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2020'과 최윤 소설집 '동행'에 실려 있는 단편 '손수건'은 묘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틀이 과연 적합한가 질문을 던지게 되지만, 내적 사연인 이 커플의 고생담은 '녹색의 하인리히'로 잘 알려진 켈러의 연작소설 '젤트빌라 사람들' 중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킨다. 토지분쟁을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


[네이버 지식백과] 맹지 [盲地] (부동산용어사전, 2020. 09. 10., 장희순, 김성진)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411818&cid=42094&categoryId=42094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 삽화(1919) by Ernst Würtenberger (1868-1934)


켈러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1k2670a






모든 것이 고향 산 밑 마을에 일찍이 불어 닥친 전원주택 바람으로 땅값이 오른 탓이다. 두 집 소유의 맹지에 길 내는 것을 놓고 오랜 이웃사촌인 N의 집과 우리 집이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식구처럼 한마을에서 오손도손 지내던 두 집안은 이 맹지 문제로 ‘급살 할 놈의 집’,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놈의 집’, ‘망하지 않으면 손끝에 장을 지질 집’이 되었다. 다행히 이 모든 저주는 이 집에도 저 집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문제의 맹지는 아직까지도 집이 지어지지 않은 유일한 공터로 남아 있다. 전원주택 마을 한복판의 잡초 밭. 우리가 열여섯 살이 되어 각기 서울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겨울, 바로 눈 덮인 그 맹지 한구석의 작은 바위에 앉아서 결혼을 약속했다. 그때는 두 집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그런 약속에 걸맞은 두 집안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내 맘속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N이 말했다. "오랜만에 맹지 보러 가자." 나의 대답이 있기도 전에 차는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곳은 말하자면 우리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있을 때 다시 마음을 합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자, 저기 봐라. 우리가 같이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데, 서로 지난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웬만한 일은 가볍게 떨치고 넘어가자, 고 찾아가는 장소. -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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