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단편집 '그리움을 위하여'와 '친절한 복희씨'에 실린 '후남아, 밥먹어라'로부터 옮긴다. 이민으로 한국을 떠난 후남이 언니와 전화통화하는 대목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Quốc Hùng Hầu님의 이미지






"가끔 네 생각은 나시나봐. 우리 딸막내 어디 가서 밥이나 안 굶나, 하시면서 먼 산을 바라보신단다." "딸막내가 뭐야?" "네가 딸로는 막내 아니냐?"

딸막내, 얼마나 예쁜 이름인가. 막내딸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진작 좀 그렇게 불러주지. 원망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격정이 복받쳐 더는 통화를 잇지 못했다. - 후남아, 밥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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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7-13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미지는 자매인가요?
넘 다정하고 정겨워 보여요.
언니들이 생각나요^^

서곡 2025-07-14 00:18   좋아요 1 | URL
‘딸막내‘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고르려고 자매들을 찾았는데 이 이미지는 모녀랍니다 자매 같은 모녀인듯요 일요일 밤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을 읽었다. 작년에 제작된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최근 봤기에 흥미가 생겼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의 연애 이야기. 


아래 옮긴 내용을 보면 홍이는 어이없게 왜 남친의 방을 청소하는가? 전통적으로 일본은 청결을 중시한다는데 전 여친 칸나와의 실연으로 괴로워하던 남자주인공은 새 여친 홍이를 구원의 여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청소가 차지하는 역할이 꽤 커 보인다. 직접 청소하고 정화하란 말이야, 직접!


cf. 일본이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는 비결 https://www.bbc.com/korean/news-50591591

1985년 8월 일본 쿄토 By Marie-Sophie Mejan - Self-scanned, CC BY 4.0, 위키미디어커먼즈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우리 나라 여성작가 공지영이 한국 여자, 츠지 히토나리가 일본 남자의 시점으로 제각기 썼다.




홍이는 단지 내 방을 청소하고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나의 어리석음을 나 대신 쓰레기통에 버려 준 것이다. 음울하던 내 마음에 푸른 하늘을 가져다주었고, 우물쭈물하는 내 생활에 넓고 파란 바다를 불러왔다. 그녀가 내 어두운 삶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 주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빨리 다시 일어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홍이는 억지도 강요도 하지 않았고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나를 구원해 준 것이다. 얼마나 알기 쉽고 사랑스러운 교훈인지. 깨끗해진 방 안에서 혼자 침울해하고 있는 건 너무나 바보스러운 일이었다.

홍이는 그 후로도 뜻밖의 순간에 나타나 같은 방법으로 청소를 하고 돌아갔다. 즐거운 듯이 천진난만하게 청소하는 홍이를 보고 있으면, 왠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인정받는 듯한 행복을 느꼈고 또누구든 상관없이 먼저 용서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고집스럽게 칸나를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홍이의 존재는 정말이지 내게 성모 그 자체였다.

1997년 초여름, 나는 대학교 사학년이었고, 한 살 아래인 홍이는 스물두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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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은 글라디올러스를 '구라중화(九羅重花)'라 불렀다.


[자유, 혁명, 사랑…시적 모험이 그려낸, 시들지 않는 ‘사상 개화’]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07798.html 꽃을 제재로 한 김수영의 시를 조명한 글로서 '구라중화'(1954)도 포함된다.


'엄마 박완서의 부엌'(호원숙)으로부터 옮긴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꽃잎'(김수영)에 두번째로 실린 시가 '구라중화' - 미리보기로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땅이 얼기 전에 글라디올러스 구근을 파내어 갈무리를 해두었다. 어머니와 나는 글라디올러스가 피면 구라중화라고 하며 김수영의 시를 다시 꺼내 읽기도 했다. 마당의 뿌리 하나에도 어머니와 나누었던 이야기와 시가 배어 있다.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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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상 어제보다는 덜 더운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덥다. 아주 덥다. 이영주 시집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중 '여름에 온 마트료시카'로부터 일부 옮긴다.

The original matryoshka set by Zvyozdochkin and Malyutin, 1892 By Photo: RK812, Doll carved by Zvezdochkin, painted by Malyutin - Sergiev Posad Museum of Toys, Russia,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이영주 시집 '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도 담아둔다.




마트료시카는 텅 비어 있는 예쁜 함정. 끝나지 않는 여름 속에 깊게 파인 구덩이. 우리는 그곳을 너무 오랫동안 팠지. 삽질하다 보니 친구가 되었어. 죽은 자들은 원래 끝이 없으니까. 끝도 없이 우리의 마음을 열고 서로를 꺼내다가. 우리가 미끄러져 가는 모든 길에서 재난 문자가 도착했다. 친구야, 오백 살이 넘어서도 이 악천후는 계속되는 거니. 맨 마지막에 있는 기후는 무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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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울프가 셉티머스의 전쟁 장면을 그리지 않은 것처럼, 작품 내에도 그리고 비평가에게도 전쟁을 경험한 셉티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출처: 최상이, 서발턴 개념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다시 읽기(2016)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70587


제1차 세계 대전 연표(전쟁으로 읽는 세계사)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13XX33400045


올해 새로 나온 문예출판사 '댈러웨이 부인'(나영균 역)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에반스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던데, 셉티머스하고는 무척 친한 사이더니 전쟁에 나가서 죽어버렸어. 그렇지만 이런 일은 누구나 당하는 일인 걸 뭐. 전쟁에 나가서 죽은 친구쯤은 누구에게든지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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