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사적인 미술관'(김내리)의 2월 편으로부터 옮긴다. 이 달 2월도 끝나간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알렉산드르 푸시킨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는 시시킨의 고독한 나무는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 푸시킨의 시처럼 삶이 나를 속여도 묵묵히 고난과 역경을 참고 견디는 모습 같습니다. 나무에 쌓인 눈이 너무 무거워 곧 나무가 쓰러질 것 같지만, 무겁게 쌓인 눈은 언젠가 반드시 녹고야 말 것입니다.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라는 시 구절에 희망을 가지고 고독한 나무처럼 추운 겨울을 온몸으로 견뎌봅니다. 쌓인 눈이 모두 녹아내릴 때까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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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체호프를 편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체호프 희곡선' 중 '갈매기'로부터 옮긴다. 니나의 손 안엔 콩알 한 개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Pixabay로부터 입수된 형준 김님의 이미지 


키링북이란 게 있네?





니나(주먹 쥔 손을 트리고린 쪽으로 내밀며) 짝수일까요, 홀수일까요?

트리고린 짝수.

니나(한숨을 짓고) 아니에요. 제 손에는 콩알이 한 개만 있어요. 배우가 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를 점쳐 본 거예요. 누가 조언이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트리고린 그런 건 조언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 제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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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작가가 쓴 '내향인의 도쿄' 중 가장 인상적인 글 '논알코올 도쿄'로부터 옮긴다. 도쿄에 여행 가서 현지의 단주 모임을 찾아가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처음 간 모임은 영어로 진행하는 곳이었고 일어가 더 편한 저자는 일어로 말하는 딴 모임을 찾아내 또 참석한다.

사진: Unsplashayumi kubo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알게 된 작가이다.






- 저는 도쿄를 여행 중인 한국인입니다. 사 년 정도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본에 오니까 텔레비전만 틀면 맥주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절로 술 생각이 났어요. 한 잔만 마실까. 여행 중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사 년이나 안 마셨으니까, 취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듯 고개를 푹 숙이자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 저에게는 술이 용기였어요. 저는 겁이 많고 낯도 많이 가리는데요. 술을 마시면 힘이 나고 외향적이 되고 사람들도 대면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가까이했던 술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제 삶이 돼 있었어요.

말하는 나조차 듣기 괴로운, 엉망진창 일본어를 사람들은 그저 듣는다. 두근대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한참을 떠들고는 인사로 마무리한다.

-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시간 반이나 이어진 모임이 어느새 마무리된다. 모임 내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짓던 중년 남성은 도쿄의 단주 모임 일람표를 건넨다.

시간이 되면 또 들러보라면서.

도쿄에서의 두 번째 단주 모임을 마치고 구민회관을 빠져나온다. 잠시 서서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모임이었다.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두 눈을 몇 번 끔뻑이며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가슴속으로 부드러운 공기가 밀려온다.

오길 잘했어. 잘 버텼어.

남은 일정 동안 티브이에 술 광고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맨정신으로 앞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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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essionist Interiors: Intimacy, Decoration, Modernity|The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https://www.nmwa.go.jp/en/exhibitions/2025orsay.html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열린 오르세미술관 특별전에 르누아르의 이 그림이 왔다. 아래 글의 출처는 '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서정욱)이다.

Young Girls at the Piano, 1892 - Pierre-Auguste Renoir - WikiArt.org






음악을 좋아했던 르누아르는 종종 피아노와 어린 소녀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모네가 대성당 시리즈를 그린 것처럼 자신도 피아노 시리즈를 남기고 싶어했던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프랑스 정부로부터 뤽상부르 미술관에 전시할 그림을 요청 받습니다. 그때 몇 점의 작품을 조금씩 다르게 그렸는데, 그중 하나가 오르세 미술관에 있습니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볼까요?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는 금발의 소녀는 왼손으로 악보를 잡고 눈으로는 뚫어지게 보며 오른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있습니다. 그 옆의 또 다른 갈색머리 소녀는 오른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잡고 왼팔은 피아노에 기대어 서있습니다. 눈은 앉아있는 소녀와 같이 악보를 읽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의 후기 작품으로 환상적인 색채와 작품을 구성하는 곡선들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고통은 사라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라는 그의 말처럼 르누아르의 그림은 이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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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타스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8b2522a



'사유하는 미술관'(김선지)으로부터 옮긴다.

Rachel ruysch, natura morta con frutta e insetti, 1711


[네이버 지식백과]라셀 라이슈 [Rachel Ruysch] (미술대사전(인명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편집부)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65950&cid=42636&categoryId=42636 여성화가이다.





삶의 기쁨과 물질적 소비를 즐기는 동시에, 세속적 재화와 소유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이런 정물화는 당시 사회에 상반된 생각이 공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16~17세기에 싹을 틔운 근대 자본주의적 정신과 중세의 금욕적 전통의 갈등과 혼재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바니타스 회화는 세속적인 근대 물질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과도기를 드러내는 미술 장르였다고 생각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신흥 부르주아들은 황금시대의 부에 걸맞은 여러 가지 이국적인 물건과 수입 과일, 바닷가재, 은제 식기, 유리그릇, 중국 도자기 등 값비싼 식재료와 식기류들을 과시하는 동시에 두개골, 시든 꽃, 곤충, 빈 술잔, 촛불 등 인생무상을 상징하는 소재를 통해 종교적 미덕인 금욕주의도 함께 표현해 자신들이 신앙심이 깊은 칼뱅주의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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