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 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읽었다고 북플이 알려준다. 일기에 등장하는 도로시아 크룩은 실비아가 존경한 교수이다. 위키피디아 검색에 따르면 크룩 교수는 나중에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영문학을 계속 가르친다. https://en.wikipedia.org/wiki/Dorothea_Krook-Gilead
도로시아 크룩과 실비아 플라스가 사제지간으로 만난 캠브리지 대학교 소속 여대 Newnham College, Cambridge By Azeira
*도로시아 크룩Dorothea Krook은 플라스가 가장 존경하는 교수로 그녀에게 매우 중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역할 모델이다. 플라스는 일기에서 크룩을 단지 ‘그녀’라고만 칭하곤 했다.
오늘은 또한 크룩 교수와 인간을 구원하는 사랑의 힘에 대해 논의했다. 이러한 사랑의 힘은 철학자 브래들리의 저서 《윤리학 연구 Ethical Studies》에서는 생략되었지만(덕분에 논지가 많이 약해졌다), 로렌스에서는 다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내 논문 〈라신에 나타난 운명으로서의 열정 Passion as Destiny in Racine〉을 다시 돌려받았다. 교수님은 열정이 일면에 불과할 뿐 내가 주장하듯 그렇게 치명적인 대학살극이 아니라고 토를 달아주셨다. 내가 잘 쓰는 불꽃과 종양, 식욕 등의 비유를 섞어서······.
···크룩을 따라잡으려 달렸다······. 그녀는 D. H. 로렌스와 기가 막힌 우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죽은 남자 The Man Who Died〉. 몇 부분을 읽어주었는데, 〈죽은 자들 The Dead〉〔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소설.〕의 마지막 단락처럼, 천사가 머리카락을 쭈욱 잡아당기는 듯,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 차가운 전율을 느꼈다.
크룩 박사가 우리에게 빌려준 파라핀 히터는 반투명으로 빛나는 푸른 석유를 꿀꺽꿀꺽 삼키고 발갛게 타오르는 빨간 철사 돔이 방을 덥혀 준다. 태양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중 벽돌 주택들의 창문을 반사시키게 되는 것이다. 새들이 휘파람을 불고 지저귄다.
정신을 벼리는 듯한 이 날카로운 대기 속에서, 나는 창조의 봄을 꿈꾼다. 그리하여 나는 살고 창조하리라, B박사와 도리스 크룩과 나 자신과 테드와 내 예술에 값하는 창조를. 언어를 만들고, 세계를 만드는 일.
보이셔 박사와 도리스 크룩과 나란히 자리를 잡은 내 삶의 범주 안에서 ― 심리학자도, 여사제도 아닌 교사에 불과하지만 언어로 창조한 나만의 세계 속에서만큼은 두 사람의 풍요로운 소명들을 이 한 몸에 체현한 고귀한 존재가 된다. 두 사람에게 각각 책 한 권씩을 바치리라.
나는 겁을 내면서도 원하고, 원하면서도 겁을 내고 도망친다. 한편으로 나는 내가 도리스 크룩이라는 이상에 얼마나 한참 못 미치는지를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덜떨어진 파트 타임 학자인가. 수녀도 아니고 헌신하는 신봉자도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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