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이너프 / 사이성

에디트 슈타인은 '터프 이너프' 독서를 하다가 알게 된 여성 철학자이다. 그 책에 언급된 건 아니지만 '터프 이너프'의 서론에 '사이성' 개념이 나와 찾아보다가 현상학자인 슈타인이 '사이성'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었다.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979497 참고. 


'처음 읽는 여성 철학사'(리베카 벅스턴, 리사 화이팅 외 지음 / 박일귀 옮김)는 한나 아렌트 때문에 펼친 책인데 아렌트 바로 앞에 에디트 슈타인이 자리하고 있어 먼저 읽었다. * 슈타인이 독일의 두 번째 여성 철학박사라고 하여 호기심에 첫 독일 여성 철학박사를 검색해보았다. cf. https://en.wikipedia.org/wiki/Dorothea_von_Rodde-Schl%C3%B6zer


'현상학, 현대 철학을 열다' 중 '2부 원천을 재편한 네 현상학자'의 2장이 '에디트 슈타인, 감정이입의 현상학'이다.




Bust Edith Stein by Bert Gerresheim at the Road Of Remembrance in Berlin-Moabit, Germany. By Singlespeedfahrer - Own work, CC0, 위키미디어 커먼즈

슈타인은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10대에 무신론자가 되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로마가톨릭교로 회심했다. 학교를 마친 뒤 수녀가 된 그녀는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네덜란드에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위해 수도원에 입회했다. 1942년 네덜란드 주교들이 나치의 인종차별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다음, 유대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에 대한 탄압이 이어졌고, 이때 슈타인도 아우슈비츠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1942년 8월 9일의 일이다. 오늘날 그녀는 유럽의 공동 성자 6인 중 한 명이 되었다.

슈타인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이었다. 지도 교수는 현대 현상학의 창시자인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로, 그녀는 후설의 조교로 취직한 적도 있었다. 슈타인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상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아주 간단히 말해, 현상학은 인간 경험의 일인칭 묘사를 철학적 이해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후설은 궁극적으로 현상학을 선험적 관념론(경험의 대상이 어느 정도 인식에 의존한다고 보는 입장)으로 보았지만, 슈타인은 확실히 실재론(경험의 대상이 인식 주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입장)을 주장했다.

슈타인이 발전시킨 것은 타인의 마음에 대한 지식은 이미 주어질 뿐만 아니라, 그것은 공감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타인을 하나의 인격으로 직접 인식함으로써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접근 방식이 바로 현상학적 방법론이다.

후설의 조교로서 슈타인의 주 업무는 시간의 현상학에 관한 후설의 기록물을 출판 가능한 원고로 제작하는 것이었다.

슈타인은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일반적인 역할 이상의 일을 해냈다. 후설은 초고를 따로 챙겨 주지도 않았고, 원고를 고쳐 쓰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슈타인은 홀로 뒤죽박죽 섞여 있는 자료들을 모아 톤을 맞추고 순서를 재배치해 일관성 있는 철학 서술을 구성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가 초고를 만든 것이다.

슈타인은 조교 계약이 끝날 즈음 장래를 결정해야 했다. 그녀는 하빌리타치온(독일의 대학교 교수 자격)을 취득하고 싶었으나, 후설이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일반 대학을 떠나 가톨릭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재직했던 학교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되었다.

1928년 후설은 슈타인이 작업한 원고를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On the Phenomenology of the Consciousness of Internal Time)》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저작권은 후설에게 있었고, 이른바 편집자는 마르틴 하이데거였다.

하이데거가 출간을 위해 원고를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겠지만, 원고의 상당 부분은 슈타인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것이 분명하다.

하이데거는 이 한마디만 끼워놓았을 뿐이다. [슈타인이 후설의 강의 속기록을 원고로 옮겨놓았다.]

슈타인의 사례는 철학계에서 여성의 현실, 곧 업적을 저평가하거나 완전히 무시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제이 헤털리 (Jae Hetterley)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11-09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떠나 다른 영역으로 책 읽기를 확장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특히 철학은 왜 그리 어려운지~~
일단 한나 아렌트부터 시작하고 싶은데 에디트 슈타인, 기억해야겠어요^^

서곡 2023-11-09 15:4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철학이야말로 장르문학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ㅎㅎ 저는 호기심 생기고 기회 닿는 대로 조금씩 찾아보려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