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 작가노트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Aaron Burden


사진: UnsplashAaron Burden






결정적인 한 장면, 이라는 표현을 소설에 썼지만 요즘은 문득문득 삶에 결정적인 장면이라는 것 따위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장면이 결정적이게 되는 것은 결국 그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내가 사후에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삶이 이렇듯 나의 해석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서사일 뿐이라면 소설을 쓰는 행위는 결국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 일에 다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부끄럽고 그래서 종종 나는 괴로운 마음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또 어떤 날에는, 내가 죽은 고양이 따위는 잊어버린 채 쏟아지는 눈에 정신 팔린 아이의 맨발, 시릴 텐데도 뒤꿈치를 든 채 오래도록 서 있는 여자아이의 맨발이 자꾸 눈에 밟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이상 나는 어쩔 수 없이, 온통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더라도 소설을 계속 쓸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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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수린 - 고요한 사건 / 해설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0-24 21:19 
    2017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 해설(신샛별)로부터 발췌했다.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은 한국현대소설학회가 간행한 '2017 올해의 문제소설'에도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