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봄처럼 한해의 환절기다. 봄이 여름이 오기 전이라면, 가을은 겨울이 오기 전이다. 봄에는 다가올 날들을 희망하고, 가을에는 이미 지나간 날들을 기념하면서 아쉬워하기 시작한다.
가을은 분명 여러 가지를 점검하는 때이지만,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정원사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겨울을 앞두고 옷을 벗는 나무가 떨군 잎들을 모으고, 가지치기하고, 말라버린 꽃부리와 줄기를 치운다.
‘기억의 핵심’이자 ‘봄꽃이 튀어나올 폭탄’인 씨앗과 알뿌리는 파멸의 계절이자 창조의 계절이기도 한 가을의 진정한 상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