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화가 세라핀 루이

Les Grappes de Raisin, 1930 - Seraphine Louis - WikiArt.org






글쎄.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게 될 것인가. 을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미 그리운 어떤 것이 있기는 했는지. 아니면 불가피하게 갖게 되는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견딜 수 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인가. 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예감이었지만 을은 자신이 어디에선가 혼자 죽게 되리라는 것을 가슴속 깊이 느끼고 있었으며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아도 그랬다. 대화가 아닌 문법, 정확한 규칙, 숨결이 없는 기계. 무엇보다 깊숙한 침묵. 을은 그녀가 사랑하는 단단하고 정확한 것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무런 소리도 없이 죽게 될 것이다. 을은 그것이 자신의 길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좀더 홀로 있고 싶었다. 그녀가 온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와 좀더 적은 사람들의 목소리, 거기에 무엇보다 직업이 있는 이곳을 그녀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스스로에게 좀더 자주, 오랫동안 이야기한다. 잊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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