 높게 평가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https://munhak.com/bookAndAuthor/books/detail/2256





영환은 몇 년 전에 SF를 쓰려다가 크게 실패한 적이 있다. 어쩌면 아라의 안에 장르적 코드가 자연스럽게 있는 걸 질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코드는 갑자기 흉내 낸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지고 싶은 걸 가진 다른 작가를 한번 깎아내려 본 걸까? 꼬인 사람이니 가능성이 있었다. 대가일수록 편견 없이 똑바로 장르 소설을 바라본다고 늘 여겨왔다. 박완서 선생님이 한 젊은 SF 작가에게 내린 빛나는 평가와 관련된 일화는 유명하고, SF 작가들이 한결같이 박완서 선생님을 흠모하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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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완서 작가 추모를 위한 짧은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2019)에 마지막으로 수록된 '그 겨울의 사흘 동안'(함정임)으로부터 옮긴다. 화자는 알베르 카뮈의 딸 카트린 카뮈와 돌아가신 'P선생님'(박완서)의 딸 - 어머니 별세 후 아치울의 노란 집에서 살고 있는 호원숙 - 의 만남을 상상한다.


박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아래 글 속 '저녁식사가 끝난 뒤'(함정임)는 201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옥수수와 나' 수록작이자 2015년에 나온 개인 소설집 표제작이다. 그리고 산문집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2022)에 '카뮈의 루르마랭에서 박완서를 추억하다'란 제목의 글이 실려 있는데 '그 겨울의 사흘 동안'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아차산 자락 아치울 마을에 새로 지은 P선생님 댁을 생각하면, J는 제일 먼저 박하차가 떠올랐다. 선생님은 새로 가꾼 뜰에 박하를 심었고, 손님들에게 그 박하 잎을 우려낸 차를 내주었다. 선생님은 이사한 뒤 한동안 매일 아침 창가에서 목도하는 일출 장면을 경이롭게 들려주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흥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그 장관을 J가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일출보다는 박하차의 향기가 J에게는 하나의 감각으로 새겨졌다. 가끔 화원에서 허브들 속에 놓여 있는 박하와 마주칠 때면, 선생님의 뜰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뒤, J는 그 집에 간 적이 없었다. 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딱히 갈 명분도 없었다. J는 카트린 카뮈와 그녀의 만남을 상상하면서, 선생님의 자료를 찾다가 그 집이 노란 집으로 불린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7년 전, J가 이곳 루르마랭에 머무는 사흘 동안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 떠나는 장례 의식을 마쳤다.

돌아와보니, 더 이상 선생님은 이 세상에 있지 않았다. 선생님의 영전에 작별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에 맺혀, J는 박하의 추억을 담아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 함정임 _ 그 겨울의 사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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