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학자 정경영의 책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부제: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중 '[7] 틀린 음악' 편으로부터 옮긴다. 


에릭 사티의 가구음악 https://en.wikipedia.org/wiki/Furniture_music 참고.










사티는 1917년에 두 곡의 가구음악(Musique d’ameublement)을 작곡했습니다. 첫 번째 곡은 <단철 태피스트리Tapisserie en fer forgé>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고, "손님들이 입장할 때 연주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두 번째 곡은 <소리 타일 Arrelage phonique>이라고 되어 있고 점심 식사 시간이나 결혼식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작곡가가 적어놓았습니다. 클라리넷, 플룻, 현악기(그리고 첫 번째 곡에는 트럼펫도 사용됩니다)를 위한 곡입니다. 이 곡이 ‘가구음악’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작곡가가 이 곡을 가구처럼 여겨주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사티는 이 음악을 ‘주의깊게’ ‘감상’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사실 주의깊게 감상하기도 힘듭니다. 네 마디짜리 짧은 음악을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 음악을 들을 때는 듣는 둥 마는 둥 들어야 한다는, 아니 아예 음악의 존재를 의식하지 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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