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세계문학전집 '로빈슨 크루소'로부터 옮긴다.

By Rijksmuseum - http://hdl.handle.net/10934/RM0001.COLLECT.306149,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다시읽는 고전명작] 대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803010000328





우산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많은 시간과 온갖 공을 들였으니, 사실 우산이 매우 절실하게 아쉬웠던 터라 이걸 하나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고, 내가 브라질에 있을 때 우산을 만드는 것을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뜨거운 열기를 막는 데 우산이나 양산이 아주 쓸모 있었다. 이곳 열기도 브라질 못지않게 만만치 않을뿐더러 적도에 보다 가까우니 더 심했고, 게다 가 나는 바깥 생활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으니 열기나 비를 막는 데 우산이 매우 유용한 물건이었다. 이걸 만드느라 무지막지한 수고를 했고 우산 비슷하게 펼쳐지게 만들기까지 한참 걸렸으며, 사실 내가 뭔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가도 두세 번은 또 망친 끝에야 드디어 내 맘에 드는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런대로 쓸 만했지만, 주된 어려움이 이것을 접혀지게 하는 것으로, 이걸 펼치게 할 수는 있었으나 아래로 접지 못 하는 경우엔 갖고 다니려면 늘 머리 위로 펴든 채 들고 다녀야 할 것이고, 그것은 안 될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마침내 하나를 쓸 만한 상태로 만들었으니 이것은 가죽으로 덮고 바깥쪽은 털이라 처마처럼 비를 막아주며 햇빛도 매우 효과적으로 차단해 줘서 이제는 가장 뜨거운 날씨에도 예전에 시원한 날씨에 나다닐 때보다 더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고, 우산이 필요치 않을 때는 접어서 옆에 끼고 다녔다.

등에는 바구니를 메고 어깨에는 총을 걸치고 머리 위로는 큼직하고 거추장스럽고 못생긴 염소가죽 우산을 펴들고 다녔는데, 하지만 이것이 내 총 다음으로는 내가 갖고 다니는 것 중에서 제일 필요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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