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낭만주의 시인들은 프로메테우스를 사회적 정신적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불굴의 인간정신과 무한한 상상력의 상징으로 내세웠고 그 필두에는 셸리의 남편이었던 시인 퍼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가 있었다.
셸리가 “모던 프로메테우스”를 소설 ꠓ프랑켄슈타인ꠗ의 부제로 선정한 데는, 이 작품이 1818년 익명으로 출판되었던 당시 초판의 서문을 썼던 퍼시 셸리의 영향이 컸을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 셸리가 퍼시 셸리의 낭만주의 예술관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ꠓ프랑켄슈타인ꠗ은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이 인간을 창조하려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여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 “출산”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시의 의학서들은 특히 격렬한 감정(passion)을 임산부가 피해야 할 가장 큰 위험 중의 하나로 꼽는다. 여성의 상상력은 위험한 것인데, 특히 임산부에게 더욱 위험하다고 여겨졌다.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식하기는 했지만 “내 창조 작업이 완결된 후”에 대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임산부의 신체적 정신적 안정이 건강한 아이 출산에 중요하다면, 이렇듯 흥분에 들뜨고 불안한 상황은 프랑켄슈타인의 창조 작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켄슈타인은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이 지나고” 실제 인간의 임신기간과 유사하게 약 9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인조인간 창조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리고 음산한 11월의 어느 날 그는 괴물의 탄생을 보게 된다.
사랑 대신 지적 허영심과 공명심에 가득 차 있던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생명체를 창조하면, 피조물은 당연히 그에게 “감사(gratitude)”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섬세한 작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커다란 시신조각들을 조합하여 “키가 8피트정도 되고 그에 비례해서”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놓고는 정작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가 “아름다울” 것으로 기대하는 것부터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프랑켄슈타인의 생명창조 당시의 의학담론에 비추어 보면 수태와 임신 중 산모가 피해야 할 사항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도살장과 무덤, 해부학 실험실 등에서 받은 끔찍한 시각적 자극들을 수용한 결과 흉측한 모습의 괴물(기형아)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출처: 손현주, 다시 읽는 프랑켄슈타인: "모던 프로메테우스"와 여성의 생명 창조력(2014)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850843






찰흙을 빚어 인간을 창조하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와 이것을 보고 있는 아테나 (로마시대 부조, 3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