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시공주니어)에 실린 위다의 동화 '뉘른베르크의 난로'로부터 발췌한다. '뉘른베르크의 난로'도 '플랜더스의 개'처럼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버지가 생활고 때문에 가보인 뉘른베르크의 난로를 팔아버리자, 주인공 아우구스트는 난로 히르슈포겔(제작자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을 되찾으러 모험을 시작한다.


아래 난로 사진들로부터 이 동화 속 도자기 난로의 아름다움을 상상해 본다.


Exhibit in the Germanisches Nationalmuseum - Nuremberg, Germany. By Daderot - Own work,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티롤의 겨울 By Nationaal Archief -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3555485


[네이버 지식백과] 할인티롤 [Hall in Tirol] (유럽지명사전 : 오스트리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34970&cid=66751&categoryId=66759 '할'은 소금을 뜻한다고. 


아래는 2024 새해 달력이다.


<뉘른베르크 난로(The Nürnberg Stove)>는 <플랜더스의 개>와 더불어 위다의 동화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풍토색 짙은 배경, 예술을 향한 열정, 불의에 대한 항의 등 위다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아우구스트가 사는 오스트리아 티롤 주의 ‘할’은 눈 덮인 알프스 산맥 아래 자리한 작은 도시이다. 할 근처에는 소금 광산이 있어서 예부터 할 주민들은 소금 제조를 주업으로 삼았다. 작품 속에서 아우구스트의 아버지도 제염소 일꾼으로 나온다.

아우구스트네 집은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집이지만, 그런 집에 어울리지 않는 귀한 물건이 하나 있다. 아우구스트의 할아버지가 땅에서 우연히 파낸 도자기 난로이다. 이 난로는 원래 왕실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아주 호화로운 난로라서 키가 2미터도 넘고 장식도 대단히 아름다우며 금박까지 입혀져 있다. 그리고 유명한 도예가인 아우구스틴 히르슈포겔의 서명이 쓰여 있다.

아우구스틴 히르슈포겔은 16세기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난 예술가로, 유리 채색가인 아버지 파이트 히르슈포겔 밑에서 유리 채색을 배웠으며 나중에는 판화, 지도 제작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이야기 속에서는 히르슈포겔이 손수 도자기 난로를 만들었다고 나오는데, 히르슈포겔이 한때 도예가들과 함께 공방을 꾸린 것은 맞지만 도자기 제작에 직접 참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19세기에 출판된 도예 관련 서적들에는 이따금 히르슈포겔이 도예가로 설명되곤 한다. 아마 위다도 당시에는 사실로 여겨지던 이야기들을 가져와 썼겠지만, 정확한 사료로 뒷받침되는 정보가 아니므로 작품 속의 히르슈포겔은 실제와 허구가 섞인 인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옮긴이의 말

"할머니의 커다란 케이크!" 어린 크리스토프가 히히 웃으며 말했다. 다섯 살 난 크리스토프에게 크리스마스란 그저 커다란 케이크를 먹는 날일뿐이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때면 늘 히르슈포겔에게 소나무 가지와 아이비(담쟁이덩굴과 비슷한 덩굴 식물로 겨울에도 푸르다:옮긴이)와 나무 열매로 만든 왕관을 씌워 주었다. 난로의 열기 때문에 금방 시들기는 했지만, 히르슈포겔에게 왕관을 씌워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마치 성당에서 성호를 그으며 소리 높여 성가 <구원을 위한 희생>을 부르는 것만큼 중요한 크리스마스 의식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모두 크리스마스 저녁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두고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며 재잘거렸다. 아이들은 마치 선물 양말이 황금 지갑과 보석 박힌 장난감으로 가득 찰 것처럼 행복해했고, 아이들 눈에는 커다란 거위 고기가 들어간 수프가 임금님도 부러워할 음식으로 보였다.

어둠 속에 갇혀 있으니 크리스마스 때 암파스 마을의 자상한 외할아버지 집에서 불가에 둘러앉아 들었던 온갖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흙의 정령, 요정, 땅속의 괴물들, 검은 밤의 말을 타고 달리는 요정의 왕…… 그리고…… 그리고……. 아우구스트는 다시 훌쩍훌쩍 흐느끼며 몸을 덜덜 떨었다. 이번에는 소리를 죽이지도 않고 목 놓아 울었다. 하지만 기차가 증기를 내뿜는 소리가 워낙 커서 누가 옆에 있었더라도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자, 여보게들, 힘들겠지만 이제 3킬로미터도 안 남았어! 이번 일만 잘하면 크리스마스 때 술을 사 주겠네." 아무리 건장하고 힘센 짐꾼들이라지만 무거운 짐을 짊어질 생각에 푸념이 새어 나오자, 상인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상인의 거창한 다짐에 힘을 얻은 짐꾼들은 느릿느릿 뉘른베르크 난로를 어깨에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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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12-23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도 크리스마스 연휴 잘 보내세요!! 저 사진들이 난로라고요? 너무 아름답네요!

서곡 2023-12-23 20:18   좋아요 1 | URL
네 그쵸? ㅎㅎ 장인이 손수 만든 명품 난로 ㅋㅋ 크리스마스 연휴의 토요일 밤 편안히 잘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