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디케의 부활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이디스 해밀턴/서미석 역)의 '제2부 사랑과 모험 이야기' 중 '제6장 연인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여덟 편'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저자 이디스 해밀턴(1867 – 1963)은 독일에서 태어난 미국인 여성으로 미국과 독일에서 공부했다. 해밀턴이 쓴 그리스인과 로마인에 대한 책도 번역출간되어 있다.
Edith Hamilton(퍼블릭도메인,위키미디어커먼즈)
오르페우스는 사랑을 위해 이제껏 어떤 남자도 감히 해보지 않은 일을 하려고 했다. 저승으로 가는 무서운 여행을 감행한 것이다.
오 저승의 왕이여, 당신도 늙은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죠, 예전에/당신이 프로세르피나를 납치한 것을 꽃들이 지켜보았다는 것을./그러니 어여쁜 에우리디케를 위해 운명의 베틀에서 너무 빨리/끊어져버린 생명의 천을 다시 짜주세요./ 보세요, 제가 청하는 것은 미미한 것이랍니다./에우리디케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달라는 것입니다./수명이 다하는 날 그녀는 다시 당신의 것이 될 테니 말입니다.
그들은 에우리디케를 불러 오르페우스에게 내주었으나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두 사람이 지상에 닿을 때까지 에우리디케가 뒤를 따라오는 동안 오르페우스는 결코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었다. 두 사람은 하데스의 커다란 문들을 통과해 암흑 밖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계속 위로 올라갔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제 뒤에 있다는 것을 분명 느꼈지만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딱 한 번만 돌아보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거의 지상에 도착할 무렵 암흑은 회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제 오르페우스는 기쁘게 지상의 빛 속으로 발을 막 들여놓았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너무 성급했다. 에우리디케는 아직 암흑의 동굴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희미한 빛 속에 서 있는 에우리디케를 보았고 아내를 잡으려 팔을 뻗었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사라졌다. 그녀는 다시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돌아가고 만 것이다. 오르페우스가 들은 것은 희미한 단 한마디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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