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 등 다수의 필자가 참여한 산문집 '싫어하는 음식 :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중 호원숙이 쓴 '먹기 싫어, 말하고 싶지만'이 출처이다. 호원숙이 발견한 어머니 고 박완서의 미발표원고는 박 작가가 여행(아마도 해외여행?)으로부터 돌아온 직후의 상황을 담고 있다.
원주 토지문화관 (2023년12월6일) By Youngjin - 자작,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토지문화관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2XXXX130533
올해의 신간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 실린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 (미출간 원고)’가 아래에 인용된 글이 아닐까 싶다.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 박완서 산문집 『호미』 중에서
어머니의 글처럼 나도 맛없는 것은 먹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내가 한 음식은 맛이 없더라도 그 재료가 아깝고 미안해서 먹는다. 그러니 음식 재료를 아끼는 마음에서라도 정성 들여 음식을 해야 하지만 성공률은 8할 정도이다. 그것도 후하게 말해서.
[......그래도 한번 덧난 비위는 가라앉지 않았다. 마침 그때 원주토지문화관에서 택배로 김장김치를 부쳐왔다. 박경리 선생님이 작년에 담아 산에 묻어놓은 김장독을 헐었다고, 문화관 직원이 생전의 선생님이 하시던 대로 나에게도 나눠준 것이었다. 나는 허둥거리며 그 김장김치를 썰지도 않고 쭉 찢어서 밥에 얹어 아귀아귀 먹었다. 들뜬 비위가 거짓말처럼 가라앉자 비로소 선생님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목이 메었다.]
서랍에서 다른 것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어머니의 글이다. 아직 책에는 실리지 않았다. ‘느글느글하게 들뜬 것 같은 비위’를 가라앉히는 묘약이 단순히 김치였을까? 나는 어머니의 문장을 읽으며 더 이상 할 말을 잊는다. - 호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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