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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캄보디아 방문은 이혼한 현경이 늦기 전에 재혼해서 아이를 가지려던 계획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존재를 한꺼번에 목격한 현경은 자신의 아이를 지구에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
2. 니카라과 혁명 직후 현지에 가본 현경은 혁명의 성공에 열광하고 감격하나 거기에서 한 남성 혁명가(란 놈)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혁명 지도자 오르테가(2022년 현재 니카라과 대통령)가 자신의 양녀를 성적으로 학대했던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고 현경은 그 소식을 들으며 본인의 경험을 반추한다.
캄보디아에서 지뢰퇴치 운동을 한 적이 있었어. 평화위원회의 위원이신 캄보디아의 최고승 마하 고사난다 스님과 함께 캄보디아의 시골길을 걷는 ‘다마야트라’라는 평화행진이었지. 그런데 그 전해에 행진을 하다 지뢰가 터져 사람들이 다치고, 게릴라들이 쏜 총탄에 맞아 사람들이 죽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죽게 되더라도 주최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후에야 참여할 수 있었지.
목숨을 걸고 그 햇빛이 쏟아지는 열대의 시골길을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씩 발이 다 터져가면서 걸었지. 그런데 너무나 많은 어린아이들이 연꽃을 따서는, 그 먼지 나는 길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꽃을 우리에게 바치는 거야.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본 적이 없었어. 몇십 년이나 계속된 캄보디아의 전쟁은 모든 오락시설을 부숴버렸고, 쉽게 할 수 있는 오락으로 유일하게 섹스를 남겨놓았지. 그래서 소녀들은 월경을 시작하는 열두세 살부터 임신을 하게 돼서, 스무 살이면 아이들이 네다섯 명이 이 돼. 오랜 전쟁은 너무나 많은 아이들을 생산해냈던 거야.
노동과 가난에 쪼그라든 시골농부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혁명으로 얼굴을 활짝 펴고 자신 있게 줄을 지어 마을 광장을 행진할 때, ‘Nobody’에서 ‘Somebody’가 된 그들의 변신에 감동되어 이모는 내내 눈물을 흘렸었어. 산악 게릴라전에서 사지가 잘리고 몸통만 남은 17세의 게릴라 소녀가 자기 사지보다 더 소중한 혁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명상 수도원의 수도승이었던 신부님이 게릴라 신부가 될 때까지의 영적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을 고문한 소모사의 젊은 고문관을 ‘상담치료’를 받도록 심리치료사에게 보내주는 혁명 각료들의 너그러움에 접할 때, 건강한 젊은 여성 게릴라가 한 손으로 젖을 물린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무거운 장총을 들고 행진할 때 이모는 혁명 속에서 웃고 계신 하느님께 계속 감사의 기도를 올리곤 했었지.
이 일로 몇 년을 고민했어. 혼인한 지 얼마 안 되는 나의 남편에게도 이 일을 이야기할 수 없었어. 그가 내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정하기보다는 ‘네가 도대체 어떻게 유혹했기에 그런 일이 생겼냐?’고 하면서 나보고 정조관념이 없는 여자라고 욕을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나를 끼 있는 여자라고 욕할 것 같아서 우리 학교에도 침묵을 지켰지. 그리고는 이 기억이 너무나 아팠기 때문에 내 깊은 의식 속에 묻고는 잊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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