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이등 시민'에 발췌되어 게재된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로부터 옮긴다.

Woman Reading, 1970 - Will Barnet - WikiArt.org


[문장으로 읽는 책] 아니 에르노 『얼어붙은 여자』 https://v.daum.net/v/20210712001853592






여성으로서 나의 인생 전부는 다음과 같다.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그리고 한 계단 한 계단마다 망설인다.

침대에서 호수의 푸른빛과 유리창 근처에서 파닥거리는 통통한 가을 파리들이 보인다. - 얼어붙은 여자(아니 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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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링궐 에디션 '회복하는 인간(한강 저/전승희 역)'의 해설은 조연정 평론가가 썼다.

Silent Seasons - Autumn, 1969 - Will Barnet - WikiArt.org


조 평론가는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해설도 썼다.





「회복하는 인간」이 유독 아픈 소설로 느껴지는 이유를 언니 삶의 불행과 남겨진 동생의 슬픔 때문이라고만 말한다면 충분하지 않다. 언니와 동생의 어떤 ‘관계’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사실 ‘회복’이라는 말은 한강 소설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아픈 발목에 놓은 "직접구"라는 뜨거운 뜸이 발목의 고통을 잊게 해줄 대증 요법이 되지 못하고 더 큰 상처를 만들어놓았듯, 「회복하는 인간」은 무엇으로도 잊힐 수 없고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인간 삶의 근원적 아픔을 그린다. 그 아픔을 껴안고 가는 것만이 우리 삶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 해설(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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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가 등장하는 한강 단편 '회복하는 인간'을 읽었다. 작가의 언니 이야기를 담은 '흰'이 연상된다. 이제 10월, 또 노벨문학상의 시간이 찾아오겠구나.

The Sisters, c.1885 - Mary Cassatt - WikiArt.org






당신의 언니는 자신을 태우지 말고 땅에 묻어 달라고 형부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것이 얼마나 그녀다운 유언인지 당신은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죽었던 사람이 관 속에서 되살아나는 허술한 리얼리티 드라마를 텔레비전으로 보며 그녀는 당신에게 소곤소곤 말한 적이 있었다. 세상에, 얼마나 다행이니? 화장해 버렸음 저 사람 어쩔 뻔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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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마거릿 렌클 / 최정수)로부터 옮긴다.


* 제왕나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868080&cid=72536&categoryId=72537




20년 전만 해도 북미에 적어도 10억 마리의 제왕나비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9300만 마리밖에 없다. 옛날이었다면 엄청난 규모의 상실에도 내 염려가 희미했을지 모른다. 과학자들이 알아서 바로잡겠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이가 들어서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장례 지냈고, 상실은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일 때가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잠이 깬 채로 어둠 속에 누워 종합 뉴스 시대에 꽃가루 매개자 문제―꿀벌떼의 몰락과 제왕나비 서식지의 파괴―의 해결책을 궁리한다. - 늦은 이주(제왕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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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10-02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왕나비... 화려하고 멋있네요. 하지만 사라지고 있다니...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ㅠㅠ

서곡 2025-10-02 21:56   좋아요 0 | URL
네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언젠가 미래엔 사진과 그림으로만 알고 볼 거라 생각하면 디스토피아입니다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박경리)를 계속 읽는다. 아래 글은 1984년 3월 작이다.

Butterflies, 1950 - M.C. Escher - WikiArt.org






오늘을 살찐 진딧물이 배춧잎에 군생(群生)하는 양상으로 비유하고 옛날을 허기진 나비들이 먹이를 찾아 방황하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건설(建設)의 역군들은 이마에 핏대를 세울지 모르지만 결코 나는 과거에 연연하는 것도 향수(鄕愁)를 느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쓰라린 가난과 불편에서 눈부시게 비약한 오늘은 과연 천국인가, 그것을 묻고 싶은 심정일 뿐이다. - 7. 풍요의 잔해로 신음하는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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