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여름호 중 '신화인류학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힘'(공원국)이란 제목의 글 중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에 대한 대목을 일부 발췌했다. 영화화된 소설이다. 내 경우 책은 읽지 않았고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영화는 보았다.
이제는 폐교되었지만 영국 어느 곳에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가 있었다. 학생들은 여느 학교 학생들과 외모나 행동이 전혀 다르지 않으며 남들과 똑같이 이런저런 교과목을 배운다. 게다가 그들은 미술을 즐기고 작품을 만들도록 고무되며 자란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정상적인normal’ 인간, 어떤 ‘근원자possible‘*에게서 나온 복제물clone이다. 실상 그들은 ‘정상적인’ 인간들에게 장기臟器를 제공할 목적으로 키워지는 장기 공급용 배양물이다.
*유명 블로거 로쟈가 지적했듯이 ‘근원자’라는 번역어는 어감이 지나치게 거창하지만(https://blog.aladin.co.kr/m/mramor/9745584?Partner=) 대체 어휘도 보이지 않으므로 그대로 쓴다.
이쯤 되면 이시구로가 말하는 정의正義는 무엇일까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런 추악한 현실에 저항하지 않는 이를 영혼이 있는 존재라 부를 수 있을까? - 공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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