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찾은 책 '우리 반 홍범도'(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초반을 읽으며 9월의 첫 포스트를 작성한다. 홍범도 장군이 세상을 떠난 해 1943년 시점으로 가슴 아프게도 그는 살아서 광복을 보지 못했다.
홍범도 장군의 권총집 By Hyun616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다 지난 일이지."
세월이 한숨과 함께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 나는 장차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고향에서 수만 리 떨어진 곳으로 와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재작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나는 전쟁에 나가고 싶다는 청원을 냈다. 독일은 일본의 동맹국이니 그들을 물리치면 일본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노인이었던 탓에 무시당하고 말았다.
그때 청원서를 본 소련 장교가 "제대로 보이기나 하냐?"라고 묻길래 곧바로 실력을 보여줬다. 허공에 던진 동전을 권총으로 맞힌 것이다. 소련 장교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기에 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 총은 레닌 동지에게 선물 받은 것이오."
소련 장교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마지막 전쟁에 나서겠다는 꿈이 무산된 뒤로 나는 나날이 기력이 쇠해갔다. 젊은 시절 의병 활동과 독립 투쟁을 하며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이제 곧 다가올 죽음은 피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쉽군. 정말로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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