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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아침--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양귀자의 문학상 수상작' 수록작인 199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숨은 꽃'으로부터


사진: Unsplash의 Marten Bjork






지금 내 앞에 주어진 미로는 너무 교활하다. 지식과 열정을 지탱해주던 하나의 대안이 무너지는 것을 신호로 나의 출구도 봉쇄되었다. 나는 길찾기를 멈추었다.

나는 이제 나를 포기했다. 나는 과거의 사람이라는 것을 수긍한다. 그래도 미래가 이토록 중요한 것은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은 희망의 담보물이다. 희망이 경매 처분되는 것을 한사코 막아야 하는 것은 자식을 맡겨놓은 인간의 업보다. 내가 『희망』이란 제목의 장편을 펴냈을 때 사람들은 제목의 미미함을 지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희망이, 자식이, 그런 것이 미미하다면 대체 무엇이 강렬한 것인가.

기차는 자꾸 달린다. 아직도 부옇기는 하지만, 서울에 닿으면 그래도 나는 기계 앞에 앉기는 할 것이다. 나는 아마도 한 거인을 그리려고 덤빌 지도 모르겠다. 와해된 세계의 폐허 어딘가에 숨어 사는 거인, 결코 세상에 출몰하지 않는 거인의 초상. 그리고 숨어 있는 꽃들의 꽃말찾기.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이 세상살이가 돌아가는 이치의 끝자락이나마 만져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영원히 설명되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그것은 거인의 초상을 그린 후, 그때 생각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 숨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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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6-18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왜 이렇게 예뻐요??
양귀자의 저 문장 속에 제가 두번이나 등장해요ㅋㅋㅋㅋㅋ 제 실제이름도 교과서 문장에서 반복된
적이 있어 반친구들에게 웃음을 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서곡님 맑은 날씨만큼 기분 좋은 한 주 보내세용^^*

서곡 2024-06-18 12:01   좋아요 1 | URL
양귀자 님이라 양귀비 꽃입니다 ㅋㅋㅋ (반농반진) 개양귀비꽃일 겁니다 인상파 그림에도 종종 등장하는 / 그러네요 ㅋㅋㅋㅋ 미미 미미 아 큰웃음 주십니다 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하지 전 짧은 며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