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김승옥문학상 작가노트로부터 옮겨둔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lexmgeli님의 이미지





집에서는 땀이 나도록 보일러를 틀면서 작업실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하는 작업의 무용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활에는 아무 쓸모 없는 일. 그것이 나의 일이다. 그래서 나를 벌주고자 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추위에 곱은 손을 펴도 좋았다는 말이다. 더이상 바라는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늘 그렇듯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에 대해 쓰게 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 두렵고, 내게 남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릴까봐 두렵고, 마지막에 후회할 것이 두렵다. 두렵다고 쓰면 조금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차가운 손에 호호 입김을 불며 계속 쓰게 된다.(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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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aret Atwood’s Poetry: Overview of Major Works | SparkNotes https://www.sparknotes.com/poetry/atwood/summary/

Bleeding Heart, 1932 - Georgia O'Keeffe - WikiArt.org






이 시는 불온한 심장의 불온성을 존재의 중심부로 끌어들여 욕망과 번뇌, 그리고 운명의 진지성을 확장한다. 이렇게 이 심장이 불온성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불온을 둘러싸고 있는 심장의 성실성 때문이다. 욕망의 덫에 걸린 채로 죽을 때까지 빛을 보지 못하나 마지막까지 생명을 펌프질해주는 진실하고 충직하고 따뜻한 살덩이를 간단히 거짓심장이라 이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항상 ‘원해’를 추구하는 배타적인 존재가 아니라 ‘원하지 않아’라고 고뇌하고 자책하는 그런 존재인 까닭이다. 그 무언가를 욕망하는 동시에 욕망하는 자신을 견제하는 세 번째 눈인 양심이기에 이 불온한 심장은 오히려 순결함과 순결하지 않음, 운명과 선택, 그 둘 다에 진실하고자 하는 진정한 존재인 것이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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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 작가노트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Aaron Burden


사진: UnsplashAaron Burden






결정적인 한 장면, 이라는 표현을 소설에 썼지만 요즘은 문득문득 삶에 결정적인 장면이라는 것 따위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장면이 결정적이게 되는 것은 결국 그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내가 사후에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삶이 이렇듯 나의 해석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서사일 뿐이라면 소설을 쓰는 행위는 결국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 일에 다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부끄럽고 그래서 종종 나는 괴로운 마음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또 어떤 날에는, 내가 죽은 고양이 따위는 잊어버린 채 쏟아지는 눈에 정신 팔린 아이의 맨발, 시릴 텐데도 뒤꿈치를 든 채 오래도록 서 있는 여자아이의 맨발이 자꾸 눈에 밟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이상 나는 어쩔 수 없이, 온통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더라도 소설을 계속 쓸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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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수린 - 고요한 사건 / 해설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0-24 21:19 
    2017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 해설(신샛별)로부터 발췌했다.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은 한국현대소설학회가 간행한 '2017 올해의 문제소설'에도 수록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99237&cid=40942&categoryId=40507

Poster for award winning film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1962)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Grave of American playwright Eugene O'Neill, located at Forest Hills Cemetery in Jamaica Plain, Massachusetts. By Midnightdreary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오닐은 <밤으로의 긴 여로> 에드먼드의 대사 속에 자신의 비문을 미리 적어놓은 듯하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큰 잘못이었다. 나는 갈매기나 물고기로 생존했어야 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뜨내기 인생이었다. 이방인이었다. 나는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조금씩 죽음을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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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시로 먼저 등단했다. 현재 시집 한 권이 있는 시인이다. 

The Evening, 1905 - 1906 - Alexandre Benois - WikiArt.org






한강의 시는 곳곳에서 영혼의 상처에 대해 말하면서 그 상처가 결코 회복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한다. 영혼의 상처가 회복 불능의 것이고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의 삶에는 과연 무엇이 남을까.

삶을 절망 속에 방기할 수 없는 영리한 사람들은 남은 삶을 위해 영혼의 상처를 애써 봉합하려 한다. 그러나 한강의 화자들은 고통과 마주하는 일을 피할 생각이 없다. 절망과 무기력에 빠질 생각도 없다. 한강에게 상처의 고통을 지속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 된 듯하다. - 해설 (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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