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969931 작년 한글날에 이어 박완서 산문집 '호미' 중 '내 소설 속의 식민지 시대'로부터

사진: UnsplashSuzi Kim




13일까지 전시한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말모이 원고' 등 보물급 진품 공개]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913_0002887911





뭐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한글은 ‘가’는 가라고밖에 읽을 수 없는 까닭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서 소리가 되나 하는 이치만 알면 그다음은 그야말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게 돼 있었다. 나는 일본의 ‘가타가나’의 글씨들이 왜 저를 ‘가’라고 또는 ‘아’라고 주장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덮어놓고 외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나는 꼴찌를 못 면했고 학교생활이 지옥 같았다. 우리 집은 빈촌에 살면서도 교육열이 유난한 엄마 때문에 거주지를 옮겨서 중산층 동네에 위치한 학교로 보내졌기 때문에 나는 더욱 지진아 취급을 받았다. 잘사는 집 아이들은 학교 오기 전에 ‘가타가나’ 정도는 다들 알고 왔기 때문이다. 1년을 꼬박 다니고 나서 교과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었지만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친구가 없어서 교과서 외의 일본말을 쓸 기회가 거의 없었고 엄한 가정교육으로 말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 생각을 지어서 말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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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0-09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모이 재밌죠. 정말 오늘 같은 날 생각나는 영화네요.
박완서 작가가 책도 예쁘네요. 읽어봐야할텐데..

서곡 2024-10-09 16:31   좋아요 2 | URL
네 예상보다 재미 있더라고요 뻔할 수 있는데요 오늘 한글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오후 네 시 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