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이너프'(데보라 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의 '들어가며'로부터 앞서 발췌한 부분에 '사이성'이 나온다.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979103 감동연구와 상관 있는 개념인 '사이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 앞 부분을 추가로 발췌해둔다.

[Bust Edith Stein by Bert Gerresheim at the Road Of Remembrance in Berlin-Moabit, Germany.]By Singlespeedfahrer - Own work,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참고로, 여성 철학자 에디트 슈타인이 감정 이입을 연구하며 '사이성'을 제시했다. 


cf. '현상학, 현대 철학을 열다' 중 '2부 원천을 재편한 네 현상학자'의 2장이 '에디트 슈타인, 감정이입의 현상학'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고려"는 인류의 지평을 넓힌 눈부신 사유의 동기였으며, 세계적으로 자행되고 꾸준히 목격되는 무도한 참사와 억압의 실상을 다룰 이론적·역사서술적·방법론적 창의성의 원천이었다. 몇몇 분야에서는 온갖 규모와 대역帶域에 걸쳐 일어나는 고통의 수난을 사유하고 목격하는 관념적 도구들을 창안해내었다. 정신분석학에 뿌리를 둔 트라우마 연구는 소통불가한 것들과 말더듬·회피·트라우마를 에둘러 말하고 재현하는 방식을 다루는 방법론을 만들어냈다. 페미니즘 연구, 인종 연구, 민족 연구, 탈식민주의 연구, 장애 연구, 게이/레즈비언/퀴어 연구, 노동계급 연구 역시 다양한 학제로부터 방법론을 빌려 문화와 시간을 가로질러 여러 사회와 개인의 고통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이런 분야들에서 나온(그러나 대체하고 폐지하지는 않은) 감동연구Affect Studies는 갈수록 고통의 감정을 연구하는 데에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감동연구는 고통과 고통에 대한 반응에 관해 심리학적·사회적으로 풍요로운 해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개념적 이점이 있다. 정신과 육체 사이, 사람들 사이, 사람과 추상(국가나 좋은 삶 같은 관념) 사이, 몸과 환경 사이에 존재하려면 정서적 영향, 즉 감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이성in-betweenness’은 감동이 생성적으로 활동을 촉발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감동이 예측불허의 결과를 낳아 불안을 야기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감동은 주체에 대한 상당수의 동시대 연구작업에서 낙관주의의 원천이지만, 20세기 전반의 군중, 대중, 파시즘 연구에서는 공포의 근원이기도 했다. 이 책은 냉정과 비정, 유보와 절제가 차지할 공간을 만들어 감동연구에 경계선을 둘러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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