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을 읽었다. 작년에 제작된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최근 봤기에 흥미가 생겼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의 연애 이야기.
아래 옮긴 내용을 보면 홍이는 어이없게 왜 남친의 방을 청소하는가? 전통적으로 일본은 청결을 중시한다는데 전 여친 칸나와의 실연으로 괴로워하던 남자주인공은 새 여친 홍이를 구원의 여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청소가 차지하는 역할이 꽤 커 보인다. 직접 청소하고 정화하란 말이야, 직접!
cf. 일본이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는 비결 https://www.bbc.com/korean/news-50591591


1985년 8월 일본 쿄토 By Marie-Sophie Mejan - Self-scanned, CC BY 4.0, 위키미디어커먼즈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우리 나라 여성작가 공지영이 한국 여자, 츠지 히토나리가 일본 남자의 시점으로 제각기 썼다.

홍이는 단지 내 방을 청소하고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나의 어리석음을 나 대신 쓰레기통에 버려 준 것이다. 음울하던 내 마음에 푸른 하늘을 가져다주었고, 우물쭈물하는 내 생활에 넓고 파란 바다를 불러왔다. 그녀가 내 어두운 삶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 주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빨리 다시 일어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홍이는 억지도 강요도 하지 않았고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나를 구원해 준 것이다. 얼마나 알기 쉽고 사랑스러운 교훈인지. 깨끗해진 방 안에서 혼자 침울해하고 있는 건 너무나 바보스러운 일이었다.
홍이는 그 후로도 뜻밖의 순간에 나타나 같은 방법으로 청소를 하고 돌아갔다. 즐거운 듯이 천진난만하게 청소하는 홍이를 보고 있으면, 왠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인정받는 듯한 행복을 느꼈고 또누구든 상관없이 먼저 용서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고집스럽게 칸나를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홍이의 존재는 정말이지 내게 성모 그 자체였다.
1997년 초여름, 나는 대학교 사학년이었고, 한 살 아래인 홍이는 스물두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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