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김승옥문학상 작가노트로부터 옮겨둔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lexmgeli님의 이미지





집에서는 땀이 나도록 보일러를 틀면서 작업실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하는 작업의 무용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활에는 아무 쓸모 없는 일. 그것이 나의 일이다. 그래서 나를 벌주고자 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추위에 곱은 손을 펴도 좋았다는 말이다. 더이상 바라는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늘 그렇듯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에 대해 쓰게 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 두렵고, 내게 남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릴까봐 두렵고, 마지막에 후회할 것이 두렵다. 두렵다고 쓰면 조금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차가운 손에 호호 입김을 불며 계속 쓰게 된다.(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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