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7/8월호에 실린 장혜령 시인의 에세이 '지옥은 우리 안에 있다―마거릿 애트우드'로부터 아래 발췌했다.
일본 후쿠시마 다이치 핵발전소 By IAEA Imagebank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나온 오염수를 바다로 내버린다고 했다. 나는 그 말 속에서 푸른 피를 철철 흘리는 여자의 자궁을 보았다. 지구만 한 여자는 끝없이 하혈하면서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여자의 말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 피를 뒤집어쓸 것이다. 그 피를 뒤집어쓰고 사산된 태아처럼 죽을 것이다. 그것은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의 첫 장면이었고, 우리의 미래였다.
바다는 국경 없이 이어져 있는데, 미국 정부도 한국 정부도 남의 나라 일처럼 바다를 대했다. 일본과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불렀다. 무엇을 어떻게 처리했다는 것일까? 권력자들은 언어부터 바꾼다. 그런데 언어를 바꿈으로써 세계를 바꾸는 것. 그것이 『시녀 이야기』에서 확인한 전체주의 서사의 시작점이 아닌가?
한국 사람들은 십 년간 먹을 소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물이나 해산물, 채소, 공기를 소금처럼 오래 보존할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마저 모두 사들이리라. 물이 오염되면 더럽혀지는 건 소금만이 아니겠지만, 바꾸어야 하는 건 개인이 아닌 정부이겠지만, 너무 거대한 변화 앞에 인간은 "그저 숨을 죽이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이것은 애트우드가 『타오르는 질문들』에서 2012년의 시간을 회고하며 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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