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여성 철학사'(리베카 벅스턴, 리사 화이팅 외 지음 / 박일귀 옮김)는 한나 아렌트 때문에 펼친 책인데 아렌트 바로 앞에 에디트 슈타인이 자리하고 있다.
Bust Edith Stein by Bert Gerresheim at the Road Of Remembrance in Berlin-Moabit, Germany. By Singlespeedfahrer - Own work, CC0
슈타인은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10대에 무신론자가 되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로마가톨릭교로 회심했다. 학교를 마친 뒤 수녀가 된 그녀는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네덜란드에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위해 수도원에 입회했다. 1942년 네덜란드 주교들이 나치의 인종차별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다음, 유대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에 대한 탄압이 이어졌고, 이때 슈타인도 아우슈비츠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1942년 8월 9일의 일이다. 오늘날 그녀는 유럽의 공동 성자 6인 중 한 명이 되었다.
슈타인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이었다. 지도 교수는 현대 현상학의 창시자인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로, 그녀는 후설의 조교로 취직한 적도 있었다. 슈타인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상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아주 간단히 말해, 현상학은 인간 경험의 일인칭 묘사를 철학적 이해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후설은 궁극적으로 현상학을 선험적 관념론(경험의 대상이 어느 정도 인식에 의존한다고 보는 입장)으로 보았지만, 슈타인은 확실히 실재론(경험의 대상이 인식 주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입장)을 주장했다.
슈타인이 발전시킨 것은 타인의 마음에 대한 지식은 이미 주어질 뿐만 아니라, 그것은 공감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타인을 하나의 인격으로 직접 인식함으로써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접근 방식이 바로 현상학적 방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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