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인해 식목일 날짜를 바꾸자는 논의에 대한 뉴스 http://www.segye.com/newsView/20220405507538?OutUrl=daum [식목일 따로 나무 심는 날 따로?… 기후변화 속 ‘유명무실’ 논란 2022-04-05]


오늘은 식목일, 영문학자 피오나 스태퍼드가 쓴  '길고 긴 나무의 삶'이란 책을 읽는다. 오, 제인 오스틴의 에마(엠마) 펭귄클래식판 해설자가 이 분. 시작글로부터 일부 옮겨둔다. '꽃차례'란 말이 예쁘다. '꽃차례'란 제목의 시집도 있네.

봄이면 벌거벗은 잔가지에 꿈틀대는 생명을 느낄 수 있고 하늘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낸 꽃차례들은 작은 오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간 흔적처럼 보인다. 어느 날 잔가지들이 굵어지고 환해지고 불룩해지기 시작한다. 이튿날쯤이면 나란히 짝을 이룬 집게발 같은 잎과 곁은 색, 미색, 분홍색이 감도는 꽃이 잔가지를 뒤덮는다. 봄기운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폭발한다.

이 책은 나무라는 자연 형상의 물질적 아름다움과 여러 세기에 걸친 그들의 생존, 나무에게서 자라난 문화적 의미에 대한 경탄에서 싹트긴 했으나, 오늘 심은 어린 나무가 미래 세대의 위대한 나무들로 변할 시간을 고대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라도 마음이 움직여서 책을 내려놓고 나무나 삽을 찾으러 간다면 이 책은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나는 나무를 그 자체로 좋아한다. 특히 흔한 나무일수록 자라야 하기 때문에 그냥 자라는 - 이게 바로 나무들의 일이다 - 것들의 강렬한 매혹을 지니고 있다. (시작하며_싹, 나무껍질,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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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점치러 간 장면. 지문 빼고 대화만 옮긴다.


"운명을 보시겠습니까?"

"글쎄요, 평생의 일을 한꺼번에 들어두는 것도 손해는 없겠지만 그보다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제게는 중요할 것 같으니까, 일단 그것 좀 부탁합시다." - P99

"이걸 보세요. 이렇게 꼬아서 합치면 한 올의 실이 두 가닥의 실이고 두 가닥의 실이 한 올의 실이 되지 않습니까? 보세요, 화려한 빨간색과 수수한 감색이 말이에요. 젊을 때는 여하튼 화려한 쪽으로만 달려가 실패하기 십상이지만 당신은 지금 이렇게 꼰 실처럼 딱 좋은 상태로 서로 얽혀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인 거지요."

"그럼 이 감색 실로 착실히 나아가면 그사이에 이따금 빨간색이 나타날 거라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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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희 스마트한 문학관-한국 근대문학 베스트 33
나혜석 / 논리와상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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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박력있게 썼다. 경희도 사람이라는 문장에 가슴이 찌르르.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경희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슈퍼우먼이 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단 말인가. 경희는 쓸모 있는 존재이자 훌륭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만. 여자가 사람이 되려면 마늘과 쑥만 먹으며 백일 동안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이만 생략.

[종일 일을 하고 나면 경희는 반드시 조금씩 자라난다. 경희의 갖는 것은 하나씩 늘어간다. 경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얻기 위하여 자라갈 욕심으로 제 힘껏 일을 한다.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인류의 여성이다. 이철원 집 부인의 딸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딸이다. 여하튼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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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여성 화가 세라핀 루이 전기영화 '세라핀'을 봤다.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와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의 생애가 겹쳐진다. 여성의 재능, 창작, 소명, 생존, 노동, 고독, 은둔, 광기, 고난, 천사...... * 세라핀 루이 Séraphine Louis http://www.kmtimes.net/news/articleView.html?idxno=27382

Tree, 1930 - Seraphine Louis - WikiArt.org


세라핀 루이로 검색하니 '시대를 초월한 여성들'이 나왔다.

Fleurs et fruits, 1920 - Seraphine Louis - WikiArt.org


세라핀 루이 Creator:Albert Benoit User:Jean-Pierre Dalbéra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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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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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캄보디아 방문은 이혼한 현경이 늦기 전에 재혼해서 아이를 가지려던 계획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존재를 한꺼번에 목격한 현경은 자신의 아이를 지구에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 


2. 니카라과 혁명 직후 현지에 가본 현경은 혁명의 성공에 열광하고 감격하나 거기에서 한 남성 혁명가(란 놈)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혁명 지도자 오르테가(2022년 현재 니카라과 대통령)가 자신의 양녀를 성적으로 학대했던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고 현경은 그 소식을 들으며 본인의 경험을 반추한다.

캄보디아에서 지뢰퇴치 운동을 한 적이 있었어. 평화위원회의 위원이신 캄보디아의 최고승 마하 고사난다 스님과 함께 캄보디아의 시골길을 걷는 ‘다마야트라’라는 평화행진이었지. 그런데 그 전해에 행진을 하다 지뢰가 터져 사람들이 다치고, 게릴라들이 쏜 총탄에 맞아 사람들이 죽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죽게 되더라도 주최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후에야 참여할 수 있었지.

목숨을 걸고 그 햇빛이 쏟아지는 열대의 시골길을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씩 발이 다 터져가면서 걸었지. 그런데 너무나 많은 어린아이들이 연꽃을 따서는, 그 먼지 나는 길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꽃을 우리에게 바치는 거야.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본 적이 없었어. 몇십 년이나 계속된 캄보디아의 전쟁은 모든 오락시설을 부숴버렸고, 쉽게 할 수 있는 오락으로 유일하게 섹스를 남겨놓았지. 그래서 소녀들은 월경을 시작하는 열두세 살부터 임신을 하게 돼서, 스무 살이면 아이들이 네다섯 명이 이 돼. 오랜 전쟁은 너무나 많은 아이들을 생산해냈던 거야.

노동과 가난에 쪼그라든 시골농부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혁명으로 얼굴을 활짝 펴고 자신 있게 줄을 지어 마을 광장을 행진할 때, ‘Nobody’에서 ‘Somebody’가 된 그들의 변신에 감동되어 이모는 내내 눈물을 흘렸었어. 산악 게릴라전에서 사지가 잘리고 몸통만 남은 17세의 게릴라 소녀가 자기 사지보다 더 소중한 혁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명상 수도원의 수도승이었던 신부님이 게릴라 신부가 될 때까지의 영적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을 고문한 소모사의 젊은 고문관을 ‘상담치료’를 받도록 심리치료사에게 보내주는 혁명 각료들의 너그러움에 접할 때, 건강한 젊은 여성 게릴라가 한 손으로 젖을 물린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무거운 장총을 들고 행진할 때 이모는 혁명 속에서 웃고 계신 하느님께 계속 감사의 기도를 올리곤 했었지.

이 일로 몇 년을 고민했어. 혼인한 지 얼마 안 되는 나의 남편에게도 이 일을 이야기할 수 없었어. 그가 내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정하기보다는 ‘네가 도대체 어떻게 유혹했기에 그런 일이 생겼냐?’고 하면서 나보고 정조관념이 없는 여자라고 욕을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나를 끼 있는 여자라고 욕할 것 같아서 우리 학교에도 침묵을 지켰지. 그리고는 이 기억이 너무나 아팠기 때문에 내 깊은 의식 속에 묻고는 잊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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