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탄생시킨 존재이기 때문에 마땅히 양육의 책임도 져야 하지만, 빅터는 피조물의 흉측한 외모에 충격을 받아 피조물로부터 도망쳐 버린다. 빅터가 양육을 포기하고 도피한 것은 그에게 여성적 자질과 가치가 결여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도전하되 무책임하고 인간애에 자극을 받았으나 무심한 빅터는 퍼시를 향한 메리의 견해가 반영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메리 셸리가 딸의 조산과 죽음으로 고통을 겪을 때, 퍼시 셸리는 그녀를 두고 메리의 이복 자매 클레어 클레어몽(Claire Clairmont)과 불륜의 여행을 떠났다. 빅터가 셸리의 필명이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프랑켄스타인에는 무책임한 아버지로서 셸리의 면모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빅터가 이처럼 냉정하고 실패한 창조자로 그려지는 반면, 괴물은 인간의 냉대에 분노와 소외를 경험하며 오히려 가정적 행복을 희구하는 양상을 보인다.

 

자비로운 하나님이 아닌 빅터는 창세기의 에덴을 바라며 짝을 만들어 달라는 괴물의 요청을 저버린다.

 

피조물을 보살피며 그들의 필요를 먼저 채워주는 하나님과는 달리, 빅터는 자기중심적이고 야심찬 근대의 지식인 혹은 과학자를 대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인해 절대적이고 폭압적인 권위에 도전하는 영웅의 이야기로 평가되어 문학의 소재로 꾸준히 활용되어 왔다. 제우스에게 거역한 결과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는 끝없는 고통과 재생을 통해 용기와 인내를 보여주는 전형으로 인식되었다.

 

셸리 부부는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재창조하며, 생명의 원리에 대한 당대의 논쟁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그들 각각의 견해를 드러낸다. 퍼시 셸리가 무신론적 관점에서 만물 안에 작용하는 기계론적 생명의 원리에 주목했다면, 메리 셸리는 복잡한 종교적 입장에서 과학자-창조주를 제시하는 한편, 창조자와 피조물의 파멸 양상을 그리며 디스토피아를 예고한다.

 

퍼시 셸리는 감응하고 행동하는 여성 인물을 통해 동정과 공감, 인내와 용서라는 여성적 자질을 확산하고 이상화된 세계의 비전을 제시한다. 메리 셸리는 전통적으로 여성적 자질이라 분류된 양육과 보살핌이 부재하고, 여성 인물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는 상황에서는, 죽음과 공포만이 세계에 남겨질 것임을 시사한다. 여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19세기 영국의 상황이 낭만주의 시인과 소설가인 셸리 부부의 프로메테우스 신화 재창조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출처: 박현경, 셸리 부부의 신화 창조와 생명의 원리: 『해방된 프로메테우스』와 『프랑켄스타인』의 프로메테우스를 중심으로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61298 (2020)



Frankenstein, 1992 - Oleksandr Hnylyzkyj - Wiki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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