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체호프. 단편집 '사랑에 관하여'(김현정 역) 중 '로트실트의 바이올린'으로부터 옮긴다. 주인공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의사이다.

Violin and candlestick, 1910 - Georges Braque - WikiArt.org


* 잘 알려진 친숙한 배우들이 읽는 커뮤니케이션북스 오디오북 시리즈를 좋아한다. 정동환 배우가 '롯실드의 바이올린'(강명수 역)을 낭독했다.





"야코프!" 마르파가 불쑥 불렀다. "나 죽어요!"
야코프는 아내를 쳐다보았다. 열이 나서 장밋빛이 된 얼굴은 평소와 다르게 환하고 기쁨에 차 있었다. 늘 창백하고 소심하고 불행한 얼굴에 익숙했던 브론자는 순간 당황했다. 아내는 실제로 죽어 가면서 드디어 이 오두막에서, 관들에서, 야코프에게서 영원히 떠나게 됨을 기뻐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천장을 바라보며 입술을 실룩거렸는데,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의 구원자인 죽음을 보았는지 천사와 속삭였다. -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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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9 2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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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9 2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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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5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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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서양철학사의 칸트 편을 읽는다.

By Bysmon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칸트와 스베덴보리는 이름이 같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드는 것보다 회의주의자의 논증 탓에 고통을 더 많이 겪던 시기에, 칸트는 『형이상학의 꿈에 예시된 유령을 보는 자의 꿈』(1766)이라는 기묘한 제목의 책을 썼다. ‘유령을 보는 자’는 스베덴보리Emanuel Swedenborg(1688~1772)98인데, 신비주의 체계를 담은 저술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네 권밖에 팔리지 않았다. 세 권을 산 사람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권은 칸트가 구입했다. 칸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공상적인’ 스베덴보리의 체계가 정통 형이상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암시한다. 그렇지만 스베덴보리의 모든 면을 낮추어 본 것은 아니다. 칸트의 저술에서 많지는 않지만 신비주의 색채가 드러나는데, 이것은 그가 ‘대단히 숭고한’ 사람이라고 평한 스베덴보리에 대한 감탄을 표현한 것이었다.

98 스웨덴의 종교적 신비주의자다. 젊은 시절 과학과 철학에 몰두했고, 이후에 성서를 해석하고 자신의 경험을 영적 세계와 관련짓는 일에 헌신했다. 지상과 천국 사이에 유령들이 존재하는 영역을 스베덴보리 영역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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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로빈슨 크루소'로부터 옮긴다.

By Rijksmuseum - http://hdl.handle.net/10934/RM0001.COLLECT.306149,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다시읽는 고전명작] 대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803010000328





우산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많은 시간과 온갖 공을 들였으니, 사실 우산이 매우 절실하게 아쉬웠던 터라 이걸 하나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고, 내가 브라질에 있을 때 우산을 만드는 것을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뜨거운 열기를 막는 데 우산이나 양산이 아주 쓸모 있었다. 이곳 열기도 브라질 못지않게 만만치 않을뿐더러 적도에 보다 가까우니 더 심했고, 게다 가 나는 바깥 생활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으니 열기나 비를 막는 데 우산이 매우 유용한 물건이었다. 이걸 만드느라 무지막지한 수고를 했고 우산 비슷하게 펼쳐지게 만들기까지 한참 걸렸으며, 사실 내가 뭔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가도 두세 번은 또 망친 끝에야 드디어 내 맘에 드는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런대로 쓸 만했지만, 주된 어려움이 이것을 접혀지게 하는 것으로, 이걸 펼치게 할 수는 있었으나 아래로 접지 못 하는 경우엔 갖고 다니려면 늘 머리 위로 펴든 채 들고 다녀야 할 것이고, 그것은 안 될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마침내 하나를 쓸 만한 상태로 만들었으니 이것은 가죽으로 덮고 바깥쪽은 털이라 처마처럼 비를 막아주며 햇빛도 매우 효과적으로 차단해 줘서 이제는 가장 뜨거운 날씨에도 예전에 시원한 날씨에 나다닐 때보다 더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고, 우산이 필요치 않을 때는 접어서 옆에 끼고 다녔다.

등에는 바구니를 메고 어깨에는 총을 걸치고 머리 위로는 큼직하고 거추장스럽고 못생긴 염소가죽 우산을 펴들고 다녔는데, 하지만 이것이 내 총 다음으로는 내가 갖고 다니는 것 중에서 제일 필요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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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atteo Catanese 뉴욕 2018






날씨 관측자 대니얼 디포와 그가 1710년에 썼던 소설 『로빈슨 크루소』도 우산을 대중화하고 우산을 여성과 동일시하던 분위기를 깨는 데 일조했다. 디포의 주인공 로빈슨은 조난당한 후 정착한 섬에서 수주일 동안 튼튼한 염소가죽으로 우산을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사실 그가 만든 우산은 가죽과 털을 재료로 한 섬뜩한 물건이었지만 훗날 화가들과 책 표지를 그린 이들은 이 이미지를 순화시켜 크루소가 발명한 우산을 잎사귀나 종려나무 잎으로 만든 쾌적한 돔으로 그려놓았다. 크루소는 자신의 우산을 추하고 엉성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물건 중에서 총 다음으로 요긴한 물건"이라고 묘사한다. 우산은 그가 구조된 후 런던으로 가지고 간 얼마 안 되는 추억의 물품 중 하나다. 런던 시민들도 크루소의 우산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디포의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영국인들은 우산을 ‘로빈슨’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 ☂ 비가 만들어낸 발명품들 (2장 비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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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다. 비가 오려나.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우리 동네는 아니지만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발견된다. 그 지역에선 우산이 필요하겠네. 


 '비(RAIN)-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원제 Rain: A Natural and Cultural History)'로부터 옮긴다. 미국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 신시아 바넷은 물이 관심 주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 UnsplashYiran Ding 상하이 2018


cf. 18세기 영국의 차 폐해론 고찰 -조나스 한웨이의 『차에 관한 에세이』(An Essay on Tea)를 중심으로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3195392




존경받는 개혁가였던 핸웨이는 버려진 고아들을 위한 병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대의를 위해 일했는데, 그중에는 런던에 유행하던 커피하우스에서 새로 인기를 끌어 널리 보급된 티tea 문화에 맞서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분명 런던 내에 번성하던 티룸과 티하우스, 티가든이 확산되는 상황에 온몸으로 저항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핸웨이는 18세기 예절 문화를 거부하고 가는 곳마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런던 최초의 신사이기도 했다. 비가 오건 말건 우산은 30년 동안 핸웨이의 상징이 되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과 쑥덕거림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1786년 가을 핸웨이가 사망할 무렵, 우산은 런던의 축축한 거리에서 솟아오르던 가로등처럼 대중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 ☂ 비가 만들어낸 발명품들 (2장 비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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