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스트로메리아(또는 '알스트로에메리아')꽃을 샀다. 봉오리 상태였는데 오늘 보니 피기 시작하고 일부는 활짝 피어 사진을 찍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Alstroemeria 원산지가 남미인 이 꽃은 일명 페루백합(Peruvian lily) 또는 잉카백합(lily of the Incas)이다. '파브르 식물기' 17장 '잎의 움직임'에 알스트로에메리아가 나와 재미있게 읽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꽃도 꽃이지만 잎에 주목하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알스트로메리아 [Alstroemeria] - 3초 안에 기분 좋아지는 법 (쁘띠 플라워, 2010. 4. 20., 김혜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13257&cid=42912&categoryId=42912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랑의 책 '마음 하나 꽃 한 송이' 중 겨울 편에 알스트로메리아가 있다.
흔히 ‘잉카의 백합’이라고 부르는 알스트로에메리아속Als-troemeria 식물은 수선화와 가까운 우아한 꽃으로, 원래 살던 곳은 페루지만 유럽에서는 온실에 키운다. 이 식물의 잎처럼 기이한 형태가 또 있을까. 잎몸이 긴 타원형인데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잎자루가 길고 납작한 띠로 변한다. 신기하게도 이 리본 같은 잎자루는 언제나 꽈배기처럼 꼬인 상태라 그러지 않았으면 밑을 보았을 것이 위를, 위를 보고 있을 것이 밑을 보고 있다. 꼬인 잎자루를 풀어 정상대로 돌려놓으면 놀랍게도 윗면은 연하고 주름져 있고, 반대로 밑면이 매끄럽고 초록색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변칙으로 애초에 잎이 뒤집어져서 난 식물을 보고 있는 것이다. 줄기도 위쪽을 향해 잘 자리 잡았고, 그 밖에 잎이 뒤집어져 있어야 할 다른 그럴듯한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이 식물의 납작한 잎자루는 스스로 몸을 180도 회전해 매끄러운 초록색 밑면이 위로, 연하고 주름진 윗면이 아래로 오는 바람직한 자세를 되찾는다.
감히 창조의 과업을 사람의 일에 빗대는 것이 허락된다면, 잉카의 백합은 조물주가 잠시 정신이 딴 데 팔린 바람에 잎의 앞과 뒤를 착각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내 실수는 파악되었고, 잎자루가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튼 덕분에 뒤늦게나마 사태는 수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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