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찌바(오블론스끼, 스쩨빤 아르까지치) 안나의 오빠. 공직자.
스쩨빤 아르까지치는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속일 수 없었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시킬 수 없었다.
서른네 살의 미남이자 곧잘 사랑에 빠지는 자신이, 살아 있는 아이 다섯과 죽은 아이 둘의 엄마이며 자신보다 고작 한 살 어린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뉘우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지 아내에게 더 확실하게 숨기지 못한 것을 후회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처지에서 오는 온갖 고통을 절감했으며,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스스로가 가여웠다.
심지어, 심신이 쇠약해진 데다 늙고 이미 몰골이 추해진 여자이자 잘난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그저 한 가정의 순박하고 선량한 어머니일 뿐인 그녀가 당연히 관대해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였다.
「그래, 엄마 기분은 좋아?」
딸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웠고, 어머니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으며, 아버지도 틀림없이 그 사실을 알면서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며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딸아이는 얼굴을 붉혔다. 그 순간 아버지 역시 그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스쩨빤 아르까지치는 모자를 집어 들고서 무언가 잊은 게 없는지 생각하느라 잠시 멈추었다. 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잊고 싶은 존재, 다름 아닌 아내를 제외하고는.
「아아, 이런!」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잘생긴 얼굴에 우울한 기색이 드리웠다. - 제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