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부부

산문집 '작은 미덕들'(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지음 / 이현경 옮김)을 읽기 시작했다. 첫 글 '아브루초에서의 겨울'은 가족들과 함께 아브루초에서 보낸 강제연금 생활을 담고 있다. 나탈리아의 남편 레오네는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Natalia_Ginzburg


[네이버 지식백과] 아브루초주 [Abruzzo] (유럽지명사전 : 이탈리아)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114915&contentsParamInfo=navCategoryId%3D66774%26isList%3Dtrue&cid=66751&categoryId=66774


아브루초의 에델바이스 By Luiclemens at English Wikipedia,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나탈리아 긴츠부르그는 우리 나라에도 번역되어 있는 '가족어 사전'의 저자이다. 남편 레오네의 글이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원제 : Lettere di condannati a morte della Resistenza italiana (1952년))'에 실려 있고('272 레오네 진츠부르그Leone Ginzburg'), 고 서경식 작가의 '내 서재 속 고전'에도 이 부부의 사연과 역사가 소개되어 있다.

2월이 되자 공기는 축축하고 부드러워졌다. 회색의 무거운 구름들이 하늘에 떠다녔다. 한 해는 눈이 녹으면서 홈통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집 안으로 물이 흘러내려 방 안은 진짜 늪이 되어버렸다. 우리 집만이 아니라 온 마을이 다 그랬다. 물기가 없는 집은 단 한 집도 없었다. 여자들은 창문에서 양동이의 물을 비우고 빗자루로 물을 문밖으로 쓸어냈다. 우산을 펴놓고 잠자리에 드는 사람도 있었다. 도메니코 오레키아는 어떤 죄에 대한 형벌이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눈의 흔적이 지붕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아리스티데는 홈통을 수리했다.

겨울의 끝자락이 되자 우리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불안감 같은 게 깨어났다. 어쩌면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올 수도 있었다. 마침내 무슨 일인가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우리들의 유형 생활도 끝나야만 했다. 세상과 우리를 갈라놓은 길들이 더욱 짧게만 보였다. 우편물들이 더 자주 도착했다. 우리의 동상은 서서히 아물었다.

- 아브루초에서의 겨울

긴츠부르그 가족은 강제로 아브루초로 보내져 유형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브루초에서의 겨울〉에서 자세히 묘사되는 유형 생활의 시간들이 마냥 불행한 것만은 아니어서, 긴츠부르그는 결혼과 육아로 중단했던 글을 다시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브루초에서 3년을 보낸 뒤 레오네가 로마의 레지나 코엘리 감옥에서 숨을 거두면서 힘겨웠으나 행복했던 시절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긴츠부르그는 〈아브루초에서의 겨울〉을 아득히 먼 과거의 일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레오네가 죽고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쓴 글이다. 그래서인지 그 아픔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크게 다가온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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