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소설집 '기나긴 하루'에 수록된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로부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선생의 중단편을 통틀어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독자를 압도하는 것은 자식을 먼저 보내본 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고통의 세목들이 섬세하게 복원돼 있는 양상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수기가 아니라 소설이다.
수기는 아니지만 일기의 형식으로 선생은 저 참척의 체험을 사실 그대로 기록한 바 있다. 이는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제목으로 1990년 9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생활성서』에 연재됐고 몇 년 뒤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선생은 필요한 만큼의 허구를 더해서 자신의 고통을 기록하는 일이 한 시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일이 되도록 했다.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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