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소설집 '목련정전' 수록작 '겨울 고원'으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Ka Communications


[최은미의 마음 읽기/영원과 오이] 2023. 12. 20. https://v.daum.net/v/20231220000710377


최은미 작가는 단편 '그곳'으로 2023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떠나고 싶어서 몸을 비틀 때쯤 겨울은 다시 왔다. 아이를 어르는 얼음 마녀의 주문처럼 겨울은 정말 매년 왔다.

"저기 맨 꼭대기에서 몇백 걸음만 내려가면 돼. 거기에 내가 봐둔 나무가 있어. 땅이 녹으면 거기에 올라갈 거야."

안개는 바람을 타고 산을 떠돌다 나뭇가지에 닿는 순간 그대로 얼어버렸다.

여명이 밝고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의 시간, 그들은 마침내 사방에 피어난 얼음꽃을 보았다. 차고 시린 결정이 가지가지마다 매달려 능선을 덮고 있었다. 겨울 새벽에만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둘은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잠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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